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 Two Lap Runners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9
가와시마 마코토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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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스포츠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누구나 그러하듯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지는 자신만의 삶의 히스토리는 드라마틱하게 마련이고,

더군다나 자신의 신체를 가장 정직하고 솔직하게 단련하여 극한까지 모든 것을 끌어내어 겨루는 스포츠는

그러한 드라마의 정점을 찍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영화나 소설 같은 이야기들은

그러한 스포츠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넘어설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섞어내야만 하는 부담이 있다.

잘 만들어진 스포츠 소재 이야기는 상승 효과로 인해 정말로 그것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커다란 감동을 느끼에 하거나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은 쉽게 나오지 않아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 하다.

 

근래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는 곤도 후미에의 <새크리파이스>가 자전거 경주와 미스테리를 아주 잘 결합하여

다소 생소한 로드 레이스의 세계를 배우기도 하면서 미스테리를 읽는 맛을 잘 살려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 탓에 800미터 중거리 경주를 다룬 듯한 제목의 이 책을 보자마자 집어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육상의 인기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이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육상 선수권일 만큼 전세계적으로 육상의 인기는 높다.

스포츠를 잘 하지는 못하되, 보는 것을 싫어하는 스포츠가 없는 나는 육상도 상당히 좋아한다.

그중 트랙 경기 중에서 상당히 매력있는 경기가 800미터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중거리'라는 말로 800미터와 1500미터를 표현하는데,

장거리의 지구력과 단거리의 순발력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이 경기들은

각각의 재미를 모두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을 어떻게 녹여 내었을까. 일본에서는 많은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책이라기에 기대는 더욱 컸다.

 

하지만,

막상 책을 다 읽고 났을 때는 드는 느낌은 매우 어중간하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는 훈련에 대해 조금 나오긴 하지만 정작 본 경기의 긴박감은 전달되지 않고,

성장 드라마 로서의 이야기는 시도때도 없는 섹스 신에 묻힌다.

왜 성애와 얽힌 복잡다난한 연애사와 성장 이야기가 800미터 달리기라는 육상에 연관되어 지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있어야 할 텐데 이야기 전체가 무작정 달리는 느낌 뿐이다.

 

일본의 청소년들은 이러한 고민과 성장통을 공유하는지 모르겠으나

한국에서만 자란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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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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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사에서 듀나는 특별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PC통신이라는, 현재의 인터넷/웹 세상에서 등장한 초기 작가로서의 존재감,

그리고 그러한 등장이 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결국 문학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작가적 히스토리.

작품적으로는 유난히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장르 문학이라는 틀로

이제는 당당히 하나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인정받는 위치에 오름.

이러한 위상은 듀나라는 작가만이 가진 아우라인 것이다.

때문에 듀나의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장르 문학 팬으로서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좌절자'의 이야기이다.

등장 인물들의 상당수는 주류 사회에서 비켜난 사람들이다.

여자 친구에게 차인 남자라든가, 동성 연애자, 사회에서 아무런 주목을 끌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

외톨이, 그리고 의식만 살아있는 사람 등

어쩌면 한국의 문단에서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고 계속 비주류로 겉돌며 천대받는 장르 문학이 택할 수 있는

적임의 주인공들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들은 일상적인 환경이 아니라,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관 속의 세계에서

더욱 활동적인 주인공으로 살아 숨쉰다.

때로는 SF적인 근미래 또는 우주에서,

때로는 현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 한국의 현재에서

독특한 환경에 의해 현실과 현재를 교묘하게 비트는 작가의 글솜씨는 읽는 맛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동일한 세계관, 즉 영화 배우들의 이름을 붙인 우주 생명체를 통한 우주로의 인류 팽창과

링커라는 상징적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것들의 결합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하여

변종된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다룬 두 연작 중편이다.

전혀 새로운 세계관에 입각하여 새로운 역사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하여 열어 둔

이 이야기의 가능성에 기대감이 큰데,

하나의 픽스업 단행본으로 묶여 나올 예정이라니 그때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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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생각해 봐! -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
홍세화 외 지음 / 낮은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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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뉴스라는 것이 보통 좋은 소식보다 안좋은 소식을 전하기 마련이지만

30대 초의 젊은 작가가 굶어죽는다거나,

3천원을 한달 식대라고 지급하고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을 목도하는 세상.

갖가지 생각에서 벗어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그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그 모든 일에 사람들이 무덤하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점점 무덤함을 넘어서 당연시하고 있는 풍조.

이것이 가장 무섭고 미친 것이 아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 원인이 신자유주의의 만연으로 말미암은 능력-자본주의 체제에 순종하는- 위주의 사회,

그리고 오로지 그 능력으로 얻어진 특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보수적인 사고의 주도화,

마지막으로 그러한 능력에 최적화되어 획일적으로 주입되는 제도 교육이

그러한 제도를 꼭꼭 굳히는 것이 가장 크고 또 그것이 결과이지 않나 싶다.

