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이세기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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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영화는 영화가 아니었다.

지금은 한국 영화, 또는 국산 영화로 순화되었지만

'방화'로 불리며 해외에서 수입된 영화들과 명확히 구분되었고, 그 취급은 낮았다.

지금같이 멀티플렉스가 많아 스크린 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해외 영화와 스크린을 걸고 경쟁하기가 더욱 치열할 때에 경쟁력이 낮아

스크린 쿼터로 단단하게 보호해 주어야 했다.

주말이나 명절에 한국 영화는 루즈한 시간에 할당되게 마련이었고

그 편성 또한 해외 영화에 끼워팔기 식으로 판매되어 TV로 간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가는 영화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내가 고등학교를 마칠무렵 개봉한 '서편제'가 단관으로 100만 관중을 동원하고

어느새 자국 영화가 헐리우드 영화에 맞서 시장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흥행성과 함께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들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에 이른다.

 

춘사 나운규가 민족성 깊은 우리 만의 영화를 만들었던 시대로부터 100년.

우리 영화를 새롭게 조명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는 이 무렵,

드디어 나와야 할 책이 나왔다.

 

영화사적으로 몇몇 영화를 사(史)적으로 고찰한 이론 책은 있으되,

우리 영화를 순수하게 영화로 일별하고 총정리한 책으로,

데이터베이스로 현재까지 제작된 6천편이 넘는 한국 영화를 모두 리스트업한 후,

영화계의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1001편을 뽑아

사진 자료와 함께 해설은 실은 책이다.

 

사실 같은 출판사에서 2005년에 출간된 슈나이더 편집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이란 책을 읽으며

부럽기도 하고 안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라는 예술이 만들어진지 100년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자료와 역사를 모아 하나의 굳건한 산업이자 인정받는 예술로 만들어진 것이 부러웠고,

그 자료에 많은 아시아 영화가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것.

 

그 와중에 우리는 우리 영화를 인정한 지도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다.

사실 나 역시 그렇게 영화를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를 챙겨보는 것은 일반적인 영화 관객들의 추세와 다르지 않았고

어찌 보면 조금 더 느렸다.

 

그래서인지,

그를 벌충하여 조금 더 큰 애정을 가지고 이 두꺼운 책을 찬찬히 읽었다.

1919년의 "의리적 구토"로부터 "추격자"까지.

1001편의 거대한 파노라마를 따라가다 보니

1001편의 해외 영화에서보다 본 영화의 수의 비율이 작다.

그리고 대부분 90년대 이후의 영화들.

아직 내가 한국 영화에 대해서 공부가 너무 적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한편으로 희망적이고 즐겁기도 하다.

아직도 내가 보고 나서 즐겁고 슬프고 감동받을 한국 영화가 많이 남았다는 것에.

이 책을 발판삼아 조금 더 한국 영화들을 찾아보며

지금의 한국 영화들과 한국 문화를 이루어낸 그 기저를 읽어 보리라.

 

이러한 방대한 작업을 진행한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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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는 아이 2
엑토르 말로 지음, 원용옥 옮김 / 궁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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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축약본으로 읽었던 책들을 성인이 되어 완전한 버전으로 다시 읽는 느낌은 새롭다.

오래 전의 그 느낌이 되살아남과 동시에

새롭게 읽게 되는 글은 재미를 주고

성인이 되어 생긴 새로운 감성으로 어릴 때와는 다른 감상으로 읽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완역본으로 출간되는 책을 만나게 되면 너무나 행복하다.


집없는 아이 레미.

엑토르 말로라는 작가 이름은 잘 몰라도 누구나 어릴 적 읽어보았을 작품이다.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어린 시절을 보낸 집에서 팔려간 레미.

그가 비탈리스 악단에서 음악을 배우고,

백조호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기도 하며,

제2의 가족이었던 리즈의 집에서 생활을 하기도 하며

다시 평생의 친구인 까삐와 마띠아와 함께 여정을 떠나고,

멀리 영국 땅에서 부모를 만났다가 반전이 일어나 진정한 가족을 다시 찾는 과정이

무려 800페이지가 넘는 서사로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당시 프랑스 하층민들의 생활은

이 책이 하나의 훌륭한 사회 소설이기도 함을 보여주며,

철없는 아이에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길 위에서 꾸려가는 레미의 모습은 성장 소설이고,

또 레미의 여정이 가족을 찾기 위한 여정이고 결국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꾸리는 해피 엔딩으로,

가족/청소년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가 행복해지기를 얼마나 바랬던가.

