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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호라이즌 ㅣ 환상문학전집 15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2월
평점 :
이 책은 유머와 가벼움이 주제입니다만 행간을 잘 읽으신다면 충분히 무거운 주제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책입니다.(이영도의 소설이 항상 그런 것처럼) 독서는 일방적인게 아니니까요.(특히 문학은...) 저는 오히려 가벼운데서 무거운 주제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을 너무 좋아합니다.
오버더~시리즈는 기존 판타지에 대한 패러디입니다. 판타지의 설정-오크는 인간과 대립하고 엘프는 도도하다는 설정. 그리고 각각의 종족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설정을 비트는 패러디죠.(맨 아랫분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신것 같습니다만...) 이영도가 드래곤 라자에서 각 종족을 다른 어느 작품에서 보다 차별화 시켰던 것과는 정반대로 이 책에서 각 종족은 거의 구분이 안될 정도로 동화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이 책은 판타지를 많이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비트는 재미는 말이죠. 그리고 주인공의 생각대로 사건은 순순히 흘러가 버리고요.
하지만 우리가 주인공의 생각에 동조하란 법은 없습니다. 주인공은 무난함, 보통사람을 상징하죠. [오버 더 호라이즌]을 읽으면서 영원한 가치와 보통의 가치가 충돌하는 것을 느끼고 [오버 더 네뷸라]를 읽으면서 천재가 갖는 가치와 보통사람들이 갖는 가치가 부딪치는걸 생각하게 되지요.
[드래곤 라자]조차도 그냥 유머가 가득한 판타지 소설의 하나쯤으로 읽힐 수도 [단독자]로서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의 존재 방식과 의미에 대해서 고뇌하면서 읽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독서취향이 다르므로 누가 옳다 그르다는 따지를 것은 무의미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가벼움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이영도의 책조차 현학적이라고 안 읽히는 현실에서) 무거움과 진지함은 이미 그것이 갖는 무게로 인해 종말을 고했습니다.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가벼움 안에 무거움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입니다. 영원히 대중과 작별하고 별나라로 가버린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에게는 안된 일이겠지만요 ;)
p.s: 저는 이 책의 이전 판본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책에는 오버더 미스트와 키메라가 빠져있고 대신 다른 장편 몇개가 더 들어있습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살까 말까 무지 망설였습니다. 2/3이 후〈?데다 양장으로 바뀌면서 책값은 상승. 책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 다는 주의라 그냥 샀지만 별하나는 괘씸죄로 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버더 미스트는 앞의 두 편에 비해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키메라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핸드레이크는 드래곤 라자에서는 항상 진지하고 무겁게 묘사되는데 단편에서는 본성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