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
김형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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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부터인가 페이스북의 친구들이 추천하여 내 담벼락에 푸쉬되는 글이 있었다.

'산하의 오역'이라는 타이틀을 단 그 글들은 하루하루에 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살려내고 있었고

정말로 읽을 만 했기에 꾸준히 쓰여지는 것을 보고 나 역시 구독을 시작했다.

 

나보다는 약간 선배 뻘의, 방송사 PD로 일하고 있는 이가

아마추어리즘을 뛰어넘은 글솜씨로 쓴 글들의 팬이 되었고

매일매일 찾아 읽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을 알고서는 바로 구매했다.

 

1월 1일부터 하루하루 넘어가는 것이 아까워서 야금야금 아껴 읽었지만

어느덧 10월의 오늘은 넘어갔고 결국 12월 31일을 다 읽고 덮었다.

지금은 그가 매일 쓰지 않고 어쩌다 쓰거나 예전의 글을 가져다 놓기 때문에

예전의 글들을 오롯하게 담아 묶어낸 이 책은 소중하다.

다만 모든 날들이 아니라 선별된 것은 조금은 아쉬운 점이기도 하고..

 

교과서 파문이 한창인 요즈음인데.

역사를 가르치고 아는 것은 중요하되,

어떤 역사를 새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먼저 필요하다.

역사를 배우는 것이 과거에서 배워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지혜를 얻는 것이라면

그저 연표를 외우거나,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바란 대로 만들어 놓은 역사를 보는 게 아닌,

과거의 누군가가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

그래서 오늘의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들이 만들어진 그 역사를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역사책들은 너무도 소중하고 알아야 할 것들을 많이 놓치고 있음인데

이 책은 그중 하루하루의 조그맣지만 귀중한 사실들을 무지 속에서 건져내었다.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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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냐 추녀냐 - 문화 마찰의 최전선인 통역 현장 이야기 지식여행자 3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몇년 전 체코 여행을 준비하면서 만났던 책 중의 하나로 <프라하의 소녀시대> 라는 책이 있었다.

이 책 역시 다른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책인데,

동유럽 여행기를 하나 읽다가 저자가 베오그라드나 프라하를 가게 되면서부터

하도 본문 중에서 이 책 얘기를 하면서 감격스러워 하길래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 깊은 인상을 주었나 싶어 기억해 두었다가 읽었다.

 

일본 공산당 소속의 아버지가 공산권 국가인 체코로 떠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다양한 배경과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러시아 국제학교에서 공부했던

특이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자 요네하라 마리.

그때 배웠던 러시아 어로 일본에서 손꼽히는 통역가로 살아오다가

그 사춘기 시절 친구들 중 세명을 수십 년 만에 다시 찾아 떠나서 만나고 돌아오는 이야기의 책이었다.

 

독특한 소녀 시절을 보낸 경험과 사춘기의 감수성.

서로가 연륜과 세월이 쌓여 장년이 된 이후 다시 만났을 때의 감정이 어우러짐을 생생하게 풀어낸 이 책이

나에게 또한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여행 준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요네하라 마리는 곶감처럼 생각날 때마다 한권씩 빼먹는 작가가 되었다.

 

통역가 일을 하면서,

취미이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영역들을 알아야 통역을 할 수 있기에

이십 년 동안 하루에 몇권씩의 책을 읽어내는 생활을 했다는 저자.

러시아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을 다니면서 얻은 문화 인류학적 성찰을 가진 그녀는

흔치 않은 인생 역정을 통해 얻은 생각과 경험을

일본인 특유의 발랄하고 귀여운 문체와 함께 전지구적인 보편성과 중립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써내려 왔고 이는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국내에서도 마음산책 출판사가 얼마 전에 전작 번역 출간을 완료했다고 하니

꾸준한 독자층을 형성한 모양이다.

 

그 중 이 책은 그녀의 최고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는 통역에 관한 이야기다.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통역의 방법론부터 노하우 등을 풀어내고 있는데

다소 지엽적인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일본어나 러시아어 양쪽에 대해 그다지 아는 바가 없기도 하여

구문론에 이르면 흥미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게을러 터진데다 재능도 없어 그저 영어 몇 줄 할 뿐이만서도

외국어에 대한 흥미만은 놓지 않고 있는 나에게는

재미있고 공감가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아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아마도 그녀와의 네번째 만남이었을 이 책을 마치고

다섯 번째 만남을 위한 책을 서가에서 찾아 꺼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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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톰 크루즈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더욱 탄력을 받아 계속 번역 출간되고 있는 잭 리처 시리즈.

영국 출신의 작가 리 차일드가 거의 이십 년간이나 인기리에 이어오고 있는 액션 스릴러 장르의 시리즈이다.

중간부터 출간되었다가 인기를 얻어 시리즈 처음부터 잘 나오고 있는 해리 보슈 시리즈를 기대하여

이 시리즈 역시 정주행을 하기 위해 기다렸건만 후반부 작품만 계속 출간되고

1, 2권이 나온 후 9편이었던 <원샷> 이후 편만 나오는지라 결국 참지 못하고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1편부터 정주행하고 있는 보슈 시리즈처럼 읽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화끈하고 통쾌한 액션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잭 리처는 읽은 보람이 있다.

