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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내 청춘이 수상하다 - 사실은 멋지게 살고 싶었다
캐롤라인 황 지음, 박무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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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내 청춘이 수상하다'라는 제목과 캐리처켜를 내세운 표지가 더없이 유쾌해 보인다.
스물 일곱 여자의 일과 사랑. 더구나 뉴욕패션 잡지사란다.
뒷표지의 소개글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재미를 위해 골라든 책이었다.
그 어떤 무게와 생각을 요구하지 않고 더없이 즐겁게 읽으려한 책.
잠깐 색다른 관심을 끈 것은 작가가 재미교포 2세라는 점,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책의 주인공이 재미교포 2세라는 점 뿐이었다.


이 책, 예상대로 재미있다.
유쾌함과 위트가 글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무게가 있었다.
이 책은 절대 내가 생각했던 그저그런 소설이 아니었다.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까?
난 뉴욕엔 가본 적도 없고, 스물일곱도 아니고,
결혼하라고 닥달하는 엄마도 없고, 일과 직장에 치여있는 것도 아니고
교포2세도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난 매우 쉽게 진저와 동화되고 말았다.

너의 삶에 무슨 특별한 문제가 있느냐 하면 딱히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목표를 둘 곳 없이 서있는 듯한 두려움과
가족들의 기대어린 애정에 대한 무의식적인 부담감,
사회적으로 맺어진 사람들과의 갈등,
정작 세상 어느곳에도 속하지 못한 것만 같은 무소속감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이러한 것들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을 놓을 수 없게 했다.

진지하다면 진지하고, 가볍다면 가벼운 그런 분위기로
나의 고민은 진저의 고민으로 대치되었고,
솔직하고 유쾌한 일상 속 진저의 이야기는 웃음속에서 현실을 생각할 찰라의 여유를 주었다.

이십대 중반의 여자에게.. 뚜렷하게 표현할 순 없는 불안함과 갈등은 어느곳에나 있나보다.
단지 진저에겐 '교포2세'라는 가볍지 않은 무게가 더 얹혀있을 뿐이다.

이십대 여성의 진지한 고민들을 작가는 유쾌한 말투로 솔직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작가는 대놓고 '자아를 찾는 이십대 여자'를 그려 놓은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마지막도 마찬가지다.
해피엔딩을 위한 타협이 아닌 진행형ING를 남기면서 진저는 그저 현재를 살아간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 속에서-

 

책을 다 읽고나니 "사실 멋지게 살고 싶었다." 라는 부제가 유독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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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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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되기만을 기다렸던 책이었다.
친구에게 '책선물을 할까'하는 마음에 서점에 들렀다가
신간서적 코너에서 작은 신음을 삼켰다.

드디어 나왔구나..

조선일보에서 일일연재하던 신경숙의 '푸른눈물''리진'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얇지 않은 분량의, 두권의 하드커버책으로..

'문득 숨을 멎게 하는 아름다움'이라는 띠지 소개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다.
단지 표지만 보고서도 갈무리 되지 않는 감정의 먹먹함을 다시 느꼈으니까...

'푸른 눈물'은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전기역사소설은 아니다.
어차피 그 실존인물에 대한 상세한 행적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연애소설도 아니다.
프랑스외교관 콜랭과 연을 맺고,
어려서부터 영혼의 반쪽을 내어준듯한 강연이 있었고,
그녀의 유연한 심성에 반한 홍종우가 있었지만
그리고 이 세 인물과의 관계와 사건 역시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한 소재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은 리진의 연애소설도 아니다.

역사의 불안정함과 흔들리는 세상에서.. 마치 그 세상마냥 허공에 있는 듯한 리진의 영혼
하지만 그 운명과 세상에 초연했던, 그리하여 아름답고 슬픈 리진의...
단지 리진이란 여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탁류 같은 세상에서 숨쉬고 있는...
궁녀였고, 신세계의 이방인이었고, 그리고 여인이었던 리진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리진만큼이나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건 명성황후였다.
그리고 황후와 리진의 관계였다.
단 한줄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그 한줄에 숨겨둔 두사람의 속내를 너무나도 안타깝게 읽었다.
이 소설 속에서 명성황후는 정말 '여인'이고 '궁의 안주인'이고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리진과의 관계가
또 다른 명성황후의 '인간'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래, 분명히 밝히자.
내가 이미 모든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이 책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신경숙이 그려낸 이 소설 속 명성황후가 너무나도 그리웠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리진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시대 자체가 어찌할 수 밖에 없는 수렁 속에 있던 탓에-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아니, 납득하면서도) 뒤돌아서서 콜랭을 비겁하다 욕하고
리진의 처연함에 가슴이 아리고
명성왕후의 모습에 피멍이 들었던 그런 소설..

