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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피다 ㅣ Nobless Club 14
이헌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을 처음에 듣고는 <시간은 bloom>을 연상하며 조사를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시간은 Blood다> 가 맞는 제목이네요. 딸리는 국어실력덕에 시작부터 뒷통수를 맞은 소설 <시간은 피다> 입니다.
2 차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포위당해 극심한 기아를 겪어야 했던 러시아의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기아때문에 사람을 잡아먹는 설정보다, 첫 부분에 종이를 끓여먹으며 내가 글씨를 왜 썼을까를 한탄하는 일로냐의 심리묘사가 훨씬 두려운, 읽는 내도록 배고픈 책이었습니다.
등장인물 한 명의 설정 때문에 판타지라는 탈을 쓰고는 있지만, 그 설정 하나만 제외하면 무척 사실적인 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적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현실이 버거운 일로냐와 타티아냐가 또 발레를 소재로 해서 묘사한 갖가지 환상역시 가득합니다.
레닌그라드의 상황이나 발레에 대한 상황과 줄거리 묘사가 무척 많이 나오는데, 덕분에 어떤 부분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발레에 대한 애정 넘치는 보고서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만해도 역사에 딱히 관심이 있지도 않고, 발레에 대한 배경지식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아마 그런 부분이 없었더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무척 많았을테지만, 어떤 부분은 주석으로 빼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수에게 인기가 있을 소설인지는... 모르겠네요.
요즘 제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다 보니 어째 쓴소리만 잔뜩 적어놓은 느낌이지만, 사실 최근 나온 책 중에서는 노블레스 클럽이 지향하는 어떤 점에 가장 맞는 책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드문 소재를 상당히 읽기 쉽고 공감하기 쉽게 풀어놓았고, 등장하는 인물, 상황 모두 어디 하나 버릴 곳 없이 꽉 짜여진 글이니, 읽은 후 할 말 많은 글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 발레가 아닌 소설로 현실도피를 하는 이 느낌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