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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문학사에서 듀나는 특별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PC통신이라는, 현재의 인터넷/웹 세상에서 등장한 초기 작가로서의 존재감,
그리고 그러한 등장이 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결국 문학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작가적 히스토리.
작품적으로는 유난히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장르 문학이라는 틀로
이제는 당당히 하나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인정받는 위치에 오름.
이러한 위상은 듀나라는 작가만이 가진 아우라인 것이다.
때문에 듀나의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장르 문학 팬으로서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좌절자'의 이야기이다.
등장 인물들의 상당수는 주류 사회에서 비켜난 사람들이다.
여자 친구에게 차인 남자라든가, 동성 연애자, 사회에서 아무런 주목을 끌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
외톨이, 그리고 의식만 살아있는 사람 등
어쩌면 한국의 문단에서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고 계속 비주류로 겉돌며 천대받는 장르 문학이 택할 수 있는
적임의 주인공들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들은 일상적인 환경이 아니라,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세계관 속의 세계에서
더욱 활동적인 주인공으로 살아 숨쉰다.
때로는 SF적인 근미래 또는 우주에서,
때로는 현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 한국의 현재에서
독특한 환경에 의해 현실과 현재를 교묘하게 비트는 작가의 글솜씨는 읽는 맛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동일한 세계관, 즉 영화 배우들의 이름을 붙인 우주 생명체를 통한 우주로의 인류 팽창과
링커라는 상징적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것들의 결합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하여
변종된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다룬 두 연작 중편이다.
전혀 새로운 세계관에 입각하여 새로운 역사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하여 열어 둔
이 이야기의 가능성에 기대감이 큰데,
하나의 픽스업 단행본으로 묶여 나올 예정이라니 그때가 너무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