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 - 두려움에 맞선 춤사위 현대 예술의 거장
요헨 슈미트 지음, 이준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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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을유문화사의 예술의 거장 시리즈는 육중한 검은색 책등 표지와 그 이름들이 주는 무게감 덕분에

책장에 꽂아 놓았을 때 뽀대도 많이 나지만 또한 반대로 쉬이 꺼내들어지지 않기도 하는 책이다.

이 시리즈 중의 하나로,

무용가이자 안무가 피나 바우쉬에 대한 책을 집어 들게 된 것은 영화 때문이었다.

 

우선은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일종의 경의로 빔 벤더스 감독이 만들었던 3D 영화 "Pina".

이제는 직접 볼 수 없는 그녀의 춤과 작품들을 3D로 약간은 더 실감나고 입체감있게

감상할 수 있었던 거의 마지막 기회였기에 추운 겨울날 이대까지 찾아가 보았고 너무 즐거웠다.

유투브에서 볼 수 있던 작은 화질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기에.

그러나 당시에 바로 이 책을 찾아본 것은 아니었고 그냥 생각만 해뒀다.

 

최근,

스페인어를 조금 건드려볼까 하면서 책을 보던 차에

오랜만에 예전에 아주 좋게 보았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 Hable con ella"를 다시 보다가

영화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현대 무용 관람 장면에 등장하는 극이 바로 피나 바우쉬의 작품이며

그녀가 직접 연기하는 장면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번에는 지체하지 않고 서재에서 책을 꺼내왔다.

 

조용하고 숫기없던 아가씨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안무가가 되어 독일의 한 소도시에서

전세계로 뻗어나가며 작품 활동을 하였는지,

그리고 그 작품들이 어떤 것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에 대하여

저자는 피나의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친구로서 자세히 들려준다.

 

부퍼탈의 탄츠테아터가 전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무용단이 되기 까지의 과정은,

영화에서 보았던 단원들의 인터뷰를 떠올리게 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용이라는 장르의 표현과 무대를 단순히 텍스트로만 보고서 이해하기에는 역시 어렵다.

그리고 피나 바우쉬 본인이 자신의 개인사를 잘 오픈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그렇겠지만

일반적인 작품 해설을 넘어서서 배경과 에피소드가 같이 있었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아 조금 아쉬운 면도 있다.

 

이젠 더 이상 그녀의 공연을 볼 수 없기에 아쉬운 피나 바우쉬.

조금 더 그녀의 작품을 찾아볼 기회를 만들어보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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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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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내게 꼭 필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사전이다.

무겁고 딱딱하고 글자만 많은 책으로 보이기 마련이지만,

어린 내게도 집에 있던 국어대사전은 끝없는 정글과도 같았다.

모르는 단어를 하나 찾아보니, 그 뜻풀이에도 모르는 단어.

그래서 또 찾고 또 찾고...

한 번 집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들고 있다가 팔이 아파온 적도 여러 번이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사전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필요에 따라 몇 가지 사전을 따로 두게 되면서

도대체 이런 책들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낼지,

감도 오지 않을 만한 품이다 싶은 그 노력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구체적으로 누군가 답을 해줄 사람이 주변에 없었기에 그냥 넘어갔고,

지금은 나 조차도 종이 사전보다 인터넷을 뒤져 갖가지 필요한 내용을 얻곤 하다가 보니

사전이란 것에 대한 호기심, 고마움, 궁금증, 동경 등등

다양한 감정들은 많이 잊혀졌다.

 

이러저러한 루트로 알게 된 미우라 시온의 이 책은,

이러한 사전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분투기를 풀어낸 책이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풀이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과 용례 수집.

끝없는 교정과 판맞춤, 그리고 장정과 종이 재질 까지에 이르는 여러 가지 절차 등

어렸을 때에 궁금했던 그 '품'과 그 품을 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냈다.

과연, 책을 좋아하고 사전을 소중히 써봤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재미있게 읽어낼 만한 소설이다. 매우 만족했다.

 

일본인 저자의 책들을 읽다가 보면

그 다양한 소재들에 놀라게 되곤 한다.

만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각종 저널리스트들의 교양 서적들 류까지.

자신의 전문 분야에 집착하거나 파고드는 그들의 오타쿠 문화와 어우러져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각종 취재가 이루어지고

그를 통해 참으로 다양한 소재와 극화와 이루어진 것을 볼 때

사회 전체적으로 획일적인 주류가 너무도 굳건하여

그에서 벗어나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경향이 강한 우리 나라는,

글들 조차도 그 스펙트럼이 좁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다. 

