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인기 만화가 중 하나인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은 원어로 읽기가 매우 까다롭다.
대사가 그렇게 많지 않고,
등장 인물의 표정이나 눈빛, 하나하나로 아주 세밀한 심리 묘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그림체 또한 가벼운 펜터치 몇 개로 이루어진 단순한 그림이라,
자세히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 가벼운 그림체에서 점 하나 선 하나로 바뀌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그려내는
작가의 탁월함에 언제나 감탄을 금할 길 없이 그 수 많은 작품들을 보게 된다..
대표작 중의 하나인 <터치>는 야구를 사이에 두고
배꼽 친구들인 쌍동이 형제와 이웃집 여고생의 삼각 관계가 중심이다.
가장 가깝고 허물없으면서 서로 먼저 꺼내면 터질 것 같은 삼각 관계의 팽팽한 끈.
그 팽팽함을 역시 작가 특유의 유머와 심리 묘사와
또한 야구라는 스포츠가 주는 긴박감까지 어우른 최고의 수작 중의 하나.
그러나,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터치"에는 이러한 원작의 장점이 하나도 없다..
"조제.."와 "금발의 초원"에 이어 세 번째 보게 되는 감독의 영화인데,
잇신 감독의 휴머니틱 영화는 보기 편하고 기분 좋지만,
어딘가 모르게 내게는 2% 부족하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주인공들이 저런 미묘하고 어려운 관계를 표현하기 에는 너무 연기력이 모자랐던 듯.
미츠루 원작의 영화를 연기할 때에는 그런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주연 뿐 아니라 조연에게서도 깊이없는 일상적인 연기만을 끌어내고,
전체적으로 임팩트 없이 단순 에피소드만을 나열한 감독의 책임은 너무나도 크다..
다시 만화책이나 봐야 겠다..
요즘 새로 연재하는 작품이 있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