끝없이 계속되는 행복과 역경, 그리고 또 다른 극복과 여정의 반복 속에서

독자는 레미와 함께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삶의 가치가 어떤 것에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동심으로 돌아가서 읽었지만

레미 만한 아들이 있어도 될 만한 나이의 지금에 읽었을 때에도

여전히 나의 삶은 레미와 같이 배우며 성장하는 중임을 깨닫는다.

나의 가치와 성장은 어디 있을지..

행복해진 레미와 함께 잠들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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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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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집에 가면 그 사람의 서재를 보는 사람이 있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일별하면 그 사람의 사람됨, 취향 등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까지의 혜안은 가지고 있지 못하나,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서가를 기웃거리곤 한다.

이는 어릴 때부터의 버릇이기도 한데

책을 좋아하지만 집에 책이 별로 없었다 보니 남의 집에 가면 그 집에 있는 책을 집어 들고 열심히 읽었던 것.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은 친구가 있는 집에는 읽을 책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어른들 책까지 그저 집어들고 읽었던 문자 중독증은 지금도 계속되어

다른 사람의 집에 가면 있는 책들을 한번 둘러 보곤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책이 있을 때는 그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책이 있을 때는 어떤 책인지 물어보며 새로운 것을 배워오는 수확을 얻게 된다.

 

'지식인'의 개념은 애매모호하지만 이 책에 등장한 분들은

분명히 그들의 삶과 철학에서 내가 배울 것들이 있는 이들이고

따라서 직접 방문해 보지는 못해도 그들의 서가를 살짝 엿봄으로써

지적 호기심의 충족,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배움, 그리고 그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순수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행동파 법학자, 진화 생물학자, 솟대 예술가, 시인, 북디자이너, 한복 디자이너, 사진작가, 건축가 정치인,

아트 스토리 텔러, 변호사 출신 운동가, 건축가, 출판인, 영화감독, 바이올리니스트, 전통 예술 연출가.

다양한 직업 만큼 그들이 살아온 삶 또한 다양하다.

그들이 읽어온 책을 만나기 전에 그들의 삶을 읽는 것이 더욱 흥미롭다.

결국 책이란 것도 작가가 그들의 삶을 우려내어 글로 표현하여 반영한 것이 아니던가.

 

다양한 직업으로 귀결시킨 만큼 다양한 그들의 삶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이 책과 친해지고 평생 책과 함께 하게 되는 지점을 보게 된다.

그리고 지점의 수십 년 후를 현재의 책장 사진에서 만난다.

살짝 들여다 보는 그 사진이 감질나면서도 너무 재미있다.

 

그 책들을 꼼꼼히 적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이로써 새로이 몰랐던 분야의 책들을 좋은 북멘토들의 소개를 통해서 만나게 되고

그 책들을 다 만나게 되었을 때 나의 지평이 조금은 넓어지리라.

 

책을 덮고 내 책장을 본다.

내 욕심과 취향과..

결국 내가 살아온 생이 내 책장에도 역시 담겨 있다.

나는 몇년이 지났을 때 누군가에게 내 책장을 보이며 어떤 책을 추천하고

내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지식인은 못 되어도 내 책장에 부끄럽지 않은 식견과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올바름을 가져야 함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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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술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5 링컨 라임 시리즈 5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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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의 걸작 스릴러 시리즈 링컨 라임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

아멜리아와 라임의 활약은 이번 편에도 계속 되지만 이전의 작품과는 약간은 성격을 달리 하는 작품이었다.

 

원제는 '사라진 남자' 이지만 번역은 '사라진 마술사' 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콤비는 마술사를 상대해야 한다.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신기하기 짝이 없는 마술사들의 마술의 트릭을 도저히 알아내기 어렵다.

단순히 기술적인 트릭 만이 아니라, 관객의 심리를 읽어내어 감각을 미스디렉션으로 흩어뜨리고

그 사각에서 트릭을 부리는 마술사의 움직임.

변신 마술과 복화술, 탈출 마술 등등 거의 모든 마술을 마스터한 신비의 인물을 쫓는 아멜리아와 라임은

찾아낸 증거들이 미스디렉션인지 아닌지 조차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한층 더 어려움을 겪는다.

