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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 Family Ti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훌륭하다..
진작 볼 걸..
내 선배가 주로 '아사리판' 이라고 표현하는,
아작난 두 가족의 모습이 나타나는 두 에피소드와
이 두 가족이 어쭈구리하게 합쳐지게 되는 마지막 에피소드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다..
문소리, 고두심, 엄태웅이 등장하는 첫번째 에피소드는 무얼 말하고 싶은지 몰랐지만..
공효진, 김혜옥이 등장하는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가족이란 단어가 급부상한다.
찬조출연한 류승범과 열연한 공효진은 언제나 꼭 자기 자신 같은 캐릭터를 찾아 연기하는,
이쁜 배우들이다..
봉태규와 정유미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그 내용이 맘에 들었다. (가장 맘에 들었다)
한 사람을 사랑하긴 하되,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을 결코 용납할 수 없고 상처받으며,
그 사람을 또한 사랑하되, 그 모습을 버릴 수 없고 다시 상처받는 두 관계.
이 욕망과 사랑의 변증법적 끝을 어찌 찾을 수 있을지..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계속 가슴 한구석을 후벼 파는 의문이었다..
같이 영화를 봤던 와이프에게 물어봤더니 그 사랑을 붙잡고 버티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트럭에 태규가 치인 줄 알고 뛰어왔다가 안도하고 껴안는 유미의 모습은 그야말로 짠~ 한 장면.
이 장면을 통해서 정유미라는 배우를 주목하게 되었다.
(청룡상도 그랬나 보다. 여우조연상을 안겼다)
필모그래피를 보니 "달콤한 인생"에도 나왔던데 어디 나왔지? 아무튼 지켜봐야 할 듯.
아양떠는 태규를 바라보는 유미는 속은 정말 아프지만 내색하지 않고 미소지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그 관계를 '놓았다'..
이 놓았다는 표현이 정말 처연하고 짠하고 가슴아픈 것.
포기하거나 버리거나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놓은 것..
우리 헤어졌어, 라고 엄마 앞에서 얘기할 때
순간 봉태규와 문소리가 얼었을 때..
이 영화가 정말로 가치있게 올라가도록 하는 장면을 문소리가 천연덕스럽게 보여준다.
그 장면으로 신파가 아닌, 참신한 걸작으로 앞의 두 에피소드를 포함한 전체 영화가 살아난다.
대단한 장면..
그래.. 그렇게 풀 수도 있었다..
휴일 저녁 조용히 보고서 하루 종일 기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