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키타 구구 3
토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대안적 가족상이 나오는 만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치키타 구구를 좋아하는 것은 팜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로 전혀 모르던, 혹은 아웅다웅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던 이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게 되는 과정은 어떤 연애보다 포근하고 사랑스럽다. 이 역시 극도로 개인화되고 이기적인 현대 사회에 있어선 하나의 판타지인지도 모르지만...그래도 황당한 선남선녀의 연애물보다는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외모로만 보면 판타지의 전형적 요정이나 정령들처럼 귀여운 캐릭터들이 근친상간이나 식인, 심지어 자기를 잘 키워 먹겠다는 얘기를 미소지으며 듣고 있는 등 무시무시한 언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언밸런스함도 맘에 든다. 또 한가지, 작가가 그림을 못 그리네 성의 없이 그리네 하고 말이 많지만, 애증이 교차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들을 이렇게 단순한 선으로 잘 그려내는 작가도 거의 없다. 3권에서 니켈의 표정만 쭉 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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