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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평점 :
이 작가의 작품은 예전에 <그 여자의 살인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일반적인 크라임 스릴러와 같이 쫀득쫀득하게 조여오는 스릴감이 높다기 보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찬찬히 들여다 보며 그들의 상태를 설득력있게 묘사하는 점이 탁월했던 기억.
그 작가의 데뷔작으로, 많은 찬사를 받은 작품이 바로 이 <몸을 긋는 소녀>이다.
데뷔작이란 대부분의 경우에 가장 많은 준비를 거쳐서 태어나게 마련이고
그 작가의 (당분간이라 하더라도) 작품 세계를 가장 오롯이 품기 마련이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작가라면 한번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적하고 조용하며 마을 사람들 누구나 서로를 알고 있는,
전형적인 미국의 시골 도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연쇄적으로 발생한 두 건의 살인을 취재하기 위해 그 곳 출신의 기자의 취재기.
사실 알고 보면 그 고향에서 주인공 카밀이 보낸 어린 시절은 아픔 뿐이다.
부모와의 갈등과 어린 동생의 이른 죽음 탓에 어긋나 버린 모든 관계들.
성적으로, 또 다른 방향으로 일탈하며 방황하던 그녀가 결국 귀착한 방식은
다름아닌 자신의 몸에 글자를 새기는 행동이다.
문신과 자해의 중간쯤 되는 이 행동으로
그녀는 자신의 자의식 속에 떠다니는 많은 아픈 단어들을 강박적으로 몸에 새겼다.
문신이 그렇듯 지워지지 않는 이 글자들은 말 그대로 지워지지 않는 과거들이다.
친구들에 의해 어느 정도 치유된 증상은 그러나 다시 고향에 돌아가
그 과거와, 그 과거를 상징하는 어머니와 마주했을 때 다시 드러난다.
이러한 아픔과 혼란 속에서
살인 사건을 취재하는 중,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역시 먼저 읽었던 작품과 마찬가지로 플린의 책은 심리 소설에 가깝다.
비록 그 심리와 적극적으로 동화되어 공감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치밀한 묘사는 생생하게 그 감정을 전달한다.
그래서일까. 읽기 힘들었던 책이었다.
그 감정선에서 자유롭게 나와 플롯과 인물들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카밀의 몸에 새겨진 단어들이 책장 곳곳에서 볼드체로 튀어나와 자꾸 잡아끌었다.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