설정만큼이나, 아니 설정보다 더 비극적이었던 그 시대를 연상시키기에-

 

PS. 명성왕후의 모습이라던지, 리진의 아픔이나 정서를 이렇게 절실하게 와닿도록 표현할 수 있는건
작가가 여성이기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단지 내가 같은 여자라서...?)
단지 필체의 섬세함이나 부드러움만으로 가능한게 않으니까...
오히려 침착하고 차분한 작가의 서술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건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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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캐슬 대교북스캔 클래식 7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오현수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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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두번째 PS에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미리니름이 있습니다. *


난 달짝지근한 연애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삶의 9할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로맨스소설은 잡식성인 내가 즐기지 않는 얼마 안 되는 장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가장 기본적인 감정의 발현.
'연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소설이라 해도
누군가를 향한 강한 애정 혹은 사랑은 주요한 화두가 되기 마련이다.

아, 그렇군.
난 사랑이야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삶의 9할은 '연애'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소설이 싫은...건가?


각설하고!
그런 내가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더구나 블루캐슬이라는 심히 의심스런-민망스런- 제목을 뒤로하고)
온전히 '루시 모드 몽고메리'라는 작가 때문이다.
사랑스런 앤과 에밀리의 창조자이자,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그린게이블즈를 꿈꾸게 한 작가가 아닌가.
그런 작가가 쓴 얼마 안 되는 연애소설이라는데 궁금할 수밖에! (탕! 탕!)
(솔직히 앤과 길버트의 사랑이야기를 떠올리며 기대가 증폭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책. 단지 연애뿐인 것만은 아니었다.
잘난 것 없고 오로지 순종하며 살아온 - 열등감을 갖는 - 노처녀 밸런시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찾기 위해 '선택'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비록 그 최종 목적지가 결혼을 향하고 있긴 하지만
시대상을 염두에 두면 이는 (작가와 내가)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리라.

열등감을 스스로 떨쳐내며 삶의 즐거움을 찾는 주인공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이야기는 내내 밝고 유쾌하고 통통 튄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스토리에 거부감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자연과 사계四季에 대한 생생하고 싱그러운 묘사는
'과연 몽고메리!'하는 기분이 절로 들게 한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분위기를 가득 품은 연애소설이었다.
결국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베텔스만에서 나온 다른 몽고메리의 책의 주문을 결심할 만큼.

에? 잠깐?!
...사실 난 연애 소설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나? (...)

PS.
이 책을 읽고 달달한 느낌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에 '사서함110호의 우편물'을 읽고 있다.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있지만
'사서함110호~'를 읽고 있는 난..........확신한다.
사실 난 연애 소설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PS. 미리니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 내내 만족하며 읽었던 나는 결말에 다소 유감을 표한다.

바니에 대한 예상은 충분히 했었지만...
역시 신데렐라 환상은 전역사+세계를 아우르는 꿈이란 말인가..?!
아무리 작정하고 '연애소설'을 썼다지만
밸런시가 앞으로 여행하는 나라마다
그녀의 블루캐슬을 발견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쓴웃음이 나온단 말이다...!!

5%의 씁쓸함.
이 책은 연애소설이었다. 적당히 여자의 환상을 충족시켜줄 줄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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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과 양키 - 마크 트웨인 대표선집 4 마크 트웨인 대표선집 4
마크 트웨인 지음, 조애리 옮김 / 미래사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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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에, 마크 트웨인과 '아더왕'이라니...
왠지 모를 이 불안한 조합..!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 너무 갈구신다!!

19 세기의 기술자, 행크 모르간은 우연히 아더왕이 살던 6세기에 떨어지고 만다.
행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와 현대기술로 그 시대의 아더왕과 기사들을 비롯,
사람들을 현혹하여 높은 지위를 갖게되고, 열등한 중세를 하나씩 바꾸어간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과거와 현재를 모두 풍자한 소설이다.
그야말로, 풍자와 독설의 향연이다.

