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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냐 추녀냐 -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 ㅣ 지식여행자 3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몇년 전 체코 여행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책 중의 하나로 <프라하의 소녀시대> 라는 책이 있었다.
이 책 역시 다른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책인데,
동유럽 여행기를 하나 읽다가 저자가 베오그라드나 프라하를 가게 되면서부터
하도 본문 중에서 이 책 얘기를 하면서 감격스러워 하길래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깊은 인상을 주었나 싶어 기억해 두었다가 읽었다.
일본 공산당 소속의 아버지가 공산권 국가인 체코로 떠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양한 배경과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러시아 국제학교에서 공부했던
특이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자 요네하라 마리.
그때 배웠던 러시아 어로 일본에서 손꼽히는 통역가로 살아오다가
그 사춘기 시절 친구들 중 세명을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아 떠나서 만나고 돌아오는 이야기의 책이었다.
독특한 소녀 시절을 보낸 경험과 사춘기의 감수성.
서로가 연륜과 세월이 쌓여 장년이 된 이후 다시 만났을 때의 감정이 어우러짐을 생생하게 풀어낸 이 책이
나에게 또한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여행 준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요네하라 마리는 곶감처럼 생각날 때마다 한권씩 빼먹는 작가가 되었다.
통역가 일을 하면서,
취미이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영역들을 알아야 통역을 할 수 있기에
이십 년 동안 하루에 몇권씩의 책을 읽어내는 생활을 했다는 저자.
러시아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을 다니면서 얻은 문화 인류학적 성찰을 가진 그녀는
흔치 않은 인생 역정을 통해 얻은 생각과 경험을
일본인 특유의 발랄하고 귀여운 문체와 함께 전지구적인 보편성과 중립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써내려 왔고 이는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국내에서도 마음산책 출판사가 얼마 전에 전작 번역 출간을 완료했다고 하니
꾸준한 독자층을 형성한 모양이다.
그 중 이 책은 그녀의 최고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는 통역에 관한 이야기다.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통역의 방법론부터 노하우 등을 풀어내고 있는데
다소 지엽적인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일본어나 러시아어 양쪽에 대해 그다지 아는 바가 없기도 하여
구문론에 이르면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게을러 터진데다 재능도 없어 그저 영어 몇 줄 할 뿐이만서도
외국어에 대한 흥미만은 놓지 않고 있는 나에게는
재미있고 공감가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아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도 그녀와의 네번째 만남이었을 이 책을 마치고
다섯 번째 만남을 위한 책을 서가에서 찾아 꺼내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