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
폴 오스터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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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읽었던 폴 오스터의 책.

정말 좋아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만에 그의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그가 나에게 주는 감성을 소모해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맘에 드는 작가의 책은 다 읽으려 하는 내 독법상 한 작가의 책을 많이 읽게 되는데,

그런 경우 계속하여 읽다보면 감성적인 면이 무뎌져서 덤덤하게 읽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정말로 좋은 작품임에도 그저 그렇듯이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경우가 있어

일부러 어느 시간 동안은 그 작가의 책을 멀리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제법 오랜만에 그의 책을 펼쳤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나 "다리 위의 룰루"와 같은 그의 시나리오 작품.

그리고 그가 직접 연출할 만큼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작품이다.

 

작은 소품과도 같은 이 책은 너무나 맘에 들었다.

작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는 존재로서의 뮤즈와의 사랑을 소재로 다룬 이 책은

언뜻 닐 게이먼의 <샌드맨> 시리즈에서 잠깐 본 듯도 한데

어두웠던 게이먼의 극과 달리 아리따운 작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시나리오인 만큼 읽는 내내 이 장면이 어떤 영상으로 극화될 수 있을까,

머리 속에 그려보며 읽으며 마치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내면의 삶'이 어떤 것인지..

환상과 현실이 만나 그것이 삶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계속하여 그의 삶에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외로움과 유머, 그리고 애틋함과 정열. 그리움 등의 감정이

오직 짧은 대사만으로 전달되는 느낌에 오스터의 감성이 전달된다.

간만에 만나는 이 느낌이 너무나 좋고 사랑스러웠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이미 만들어진 영화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내게도 뮤즈인 이레느 야곱이 클레어 역을 맡았다.

어서, 어서 이 영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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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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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이 낯이 익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책이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으로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라는 당대의 명배우들이 연기한 영화의 원작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영국적인 감독과 배우의 손에서 아름답고 고요하게 펼쳐졌던 영화는

영국인이긴 하지만 일본의 이민자 출신인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으리라 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시구로는 정말로 마술과도 같은 솜씨로,

섬세하게 영국식 집사의 삶과 생각을,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하나의 플롯을 창조했다.

 

현대의 보통 사람으로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언뜻 이해도 잘 안되는 측면이 있는,

고풍스러운 영국식 집사의 신념.

보다 완벽을 추구하며 끝없이 자신의 직업과 신념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스티븐스의 일생은

그 자체로서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영화에서만 보던 '집사'라는 직업의 세계는 저러한 것이구나, 하며 읽는 재미가 솔솔할 정도로.

 

그렇지만 계속 읽다보면 일과 사생활 혹은 사랑 등등의 이분법적 접점에 대해서,

이러한 접점에서의 선택이 모든 직장인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티븐가 택하는 삶의 태도를 보면서 점점 그와의 동질감이 떨어지고 유리된다.

 

그가 가졌던 긍지와 자존심은 결국 시대의 흐름에 묻혀져 가고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그 역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긍지를 유지시킬만한 기준을 놓쳐간다.

남아 있는 것은 회고할 추억과 끝없이 자신에게 늘어놓을 수 밖에 자신의 자존감 뿐이지만,

그 마저 옛 주인의 불명예스러운 스러짐과 함께 사라졌고,

그러한 면면을 함께 공유할 수 없는 미국인 주인을 만나게 됨으로써

다시 세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근근히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 와중에 스스로 시대와 변화에 따라 자신을 맞춰가는 '사명'을 다하는 것은

결국 그가 그동안 결여하고 있었던 유머 감각 혹은 익살을 맞추는 것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현 상태는

저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결국 현대에 그를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일으킬 수 없다.

 

그렇지만

거의 가져본 일이 없는 장기 휴가를 맞아

옛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떠난 여행을 따라 가다 보면

그를 그러한 삶에서 꺼내주거나 혹은 새로운 가치를 그의 삶에 가져다 줄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음을 알고,

기대를 품게 된다. 과연 이 책의 결말이 어떻게 될까.

 

자신에게 연정을 품었던 여인과 자신도 모르게 자신 또한 가지고 있었던 사랑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렇지만 그가 택했던 방식 때문에 현재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채

옛 가치 만이 남아 있는 삶을 바라보면서 그는 깊은 회한에 잠겼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익살을 떠올린다.

이 책의 표제인 남아 있는 나날 동안도 그는 계속 그의 가치를 유지해 나가고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 신념을 누가 뭐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까우면서도 존경스럽고 멋지면서도 바보같은 그의 삶은

신념 속에서 새로운 남아 있는 나날을 다시 발견해낸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한 사람을 보면서

큰 여운을 남긴다.

 

멋진 소설.

영화를 다시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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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인상주의 : 경계를 넘어 빛을 발하다 - 19C 그림 여행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4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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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북스를 통해 소개되는 이탈리아의 미술사가 가브리엘레 크레팔디의 또 다른 책.

국내에 번역된 그의 다섯 번째 책이다.

주로 19세기 회화와 미술 사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듯한 그의 책들은

알기 쉽게 도판과 시대, 화가에 대한 해석과 설명들을 풀어주고 있어 읽기에 어렵지 않아 좋다.

 

이 책은,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인기있고, 특히 우리 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인상주의와 낭만주의에 대한 설명서이다.

 

주로 인물에 따르거나 연표 흐름에 따른 서술 구성이 많은 여느 미술사 책과 달리,

이 책이 택한 구성은 다소 특이하다.