 

어떤 수수께끼를 던져 놓고 독자로 하여금 그 답을 끊임없이 궁금해 하도록 하면서

주인공이 그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그 결말을 짓는 미스테리 장르와 달리,

이 작품은 주어진 사건과 현실에 엄청난 전투력을 가진 전직 군인인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서 풀어나갈까를 궁금해 하게 만드는 액션물이다.

 

겉보기에는 아주 평온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우연히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어 그 누명을 벗어야 하고,

또 피해자가 오래 전에 헤어진 친형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 범인도 찾아야 한다.

여러 가지 인물들과 만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눈 앞에 빤히 보이는

이 범인들을 추적하고 잡고 때려주어야 하는 상황인데

속 시원히 때려잡는 리처의 활약상의 일종의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고독한 맹수 같은 이 인물의 독백과 생각을 읽어가면서 천천히 그와 동화되어 감을 느끼게 된다.

 

머리 아픈 두뇌 게임에 지쳤을 때 청량감을 만끽하면서 독서를 하고 싶다면

그때 잡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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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죄 밀리언셀러 클럽 12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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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중독 탐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인 매튜 스커더의 데뷔작이다.

수많은 걸작 미스테리 소설을 써 내려, 그랜드 마스터 칭호를 받은 로렌스 블록의 작품들 중에서도

30년 넘게 스무 작품 가까이 계속되었던 인기 시리즈.

그 첫 작품은 역시 여러 가지 메타포를 담으며 공들인 티가 난다.

 

그다지 길지 않은 중편 정도의 작품이지만

전체적인 플롯과 곳곳의 복선이 꽤 공들여서 준비한 작품임을 알게 한다.

이 다음 작품이 같은 해에 바로 출간되었던 것을 보면

로렌스 블록은 이 시리즈에 대해서 준비를 열심히 하여

계속 끌어나갈 생각을 처음부터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경찰을 그만 둔 채, 별다른 면허도 없이 혼자서 탐정 비스무리한 일을 하고 있는

매튜 스커더에게 한 의뢰가 들어온다.

이미 범인이 밝혀진 살인 사건의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해자였던 딸의 생전 행적과 삶의 모습을 알고 싶다는 의뢰를 한 것.

 

그저 난잡한 매춘부였으리라 짐작되었던 피해자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드러나는 모습은

당연했던 모습들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범인의 행적도 짐작했던 것과는 다르다.

그들의 묘한 행동들은 이 작품의 제목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그들의 아버지들과 뭔가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은 되는데....

 

스커더가 결국 밝혀낸 진실은 쓸쓸하다.

그가 아프게 되뇌이며 살아가는,

그를 경찰직에서 물어나도록 했던 아픈 과거처럼

그가 밝혀낸 진실 또한 그에게 굴레가 될 것이다.

 

거의 40년전 미스테리인 만큼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배경도, 플롯도 고풍스럽다.

거의 나와 동갑인 작품.

그러나 계속될 스커더의 삶을 따라갈 독자라면

그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인 만큼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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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인기 시리즈 해리 보슈 시리즈의 네번째 권.

앞 세권을 읽으면서 나올 것 같았던 보슈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베트남 전의 기억과 연관된 사건이나,

그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또한 잊고 싶은 기억인 사건의 재연 등과 같이

이제까지의 시리즈는 계속하여 어둡고 외로운 코요테 같은 보슈 형사의 캐릭터를 만들어간

그의 과거사와 연관된 사건들을 다루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어머니의 미제 살인사건.

히에로니머스라는 수백년 전의 화가, 그것도 매우 독창적이고 외골수였던 이의 이름을 붙여준 어머니.

거리의 여자로 살면서 하나뿐인 아들을 고아원에 놔두어야 했었던 아픔을 가진 채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쓸쓸하게 거리에서 죽어갔던 사람.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미결 사건으로 수십 년째 남아 있는 그 사건을 놔둬서는

영원히 보슈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었는지 모른다.

 

맞수였던 파운즈 경위와이 사건으로 정직을 당한 김에

그 사건과 정면으로 맞서고 해결하려는 보슈.

그 와중에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벌어지는 살인들.

그렇지만 현실의 압박보다 계속적으로 잔잔하게 보슈를 누르는 과거의 잔상들이 애잔하기만 하다.

과연 LA 근교에 살아남은 마지막 코요테 처럼 계속하여 살아갈 수 있을지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듯 한 보슈의 여정은 스릴있기 보다 짠한 느낌이 강하다.

 

반전을 거듭한 마지막 결말.

그 결과를 받아들인 채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 보슈의 모습이

쓸쓸하지 않은 모습이었으면 하지만

매번 그래왔듯이 다음 편에서 또 다시 그가 자신을 세계에 가둘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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