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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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고의 스릴러 작가들이 짝을 지어 자신들의 대표 캐릭터들이 만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을 집필한다.

즉,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가

미국의 양쪽 끝인 LA와 보스턴의 간격을 뛰어넘어 만난다.

스릴러 팬이라면 이야기만 들어도 피가 끓고 열광할 이런 가정이 현실이 된 책이 있다.

 

자신 또한 명망있는 스릴러 작가인 데이비드 발디치가 편집한 이 책, <페이스 오프>

그런데 이 책을 펴고 가장 기발하다 싶었던 부분은 오히려 서문에 있었다.

이러한 대가들의 작품을 하나의 책으로 묶는 작업은

사실 다양한 출판사, 에이전시, 작가 등등의 이해 관계가 얽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콜라보레이션이라니.. 작품 설정 등 또 다른 난제가 생길 것.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다름 아니라,

다른 장르의 대중 문학 작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협회'의 성립.

즉 스릴러 작가 협회를 만들고 (이런 것이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다는 데에 놀랐다)

뭔가 다른 협회와 차별되는 점을 생각하다가

회비가 없이 소속 작가들이 모여 책을 만들고 그 수익금으로 운영한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현실화한 것.

자신감과 추진력. 그리고 능력이 결합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몇 권의 작품이 나왔고 그 후속으로 이렇게 콜라보 작품집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뭔가 짜릿해지는 느낌.

 

자신감에 충만한 그 기를 받아 서문을 읽고 기분좋게 책을 열였다.

22명의 작가 모두를 읽어본 적이 있는 작가들은 아니다.

누구부터 읽어도 좋겠지만 난 우선 익숙한 작가를 읽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 '친구' 속 조오련이 빠른지 거북이가 빠른지,

수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그런 비밀을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서로 다른 작품 속 설정이 겹쳐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잃지 않고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는 것은 흥미롭고 즐거웠다.

 

또한 아직 만나보지 않는 작가와 작품을 새롭게 조우하여

알게 되는 것 또한 스릴러 팬으로서 기분 좋은 일.

취향에 맞지 않는 일부 초자연적 소재의 캐릭터를 제외하고

몇몇 작가들의 작품들이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기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대가들이기에,

그 능숙함이 좋았고, 콜라보 특유의 그 풋풋함이 좋았다.

스릴러 팬이라면 꼭 읽어 볼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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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엘리 위젤 지음, 김하락 옮김 / 예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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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엘리 비젤의 <나이트>를 읽었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있었기에 가장 많이 부각되었던 폴란드가 아니라,

루마니아 출신의 저자가 어렸을 때 직접 겪었던 일을 서술함으로써

그 소름끼치는 역사의 모습을 더욱 실감나게 전달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해주는 작품이다.

 

문학의 위대한 선작용이라 할 수 있을 감정의 환기를 가장 강하게 불러 일으키는 책이지만,

이 책을 지금 시점에서 읽음으로써

예전과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유대인들이 겪었던 비극은 결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인류사의 아픔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것은 아니었다.

2차 대전 당시에만도 유대인들 옆에서 비율로 따지면 더 높은 비율로 집시들도 죽어갔고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일본의 만행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전장에서 군인으로, 혹은 위안부로, 혹은 노역자로 죽어갔다.

유사 이래 전쟁이 그렇게 수많이 반복되었는데 어찌 이뿐이겠는가.

 

다만,

이를 통해 인류가 깨달음을 얻어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더군다나 유대인들은 이 홀로코스트 배상금을 어마어마하게 받았고

그 자금을 이용하여 지금의 이스라엘을 건설했다.

지금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이들은 조상의 목숨과 비극을 담보로 하여 그들이 살 장소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더불어 살기를 거부당한 설움으로 세운 나라의 주민이

그 설움을 이해하지 않은 채 똑같은 짓을,

아니 어찌 보면 반백년이 흐른 만큼 더 잔혹한 짓을 하고 있다.

 

어떻게 어린 아이에게 또래 아이에 대한 매질을 시킬 수 있으며

민간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폭격을 불꽃놀이처럼 보고 즐길 수 있는가.

그렇기에 또 다른 홀로코스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끔찍한 저주들까지

전세계의 사람들에게서 받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증오를 세계에 퍼뜨린 그 원죄는 예수를 못박은 그 죄 만큼이나 크리라.

 

후에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는 저자 역시

그 수상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건국을 얘기했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을 그 숨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준 것이 이 책의 의미라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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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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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은 예전에 <그 여자의 살인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일반적인 크라임 스릴러와 같이 쫀득쫀득하게 조여오는 스릴감이 높다기 보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찬찬히 들여다 보며 그들의 상태를 설득력있게 묘사하는 점이 탁월했던 기억.

그 작가의 데뷔작으로, 많은 찬사를 받은 작품이 바로 이 <몸을 긋는 소녀>이다.

데뷔작이란 대부분의 경우에 가장 많은 준비를 거쳐서 태어나게 마련이고

그 작가의 (당분간이라 하더라도) 작품 세계를 가장 오롯이 품기 마련이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작가라면 한번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적하고 조용하며 마을 사람들 누구나 서로를 알고 있는,

전형적인 미국의 시골 도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연쇄적으로 발생한 두 건의 살인을 취재하기 위해 그 곳 출신의 기자의 취재기.