작정이라도 한듯 '나(행크)'의 눈으로 6세기 중세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모조리 비꼬기 시작한다.
과거 이 시기의 제도에 옳은 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의 풍자는 사실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언제나 그렇듯 지나쳐 온 과거에 대해서 우리가 내놓는 옳고 그름의 잣대는 현재의 기준이다.
과거를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통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에 살던 행크의 눈에 중세의 모습이 어처구니없이 보이는 건 당연하지만,
현재를 바탕으로 과거를 모조리 꼬집는 모습은.. 뭐랄까.. 비겁해보인달까.

행크는 수석 기술자였던 만큼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중세를 조금씩 바꾸어간다. 몇 년에 걸쳐 하나씩 하나씩..
믿을만한 사람을 모으고, 학교를 만들고,
신문을 발행하고, 전신주를 놓아 전화를 연결한다.
몇 십년을 걸쳐 영국을 놀라울 정도로 계몽하면서 모험을 감행한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작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세만을 꼬집는 듯 하던 소설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칼날을
현대를 대표하는 행크와 과학기술에 들이댄다.

행크의 독단에 가까운 문명으로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작가는 일방적으로 유입되는 문명이 사회를 파괴하는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면서
과학 진보의 위험을 시니컬하게 바라본다.
중세를 풍자하는 듯 했던 작가는 행크도 비슷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인칭 작가 시점으로 주인공을 비판하는 작가라니..!)


재미있는 소재와 유쾌한 말솜씨로, 진지한 사고를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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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위의 세 남자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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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개는 말할 것도 없고』 - 코니 윌리스에게 감사를 바쳐야하나 - 여행기 맞아?
 - 고도의 위장술 - 무엇보다 유머! 그 능청스러움에 대해 - 역시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보트 위의 세 남자, 개는 말할 것도 없고!
THREE MEN IN A BOAT, to say nothing of the Dog!

이 책의 원제목은 이렇다.
많이 익숙한 제목이다. 기억을 더듬을 필요도 없었다.
코니 윌리스가 그렇게 좋아한다던 책이 아니던가.
이 책을 보는 순간, 코니 윌리스의 작품 『개는 말할 것도 없고』가 연상되는 건
나에게 당연한 흐름이었다.
한국에 출판된 책의 제목은 『보트 위의 세 남자』지만,
보는 순간 '어머!'하는 탄성과 함께 책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자, 책을 다 읽은 소감부터 말하자면
코니 윌리스가 이 책의 존재를 알게 해준 '로버트 A.하인리히'에게 감사를 바쳤듯이
나 역시 코니 윌리스에게 진정으로 감사를 바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책은 세 친구와 한 마리의 개의 템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여행한 일들을 적은 여행기이다.
단지 이 세 친구가 매우 게으르고 이기적인 성격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점과,
그들의 습성을 꼭 빼닮아 동행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개가 함께 한다는 점과,
그래서 결국 여행하는 행보보다 이들의 어깨다툼 혹은 수다가 매우 돋보인다는 점이
기타 여행기와 다른 점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여행 과정도, 스토리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제롬도, 하물며 독자도)

원래 여행이란 게 명소를 찾아가며 구경하는 재미보다도,
그 와중에 일어나는 헤프닝이 더 재미있고 오래 기억되는 법이다.
제롬의 이야기는 딱 그거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놀라운 위장술을 겸비한 주인공 J를 보자니,
(이니셜에서 볼 수 있듯, 주인공 J는 작가인 제롬이다.)
제롬이란 인물이 얼마나 유쾌한 인물인지 상상이 간다.
아니, 사실 그의 친구 해리스가 최강이다.
(해리스는 다른 친구 조지와는 다르게 본명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
과연.. 책 속에서의 까칠함은 진짜였나 보다!)

아아- 영국식 유머란 게 이런 거구나.
제롬의 두서없이 주절거리는 수다는 마치 함께 여행하며 듣는 것처럼 생생하다.
이런 유쾌하고 즐거운 책이라니- 보는 내내 킥킥거리며 읽었다.


하지만 역시 제목에 주인공 한 마리를 생략한 건, 조금 아쉽다.
고양이에 대한 의견차이로 제롬과 얼굴을 붉히고, 찻주전자와 용감한 결전을 벌이는
몽모렌시 역시 매우 훌륭한 일행인 것을!
(만약 몽모렌시가 도베르만이나 진도개였다면
제롬은 결코 여행에 동행시키지 않았겠지. 아니 키우지도 않았겠지....
 ..잠깐! 몽모렌시는 가상의 캐릭터였잖아! 폭스테리어일 수밖에 없었군)

어쨌든 이 책에서 개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다.


 '게으름'을 논하는 제롬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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