 

얼마전 TV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식자 조판공 할아버지들의 인쇄소를 본 적이 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친구분이 식자 일을 하셨기에 실제로 본 기억이 있어 흥미롭게 보았었는데,

사전의 경우 식자를 조판하는 데만 거의 10년이 걸린다는 얘기에 무척 놀랐다.

지금과 같은 편리한 시절 이전에 제대로 된 사전 하나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었을 것인가.

그 노력을 단돈 얼마에 들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이었을까.

 

여러 가지 추억들과 생각을 불러 일으켜 준,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반가운 책이었다.

이 작가의 책을 좀더 찾아보아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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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와이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9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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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링컨 라임 시리즈를 집었다.

한번에 쓱 다 읽어버릴까봐 한권 읽고 한 호흡 쉬고 한권 읽고 한 호흡 쉬면서 버티며 남겨두었던

시리즈의 아홉 번째 권.

곧 다음 편이 출간된다 하여 맘 편히 집었다.

 

그 동안 리 차일드나 마이클 코넬리로 넘어가서 달리느라 잊고 있었던 두 콤비의 매력이 다시금 기억나는데는

책을 펼치고 몇장 지나지 않았다.

링컨과 아멜리아 커플과 그들을 돕는 여러 인물들이 반가웠지만

이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범죄자들에 있다.

 

매 편 마다 개성넘치고 독특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범이 등장하고

변치 않는 캐릭터를 지닌 라임 군단이 그들과 대결하는 패턴인데

이번에 등장하는 살인범은 전기 기술자로, 고압 전기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다.

도시 곳곳에 없는 곳이 없고, 심지어 그 전기가 없으면 링컨은 바로 생명 유지에 문제가 있는 전기.

때문에 원천 봉쇄는 불가능하고 범인을 쫓아 막아내야 한다.

압도적인 전기의 힘 때문에 끊임없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범인을 추적해야 하는 긴장과,

또한 링컨과 대결하여 처음으로 잡히지 않았던 지능범인 시계공까지 동시에 나타나 이리저리 복잡하다.

 

주변 캐릭터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아,

이들 또한 계속하여 성장하고 시리즈 속에서 역할을 잘 잡아가도록 이야기를 준다.

결말에 다가가 하나의 단락이 마무리된다.

링컨에게도, 범인에게도, 주변 인물들에게도 다음 전개로 넘어가도록 정리하는 듯한 느낌이며

아마도 다음 시리즈에서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심어준다.

 

두껍지만 술술 읽혀 즐거운 독서였다.

점점 더워져 가는 여름에 어울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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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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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의 추천을 받아 들였던 책인데

단번에 집지는 않았으나 이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씩 들리곤 해서 꺼내들었다.

그러고 나서 보니 등단 이후 아쿠타카와 상이라든가, 여러 가지의 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상당한 중견 작가가 아닌가..

어떤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 하며 읽기 시작했다.

 

'나와 우리 아들은 그를 박사라고 불렀다. 그리고 박사는 우리 아들을 루트라고 불렀다. 아들의 정수리가 루트 기호처럼 평평했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첫 페이지를 다 읽고 나자

나는 아마도 이 책을 최단 시간에 읽어내리고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에 빠졌다.

 

수가 가진 아름다움이 있다.

완전수라든가 소수, 우애수 등..

들을수록 신기한 수의 세계를 펼쳐놓는 박사.

그는 단기 기억 상실로 인해 단 80분 만을 기억할 수 있는 채로 수십 년을 살아왔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그 짧은 세계에 갇혀 사는 그를 돌봐주는 가정부와 그녀의 아이의 이야기.

 

짧은 기억 속에 숨겨진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수의 아름다움과 관계에 치환시켜 표현하는 박사 특유의 대화 방식.

그의 그 마음을 알게 된 주인공과 아들 루트는

그의 세계를 억지로 늘리기 보다 그가 가진 짧은 시간을 행복한 기억들로 채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박사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그가 가진 감성과 순수성은 가쁜 삶을 살아왔던 모자에게

점차 주변과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그를 즐길 수 있는 기쁨을 알려주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서로 80분의 시간들 안에서 우정을 나누고 성장하여 간다.

 

그들의 아름답고 안타깝기도 한 일상들을 들여다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박사의 생이 가슴아프지만

루트의 성장으로 보상받음에 감사하며 웃음 지을 수 있는 행복한 독서 경험을 가져다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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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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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죄의 심장이라는 부제가 이렇게 심오하게 맞아 떨어지는 의미를 갖고 있다니.. 그걸 깨닫는 순간부터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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