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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기쁨
아베 피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01년 5월
평점 :
- 20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 피에르 신부의 자전적 고백. 이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을 지옥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그의 실존적 부조리를 현실적인 기쁨으로 몸으로 승화시킨 한 인물, 피에르 신부는 '타인들과 단절된 자기 자신'이야 말로 지옥이라 했다. 그렇다. 피에르 신부에게 있어서 이웃은 그의 삶의 의미요 기쁨이었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기쁨, 그 단순한 기쁨을 위하여.' 책을 열면 작은 글씨로 전해준 이 메시지는 우리를 감동시키는 '단순한 기쁨'(피에르 신부의 자서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그 의미를 한 마디로 설명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인들이 매년 선정하는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인'에 일곱 차례나 1위에 오른 인물이다.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로 존경받고 있는 그는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19세에 카푸친 수도회에 들어간 사제요, 항독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투사였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존경하는 것은 위대한 종교인이나 투사, 혹은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리가 보다는 그가 창설한 빈민구호 공동체 '엠마우스' 때문이다. 엠마우스를 창설해 50년이 넘도록 빈민들과 노숙자들, 부랑자들과 함께 생활해 온 20세기의 살아 있는 성자! 피에르 신부. 그의 자전적 서적이 바로 '단순한 기쁨'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소개되었다.
엠마우스 공동체는 이 시대의 정신적 성역 중의 하나이다. 진정한 종교의 깨달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피에르 신부의 행동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단순한 기쁨'에서 피에르 신부는 그의 삶의 의미를 실천적인 깨달음을 통해서 제시해 준다. 엠마우스 공동체가 그에게 주는 삶의 의미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때때로 풀어주는 복음서의 기별은 예수의 정신에 맞춰진 성서 해석으로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되어진다. 팔복의 기별도, 사랑의 메시지도 평소 우리가 접하던 성경 그 이상의 생생한 의미로 다가오는 건 이 책만이 가지는 힘이 아닐까?
이 단순한 것 같은 기록을 통해서 피에르 신부가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이해이다. 알수 없는 존재에 대한 확신을 삶에서, 믿음으로 보여주는 그의 호소가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이나 안젤름의 철학신학보다 더 비중있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은 단순함 속에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빙하를 보는 듯 신앙의 거대한 환상곡이 은은히 들려오는 경험에 빠져들게 된다.
그는 왜 레지스탕스가 되었을까? 정치적인 이유는 절대 아니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그랬다. 인종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그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저들도 그의 소중한 이웃이었고, 저들의 차별대우 자체가 그에게는 지옥이었다. 지옥엔 기쁨이 없다. 그래서 그는 단순한 레지스탕스가 되었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단순한 기쁨을 얻기 위하여.
이 책은 모든 것이 단순하게 제시된다. 그러나 그 저변에 깔려있는 믿음의 두께는 왠만한 삶의 체험으로 느껴볼 수 없는 장중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 힘이 무엇일까? 그 깨달음은 독자들 스스로의 몫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을 권해본다. 현실의 답답함과 부조리를 단순하게 깨쳐버리고 가슴 시원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매 페이지마다 들려오는 피에르 신부의 삶의 소리가 있다. '공허한 말에 만족하지 말고 사랑하자!!!' (피에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