 

여마술사의 조언에 따라 하나하나 트릭을 파헤쳐 가며 마술사 살인자의 뒤를 쫓지만

계속하여 펼쳐지는 마술 살인의 쇼에 독자들은 넋을 잃게 되는 듯 하다.

이는 작가가 계속 그려내는 상황의 쇼에 넋을 잃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마술사와 작가가 그려내는 쇼에

미스테리 스릴러의 특징인 두뇌 싸움을 포기하고 그저 책장을 넘기기에 급급하게 되기 마련.

 

이 작품이 이전 시리즈와 다른 점은 이러한 주인공의 도치에 있다.

개성강한 범인이 매번 등장하는 시리즈이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마술사와 트릭인 듯 보이므로.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끊임없이 뒤집는 반전의 연속이다.

범인과의 끝없는 두뇌 싸움끝에 승리하는 구조가 아닌,

승리-미스디렉션-재승리-미스디렉션 의 구조를 반복하게 되며,

이로 인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점이 독특하다.

 

그 반전이 거듭될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새롭게 마주하는 아멜리아와 라임 콤비.

그들이 마지막을 승리로 이끌고 나서야 긴 한숨을 내쉬고

기다란 쇼의 마지막 커튼콜 박수를 칠 수 있다.

 

바로 이전 작품인 돌원숭이가 중국 이민 사회의 이면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삼았다면,

이 작품은 마술의 세계를 스릴러와 결합시켰는데..

과연 시리즈의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언제나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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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 에디션 D(desire) 2
제임스 발라드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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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영화로 보았었던 <크래시>.

많은 삭제 탓인지, 원래 난해한 내용인지..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는 이해하기 힘들었었다.

그 영화의 원작이 제임스 발라드 작품인지 조차도 몰랐는데 이 책이 나오고서야 알게 되었다.

역시 영화로 유명한 <태양의 제국>의 작가이자,

SF계의 흐름을 바꿨던 뉴웨이브의 대표 작가로 <크리스탈 월드>가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 작가.

기대를 품고 책으로 세번째 그를 만났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애꾸 나라에서는 두 눈 가진 사람이 비정상이듯이 정상/비정상은 다수/소수의 상대적 상황에 의해 비롯된다.

따라서 (이 책도 마찬가지지만) 20세기 이후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다양한 abnormal한 상황들에 대해서

'변태'로 치부해 버리고 넘어갈 수는 없으며,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시체 애호라든가, 아동 애호, 사지 절단 등등은

나로서는 결코 이해내지 공감할 수는 없으되, 삶의 다양한 측면을 들여다 본다는 면에서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던 기호와 달리,

이 책에 등장하는 자동차와 연결된 성 집착은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결합되어야만 하는 20세기 이후의 기호이다.

자동차와 그와 필연적으로 연결된 사고,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하여 생겨난 피, 상처, 죽음 등등을

성애와 연결하여 집착하는 이들의 면면을,

과연 이러한 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또 리얼하게 묘사한다.

 

작가 스스로의 이름으로 등장한 주인공이 자동차 사고.

그 이후로 그의 삶에 등장한 본이라는 사람과 엮이면서

자동차와 사고에 삶을 엮어 성애를 벌이는 일에 점점 빠져든다.

그전부터 외도를 통한 자극으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였던 아내와 함께

본과의 위험한 관계로 빠져드는 발라드의 모습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학과 피학이 뒤섞인 성애로 점철되어 있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에 들어 점점 보이고 있는 새로운 현상인

사이버 펑크 류의 문화들 - 사이버 섹스 같은 - 의 시초를 예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점점 전통적인 생활 양식이 사라져 가고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생활 양식이 나타나면서

인간의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기호는 더욱 다양해지기 마련인데,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결합한 테크놀로지인 자동차를 주목한 작가의 시각은 혜안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에로티시즘은 가장 내밀하면서도 보편적인 감성이다.

당연히 문학에서도 이를 다루는 작품이 많지만

그 내밀성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때로는 전면에, 때로는 후면에 배치된다.

그책에서 시도하고 있는 에디션 D는 보수적인 우리 문화에서 거의 처음으로 시도되는,

에로티시즘 문학의 전면화 기획이다.

초기 기획은 아직 영화 등의 타 매체로 인하여 조금은 알려진 작품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로부터 시작하여 하나의 장르로서의 에로티시즘 문학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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