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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평점 :
작은 어촌 마을, 그 곳에서 여관을 하는 한 식구들의 단순하면서도 진지한 삶, 모녀간, 자매간, 부부간의 따뜻한 사랑을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진지하게 풀어내는 동화 같은 이야기. “티티새”는 제목만큼이나 정감어린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 있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최근 소설이다. 내용 속에 등장하는 “나”(마리아)보다도 그의 상대역인 츠구미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에서 저자는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발견하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다른 소설에 비해서 이 소설이 가지는 독특한 기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설의 중심 내용은 한 작은 어촌에서 한 여름 기간동안 벌어지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도쿄로 이사한 대학생 마리아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그의 외사촌 츠구미가 살고 있고 전에 그와 함께 살았던 고향으로 돌아와 꿈같은 시간들을 보낸다. 그곳은 소설속의 화자인 마리아에게 있어서 특별한 공간이다. 추억의 공간이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공간이다. 이 땅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비록 아버지와 어머니의 품으로부터 떨어져 있다 할지라도 편안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사촌들과 우정과 사랑을 나누고, 바닷가의 추억을 만들면서 마리아는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준다. 이 소설 전편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간은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의 고향을 대변해 주고 있다.
소설은 츠구미의 삶을 통해서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박한 삶을 사는 소녀, 그런 운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특이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등장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운명적 상황을 숨기고 애써 삶을 긍정하려고 했던 그의 노력 때문에 나타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저자의 묘사들을 보면서 자아를 가리고 자신을 외연으로 포장하는 우리네들의 연극과도 같은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특별히 괴팍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외면적으로 당당한 모습을 갖춘 츠구미와 그녀의 사랑 등은 외형미를 강조하는 일본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 같다.
츠구미는 왜 안하무인과도 같은 도도한 인생을 살고자 했을까? 그것이 그녀의 참 모습일까? 그리고 그 대상인 마리아의 역할은 무엇일까? 독서 내내 찾고자 노력했던 요소들 중에 가장 컸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마리아의 삶의 내용들을 찾아보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사실 마리아의 삶은 그녀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외연들로 이루어졌다. 그 외연들을 제거하고 나면 그녀는 어디에 있게 될까? 마치 마리아가 단순히 “나”로 묘사되듯이 그녀의 특질들은 사라지고 공허한 존재만이 남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저자가 소설 속에서 묘사하고자 했던 행복은 우리가 꿈꾸는 것과 같은 화려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지방 축제에서 이루어진 불꽃놀이의 장관이 묘사되기도 했지만 그것이 이 소설이 그리고자 하는 행복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그 불꽃놀이를 지켜보는 네 명의 동료들의 순수한 눈망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사소하다는 핑계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잃고 살아간다. 시간, 장소, 우정, 사랑...그러나 그 잃어버린 것들이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전부였다면, 결국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결과가 되는 것이다. 츠구미의 마지막 편지는 그 전부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가장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던 그의 친구를 잃지 않으려는 간절함에서 쓰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두 주인공은 각각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 이 의미심장한 내용을 통해서 이제 저자는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마리아와 츠구미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