 

당시의 시대상과 배경을 읽을 수 있도록 그 당시를 아우르는 미술사적 개념과 용어를 먼저 설명하는데

대표적 화가와 도판을 가지고 예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인상주의와 낭만주의를 들여다 보기에 앞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그 다음은, 당시 예술의 중심지를 풀어 낸다.

단순한 시대적 배경이나 공간적 배경에 대한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콕 찝어 한 도시와 한 지역을 설명하며 각 지역 과 미술 사조와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방식은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서술 방식인데 특이하지만 나름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표 미술가들과 대표작들을 일별하며 설명하여 전체적인 사조의 이해를 돕는다.

 

이런 식의 백과사전 식 구성의 미술사 책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이해를 시작하여 입문을 하기에 편하며

또한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여 보다 깊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관문의 역할로는 더할 나위 없지만

처음부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가기에는 좀 지치고 난삽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한 주제나 작가에 몇 페이지 정도씩 할애된 내용들로서는 또한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크레팔디의 이 책은 그러한 단점을 커버하기 위하여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구성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보다 싶은 공부를 위해서는 깊게 들어간 주제의 책을 구하면 될 일이고

그러한 정보를 얻기에 참 좋은 입문서로 읽을 만 하다.

 

깨끗한 도판은 또한 미술 전문 출판사로서 마로니에북스가 가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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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 행복한 고양이를 찾아가는 일본여행
고경원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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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 으례 기타 한번 잡아서 뚱땅거려 보고 싶듯이,

책을 좋아하면 또한 글 한번 써보고 싶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다만 글을 몇 자 끄적여 보면 자신의 탤런트가 여기까지 구나 하고 확인한 다음, 자괴감에 빠지거나

열심히 쓴 글을, 일기가 아닌 이상 누구에게 보이고 싶으나 독자를 확보할 수가 없어

그냥 노트나 컴퓨터 한구석에 처박히기 마련인데..

 

몇년 전부터 '블로그'라는 것이 생겨서 두번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개인 홈페이지-미니 홈피-블로그 를 거쳐 이제는 트위터와 같이

인터넷에 개인적인 글쓰기가 계속적으로 진화하며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에 대한 표현을 갈구하며 그 방법을 '글쓰기'로 하는 것이 또한 일반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글을 쓴다고 해서 누구나 독자를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글장이가 아닌 이상 뭔가 자신만의 소재를 가지고 독특한 글쓰기를 할 수 있어야

보다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가 있으며 그런 일에 성공한 사람을 '파워 블로거'라 부른다.

 

여기 그러한 파워 블로거의 두번째 책이 나왔다.

'길고양이' 혹은 더 나아가 고양이 라는 소재를 가지고 사진 찍기와 글쓰기를 오래도록 해오고 있는 한 사람이

이제는 한국을 넘어 일본으로 취재를 다녀와 일본의 (길)고양이 문화를 소개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잘 알 수 있고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며

그것으로 돈도 벌고 여행도 테마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위에 서술한 과정을 다 거친 나같은 아마추어 독자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내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그러한 글쓰기를 보며 즐거울 수 있기에

기꺼이 이 책을 즐겁게 읽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오랜 친구인 저자와 그의 친구를 응원하는 마음 또한 글을 읽는 내내 들었고.

 

즐겁게 책을 덮으며

어서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 는 맘이 든다.

저자에게 보낼 작은 선물 (스웨덴 길고양이 사진 ^^) 을 어서 보내야지.

그녀의 다음 책을 또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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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
김규항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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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규항의 글이 좋다.

공들여 쓰여진, 날이 서도록 벼려진 정제된 글들.

그리고 그 글들이 벼려진 만큼 자신의 삶과 주변을 돌아보는 데에 있어 여전히 좌파적 시각과 행동을 벼린 상태로

아이들과 함께 부모로서 살아가고 있는 삶을 보면,

그의 글의 진실성이 느껴져서 좋은 것이다.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었던 지승호의 김규항 인터뷰집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와 함께

최근 몇년 간의 김규항의 생각들을 일별할 수 있는 글 모음집이다.

 

그의 관심은,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는 '계급성'

정치적 민주주의와 구별되어야 할 경제적 민주주의, 즉 부의 재분배와 관련한 문제

예수를 통해 재해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이나 그 본질에 대해 크게 논의되거나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교육 문제

지식인의 역할과 사회 운동

등으로 카테고리화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가 활동하는 노선과 실천적 움직임에 100%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지적하는 계급의 문제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지적은 완전히 공감하며,

소위 진보적입네 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는 사회에 순응해 버릴 수 밖에 없는

많은 이 땅의 중산층들에 대한 가슴아프고 서글픈 지적에는

나 스스로도 찔려 주저 앉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나 역시 수구꼴통들의 작태와 부의 재분배를 모르는 엘리트 주의자들에 대해

게거품 물고 흥분하며 화를 내지만

내가 자식을 낳았을 때 그 자식이 조금이라도 이 사회에서 잘 살아남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 뻔하며

그 노력이란 게 결국 사회 순응적이며 그 아이가 엘리트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규항이 그의 자녀들과 나누는 대화가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다.

나 역시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어야 할 텐데.

 

내가 그의 나이가 되었을 때

D급 좌파로 남아 조금이라도 이 세상이 살기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이러한 다짐을 매번 하도록 만들어주는 그의 글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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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먹는고흐 2017-05-2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E급 좌파로라도 남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