 

사실 알고 보면 그 고향에서 주인공 카밀이 보낸 어린 시절은 아픔 뿐이다.

부모와의 갈등과 어린 동생의 이른 죽음 탓에 어긋나 버린 모든 관계들.

성적으로, 또 다른 방향으로 일탈하며 방황하던 그녀가 결국 귀착한 방식은

다름아닌 자신의 몸에 글자를 새기는 행동이다.

문신과 자해의 중간쯤 되는 이 행동으로

그녀는 자신의 자의식 속에 떠다니는 많은 아픈 단어들을 강박적으로 몸에 새겼다.

문신이 그렇듯 지워지지 않는 이 글자들은 말 그대로 지워지지 않는 과거들이다.

친구들에 의해 어느 정도 치유된 증상은 그러나 다시 고향에 돌아가

그 과거와, 그 과거를 상징하는 어머니와 마주했을 때 다시 드러난다.

 

이러한 아픔과 혼란 속에서

살인 사건을 취재하는 중,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역시 먼저 읽었던 작품과 마찬가지로 플린의 책은 심리 소설에 가깝다.

비록 그 심리와 적극적으로 동화되어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치밀한 묘사는 생생하게 그 감정을 전달한다.

그래서일까. 읽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그 감정선에서 자유롭게 나와 플롯과 인물들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카밀의 몸에 새겨진 단어들이 책장 곳곳에서 볼드체로 튀어나와 자꾸 잡아끌었다.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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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엔진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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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한국 SF 출판계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한 작가라면 역시 존 스칼지다.
미국에서 그랬듯, 한국에서도 <노인의 전쟁>으로 혜성같이 등장하여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급기야 짧은 기간에 그 후속편들과 편집서, 스탠드 얼론 작품까지 줄줄이 번역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전 작품이 출간되는 최초의 해외 SF 작가가 될지도.
 
스칼지는 분명히 좋은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굳이 SF의 사변성을 따지기 이전에 대중 문학으로서의 소설은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기본이기에 스칼지는 기본이 된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스스로 밝혔듯이 SF 장르의 충실한 팬이었던 스칼지는
이 장르의 문법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경우가 많다.
굳이 하인라인이니 홀드먼이니 그 이름들을 주워넘기지 않더라도 이는 분명하다.
 
이 작품. God Engine이라는 도발적이고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을 가졌고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이 안 되는 짧은 중편 소설이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아서 그 설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나 서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결말이 무척 궁금해지는 흥미로운 설정. 역시 이야기와 재미. 그리고
종교라는, SF라는 장르가 그 속성상 계속 다뤄왔던 소재와 플롯에서 크게 넘어서지 않아
역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 again.
 
독특한 설정에다가 짧은 분량 덕택에 바로 결말로 치닫는 속도감까지 흥미로웠던 반면,
역시 어떤 작가의 영향(젤라즈니?)을 받은 것도 같은 듯한 느낌의 조합은
어찌됐던 이번에 새로 나온 휴고상 수상작을 포함하여
번역된다면 계속 읽기는 읽겠지만
그가 인기만큼 대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만의 독창성과 그 무엇을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100년 가까운 역사 속에서 아주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얼마나 힘든가,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테드 창을 보라. 라고 대답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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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슬립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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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콜슨과 셜리 듀발의 열연 속에 극한의 스릴을 안겨준 걸작 영화 "샤이닝"

거장 스탠리 큐브릭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 잭 니콜슨의 광기어린 연기가 어우러져

공포 영화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고 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또 한명의 거장 스티븐 킹의 작품.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거대한 일가를 이룬 이들이 만났던 접점이 바로 <샤이닝>이었다.

웬만하면 원작을 먼저 읽고서 영화 등 영상 텍스트를 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나이지만

<샤이닝>의 경우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게 되었었다.

예상대로 압도적인 이미지의 홍수 때문에 책에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찬찬히 읽어나가니 영화로 다루어지지 않은 책 만의 메시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샤이닝이라는 탤런트를 가지고 살아가는 댄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애증의 대상인 아버지와의 관계 맺음의 이야기로서

댄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책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가득했었다.

 

이야기는 비극인듯 희극인 듯 끝난 이야기.

살아 남았지만 아버지를 잃은 댄.

아마도 작가는 그의 이야기를 좀더 끌어 내어 삶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작가의 손에서 이야기로 살아나야만 그 생명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

 

자신의 탤런트와 어렸을 때의 비극, 어머니와의 고된 삶이 얽혀서

자신이 가장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인 알콜 중독자가 되어 버리고

또 그에 대해 자조하는 댄의 아픈 인생.

영화 속의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서는 유추하기 힘든 삶이다.

 

오버룩 호텔이라는 작은 공간적 배경을 벗어나

미 전역을 떠도는 트루 낫이라는 수수께끼의 집단과의 사투가 다가온다.

멀리서 텔레파시를 전해오는 아브라 라는 또 다른 미스테리의 소녀.

이들이 만나게 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갈등은 고조되고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외로웠던 소년이 청년이 되어서

친구와 가족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가장 커다란 아픔을 극복하며

저주와도 같았던 탤런트를 특별한 것으로 만들게 된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역경을 주었던 대니에게 작가는 따뜻한 삶을 선물하고 싶었나 보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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