 

내가 정당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도 좋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고 주장하고 그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래도 아닌 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한쪽만 바라보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은 어찌 봐도 옳지 않다.

최소한 모든 선택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스승이 될 수 있을 만한 훌륭한 분들이

일반적인 제도에서 잘 배울 기회가 없는 요즈음에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생각 거리를 던져 준다.

훌륭한 분들이라 표현한 것은,

생각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나누지 않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

공정 무역의 기회에 관한 이야기,

과학 기술의 이중성을 알려주는 이야기,

나눔 이야기,

문학적 감수성을 권하는 이야기

함께 사는 공동체 이야기,

전쟁의 참혹함과 탐욕에 관한 이야기.

 

일반적으로 알려 주지 않는 이야기들을 봄으로써

거꾸로 생각해 보고 무엇이 진짜 옳고 가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더군다나 아직 세계관이 굳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꼭 청소년에게만 한정지을 필요 있을까.

청소년 보다 못한 의식을 가지고 그저 체제와 사회의 꼭두각시처럼 사는 성인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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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네버랜드 클래식 12
진 웹스터 글 그림,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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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설의 고전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텍스트와 애니 등으로 접했을 책이다.

나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재미있게 봤었고,

아마도 책으로도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뚜렷하게 기억나도록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읽기로 하고 집어 들었다.

 

제루샤-주디가 자신을 고아원에서 끄집어 내어 대학에 보내준 후원자에게

스스로 붙인 별명인 '키다리 아저씨'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편지글로만 이루어진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기발랄하고 솔직하며 매력있는 아가씨인 주디의 성장과 감성을 보여준다.

 

편지글은 일기와 더불어 어떤 면에서는 가장 솔직하고 진실되게 감정을 전달하는 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체를 통하여 너무나 매력적으로 발랄하고 즐겁고 상상력이 풍부한 주디는

자신이 처음 사회에 나와서, 그것도 여자대학이라는 환경에서 접하게 되는 것들에 대한

경이로움과 놀라움, 때로는 부적응와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뿐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과 사상을 정립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해 나가면서 느끼게 되는 감성들을 - 호기심과 사라을 비롯한 - 솔직다감하게 표현한다.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후견인을 향한 이러한 솔직함에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디의 사랑스러움에 폭 빠져들게 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궁금함인, '과연 키다리 아저씨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을 공유하게 된다.

주디가 대학을 졸업하게 한 명의 당당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발걸음을 딛을 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과연 미지의 키다리 아저씨와 주디의 우정은 어떻게 발전하며 소설의 끝이 날지,

가슴 졸이며 읽다가 너무도 행복한 결말에 같이 행복해지는 소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이 책이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겨울밤, 행복한 한때를 보내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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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임수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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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여행은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여행에 비해 장점이 있다.

탈 것에 올라 있을 때는 물론 그 이동이 편하고 이동 중에 뭔가 다른 것을 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실제 그 길에서 보고 얻을 수 있는 것을 몸의 시선과 시간이 아닌,

탈 것이 주는 시선과 시간에 여행자 자신을 맞출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걷는 여행은 타는 여행에 비해 보고 느낄 것이 훨씬 많다.

 

그렇지만 길 위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는 뭔가 뚜렷한 지향점이 있거나

열린 마음이나 가지고 있는 지식점이 있어야 할 듯 하다.

흔히 이야기하듯 '아는 만큼, 그리고 관심이 있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은퇴 후 새로운 목표로서 실크로드의 도보 횡단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라 자신을 움직여 간다.

정치적 상황이 불안한 터키의 아나톨리아 평원에서

아직 외국인들과 친숙하게 지내는 법을 모르는 터키 시골의 사람들을 마주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하여 매일 한발한발 나가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익숙치 않은 움직임과,

아주 다른 문화와 습속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 등을 대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다잡으며 나아가는 모습은 인생의 한 막을 이미 살아온 사람의 연륜과

다시 또 다른 목표를 세워 정진하는 패기가 어울리는 모습이다.

 

따뜻한 환대를 받기도 하고

재산을 노리는 도둑놈들에게 쫓기기도 하며

때로는 환대를, 때로는 의심을 받으며 펼쳐지는 그의 매일매일은

나도 모르게 응원하며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특히 내가 보고 오지 못한 터키의 또 다른 모습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이 책은 여행기로서도 재미있지만,

매일매일을 한발한발 디디며 살아가는 우리 인생을 돌아보면

올리비에가 내딛는 발걸음이 우리네 삶과 같아 배우는 점이 많다.

그 모든 역경을 딛고 전진하다가 결국 병에 쓰러져 잠시 멈추는 데서 이 책은 끝나지만

이후 다시 돌아와 여행을 계속하는 올리비에의 의지를 배우며

이 책 이후의 여정도 함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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