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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21
신 타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하이텔에 팬클럽까지 생기고, 일본 작가 홈페이지에 한국에서 영어로 보낸 편지들이 죽 올라와 있으며, 뉴질랜드까지 가서 작가를 만나고 온 팬도 있는 만화...이렇게 현상적으로 쓰긴 쉽다. 그러나 '어째서?'라고 묻는다면 말문이 턱 막혀 버린다. 최근의 만화는 극도로 장르화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있어온 스포츠만화를 비롯하여 요리만화, 바둑만화, 법률만화, 등 일본의 여러 전문 만화들이 그 필두에 섰고 이제는 국내에서도 그런 규정 아래 만들어진 작품들이 속속 나오는 듯하다. 꼭 전문 만화가 아니더라도, 소위 '순정만화'도 학원물, 판타지, 역사물, 등등으로 나뉘어지고 또 그런 전제 아래서 요새 순정만화잡지에선 학원물이 아니면 못 살아남는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을 보면 일본인들의 마니아적 성향을 사회에서 모난 돌이 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내적으로, 즉 사적인 취미라는 우물 속으로만 깊게 파고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만화의 전문화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팜 시리즈는 일본 만화의 비주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옴니버스 형식의 특징을 십분 활용하여 액션, 학원물, 홈드라마, 오컬트를 넘나든다. 그러나 이런 어지러운 전개가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작가가 어릴 때부터 구상해왔다는 캐릭터들, 또한 그들이 맞물려 이루는 구조의 탄탄함 때문이리라. 캐릭터들이 다들 어찌나 매력적인지, 이 만화를 보았다는 사람끼리 우연히 만나면 가장 먼저 벌이는 입씨름이 누가 제일 멋지느니 아니 누가 최고라느니 하는 것이다--;;이 만화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분은 국내 팬페이지로 찾아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