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하면 행복해져요.

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ㅣ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언뜻보면 요즘 흔하게 나오는 성공학이나 처세술 책 처럼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학이기도 합니다만... 그러나 이 책의 주제는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 '삶의 성공'을 다룹니다. 저자는 '삶의 성공'을 위해서 '사회적 성공' 따위는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이 추구하는 바 삶의 성공, 즉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은 '행복'을 느끼는 삶이라고 말하는 듯. 그리고 행복이란 '몰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 실험(?) 결과를 토대로 몰입하는 삶을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예전부터 몰입을 하면 행복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할 수 있을 일을 열심히 딴 생각 하지 않고 해냈을 때(즉, 몰입한 뒤)의 기쁨이란 정말 이루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실 몰입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지는 못했고, 저자도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몰입하지 못한다고...

그 몰입을 위해서 저자는 더욱 더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자신의 주위 사람들에게 주위를 기울이고 정성을 다하며 여가 시간에 TV나 쓸데 없는 잡지를 끄적거리기 보다는 평소에 하고 싶던 것, 알고 싶던 것을 실행하고 탐구하는데 정력을 쏟으라고 합니다.

이 책의 마무리를 보다가 약간 당황한 부분이 있는데, 갑자기 마무리 부분에 '착하게 살라'는 말을 합니다. 제가 해석하기론 착하게 살라는 것은 인간관계로의 몰입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건전하고 착하게 사는 것인 인간관계와 삶의 몰입이고 그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저자는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식의 도덕률 따위를 내걸지는 않습니다. 단지 세상은 함께 서로를 위해서 사는 것이 바로 자기를 위해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는게 지겹고 따분합니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형이상학적이고 고차원 적인 해답은 도무지 멀고 먼 나라의 일인 듯 하고,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하는 도덕률 같은 것은 지겨운가요?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면서 그 욕구를 조절하며 삶을 충만하게 하는 법에 관해 말하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별로 안 슬픈데...

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백혈병에 걸린 어린 아들을 홀로 돌보는 아버지 이야기이다. 사실 내용은 뻔하다. 아버지 홀로 자기 몸 버리며 아들을 돌보다가 아들은 완치되고 아버지는 낫고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아들을 이혼한 아내에게 보내는 이야기이다. 눈물이 나올래다가 말았다. 이야기 중 좀 이해 안되는 게 있었다.

아들이 병이 나을 수 있던 계기는 일본 소녀가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골수를 이식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때 아들의 엄마는 아빠에게 자신이 아들의 수술비를 대겠다고 하지만 아빠는 자존심 때문에, 죽기전에 자기가 아들에게 수술비를 마련해 주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각막을 다른 사람에게 돈 주고 팔아서 수술비를 마련한다. 참.. 어이가 없었다. 일본 소녀는 착한일은 다른 사람에 모르게 해야 한다며 아이를 만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것 조차 거부하고 수술 직후 일본으로 가버리는데, 아버지는 주겠다는 돈을 거부하고 불법으로 남에게 자신의 몸을 판다...

자존심이란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나 그런상황에서? 그게 아버지로서 더 훌륭한 길이었나? 내 생각에는 어차피 죽을 꺼고 어차피 각막을 이식해 줄 것이었으면 돈많은 아내에게서 돈을 받아 수술비를 대고 자신의 각막은 어느 불우하고 돈 없어 눈을 치료할 수 없던 누군가에게 기증하는 것이 더욱 훌륭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은 아쉬움이 든다.

훌륭한 책이라 사료됨.

PL/SQL
Luers & Gennick 지음, 이영란 옮김 / 사이버출판사 / 2001년 2월

오라클 입문 이제 한달도 안된 초보로서 PL/SQL 사용법을 익히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사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은 책이 이것인데, 상당히 잘 쓰여진 책이다.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일반적인 SQL과 SQL*Plus 사용법을 안다는 전제하에서이다.이제 갓 insert, update, delete, select 하느 초보인 나조차도 그 개념을 확인히 드러나게 설명해준다.
또한 어떤 것이 좋은 PL/SQL 프로그래밍 습관이가 등등까지 배려되어 있다.내가 보기엔 이 책은 결코 고급 사용자를 위한 책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마인드(언어 하나 정도는 다룰 수 있는 오라클 초보자)를 가진 PL/SQL 입문자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될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번역. 거의 최고 수준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책 읽듯이 읽을 수 있다.공부기간. 원래 책은 21일 동안 보라고 돼 있지만, 쉬운 설명과 큼직한 활자덕분에 한 1주일이면 예제까지 다 쳐보면서 기본 개념 정립하는데 충분할 것 같다.

장인정신이 필요한 책.

소프트웨어 장인정신
Pete McBreen 지음, 강경인 옮김 / 피어슨에듀케이션코리아 / 2002년 12월

이제 갓 사회에 입문한 초보 프로그래머입니다.책 제목을 보자마자, 저 같은 입문자에게 프로그래머로서의 삶에 지침서가 되어주길 바라며 읽어 보았습니다.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프로그램을 짜는 작업는 평범한 사람 수십명보다 장인 서너명이 더 나은 프로그램을 더 빨리 짤 수 있다.장인 정신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짜서 사용자도 만족하고 짠사람도 만족하자...뭐 그런 것들입니다.수박 겉핥기로 학원에서 배출되는 수많은 의미없는 IT인력키우기 보다는 현대적 도제 시스템을 통해(즉, 옛날 장인들이 자기 제자를 키우듯) 소프트웨어 장인들을 키워내 정성을 다해 프로그램을 짜게 하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거죠..자신이 짜고 있는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성을 다하며, 이것저것 겉핥기로 배우지 않고 한 두가지를 더욱 깊게 파라.. 그리고 겸손하게 공부하고.. 등등 좋은 얘기입니다....다만..이 책을 번역하신분이 프로그래밍은 장인정신을 가지고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는데, 번역에는 장인정신이 눈꼽만큼도 안보이는 거 같다는게 좀 꺼림찍합니다.영어 되시는 분은 원서 보시기 바랍니다.

사후세계로 떠나는 여행

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어본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개미를 읽고 그 놀라운 상상력과 사람을 빨아들이는 이야기 전개에 책을 놓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다른 '개미'를 기대했다. 일단 그 상상력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책에서 손을 못 놓게 하는 흡입력은 덜하다. 그렇다고 재미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타나토노트'란 '영계 탐사자'라는 뜻이다. 가까운 미래 인간은 더 이상 탐사할 곳이 없는 따분한 생활을 하다가 드디어 죽음의 세계를 탐사하기로 한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주제가 주제인 만큼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의 의식이 많이 반영되어 있고 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교훈적으로 그러나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런데, 영계 탐사의 말엽...

탐사단은 제 5영계에서 (영계는 7개로 이루어져 있다함) 절대지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약간의 모순이 있다. 제 5영계에서는 알고자 하는 모든 것이 저절로 영혼에 울린다(머리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은 왜 계속해서 다른 영계를 탐사해야했을까? 이미 절대지의 계에서 모든 것을 알았어야 정상일텐데. 이 사실 하나가 궁금하고 꺼림찍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