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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버를 좀 하자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출판사한테 쪼끔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뭐랄까...이 책이 분명 높이 평가받아야 할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관점에 있어서 수많은 추천문구들과 나의 관점이 약간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야하면 말이 될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충격 반전, 미스테리 고딕 소설, 잔혹 가족사" 등등...의 광고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아니 이게 왠걸...결말이 다가올수록 충격적이고 스릴 있다기보다는 슬프고, 가슴이 아팠다.

하나같이 단절되고, 차갑고, 때로는 악하다 못해 사악할 정도로 보이는 등장인물들.

그런데 알고나면 모두들 상처받고, 겉돌고, 버림받은 불쌍한 인물들.

이 책은 모두 그런 불쌍한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 정말 궁금한건데, 책의 뒷표지에 있는 줄거리는 누가 적었을까?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사이트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터넷 서점, 심지어 책의 뒷표지에 나와 있는 간단한 줄거리는 모두 똑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런던에서 아버지와 헌책방을 꾸려가며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전기를 쓰는 마가렛 리."

 하지만 본문을 들여다 보자.

 "북부 지방은 처음이었다. 자료 수집차 런던까지는 와본 적이 있었다." p. 56

 "부친이 운영하신다는 책방이 캠브리지 어느 동네에  있지요? 의학사 책 같은 것도 있습니까?"

그(쿨랍튼 박사)가 내게 물었다. p. 296

 

오늘 비채 출판사에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지만 출판사측에서는 무슨 근거로 뒷장에 그런 줄거리를 적었는지...책을 읽지도 않고 런던 출판사에서 건네준 홍보 자료를 근거로 적은걸까? 

다른 책도 아니고 이 책의 주인공 마가렛과 윈터 여사는 사람보다 책을 더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인데...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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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세계
마틴 피도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이라면 굉장한 우연이었다.

마침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손에서 내려놓았던 어제가...1월 6일이 홈즈의 생일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1월 6일은 셜로키언들이 희박한 근거를 가지고 정한 홈즈의 생일이다.

어느 자료-www.yes24.com의 주석달린 셜록홈즈 리뷰-에서는 셜록 홈즈의 생일인 1월 6일을 몰리가 점성술에 의해 밝혀냈다고 하고, [공포의 계곡]이 시작되는 1월 7일에 홈즈가 아침을 먹지 않은 것은 그 전날 저녁에 생일 파티를 했기 때문일지 모르며, 또 홈즈가 세익스피어의 다른 희곡은 제쳐 두고 주로 [십이야]에서 인용하는데 십이일절은 바로 1월 6일이라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들이 희박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첫번째의 점성술은 넘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ㅡ.ㅜ

작가 코난 도일이라면 능히 그 몰리인지 누구인지를 믿고도 남았겠지만 철저한 불가지론자였던 홈즈의 생일을 규명하는데 점성술까지 끌여들여야 했을까?

어쨌거나 아무리 희박한 근거라고 해도 차라리 셜록 홈즈의 사건집들속에서 그의 생일을 추측해낸 두 세번째의 근거가 훨씬 그럴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의문을 던졌다. 어느 작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아마 나는 이런 질문에 "예"라는 대답을 했을거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건 작품의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한 인간에 대한 내 개인적 호기심의 발로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코난 도일이라는 인간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당혹감을 느꼈다.어쩌면 나는 애초부터 작가 자신을 셜록 홈즈와 동일시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여러번 작가 자신이 셜록 홈즈의 원형은 그의 대학 은사였던 조지프 벨이었다고 인정했어도, 기사 작위를 받은 의학박사 출신의 작가는 차갑고 날카롭고 이지적인 셜록 홈즈의 성격과 가깝지 않을까 했던게 나의 편견이었나보다. 오히려 도일은 현실적인 왓슨에 가까운 것을!

 물론 나는 코난 도일이 정직하며 착하고 순진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위대한 작가에겐 그 이상의 것이 없었다는거다. 게다가 그런 장점들이란 말만 약간 비틀면 단순하고 둔하다고도 표현될 수 있는거 아닌가?

 몇년 전에 얼핏 본적이 있는 아서 코난 도일의 대략적인 프로필에는 말년에 신비주의에 빠졌다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유령이나 심령술에 조금 관심이 있었나보다라고 생각했을 뿐 자세히 알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마틴 피도를 통해 자세히 알게 된 코난 도일은 죽기 한 10년 전부터 심령술에 너무나 심취한 나머지 상식마저 잃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는 영매가 사후의 삶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믿고 그 확신을 글로 표현했으며, 영매들을 찾아 다니고 집에서 교령회를 열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코난 도일의 단순함을 보여주는 절정은 '코팅리 요정' 사건이었다.

코팅리 요정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1917년인데, 목격자는 열다섯 살의 엘시 라이트와 그녀의 사촌 여동생 프랜시스 그리피스였다. 두 소녀는 소형 카메라로 요정을 모습을 찍었고 엘시의 아버지가 이를 인화했다. 1920년, 도일은 <<라이트>>의 편집자를 통해 이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 사건을 조사한 에드워드 가드너의 전철을 밟았다. 가드너는 두 소녀와 아버지의 주장을 전적으로 믿었고 자신이 직접 몇 장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도일은 믿었고,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이번에 도일은 곤경에 처했다. 올리버 로지경-영매를 통해 전사한 아들 레이먼드와 접촉함으로 심령술을 믿었던 유명인사-은 요정을 안믿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양초 제조 회사 프라이스 사에서는, 사진 속의 요정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광고의 삽화 그림과 똑같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절대로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리고 순진한 소녀들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그런데 도일의 주장의 근거가 단지 믿음 뿐이었다는 사실은 나를 더욱 어처구니 없게 만든다. 차라리 말도 안되는 이유라도 사진에 합성에 흔적이 없다거나 뭐 그런 이유를 드는게 낫지 않았을까?

 물론 50년 뒤에 엘시는 심술궂게 웃으며 그것이 사실은 사기였다고 인정했다. 만약 그때까지 도일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자신이 그토록 어리고 순진하다고 굳세게 믿은 그 가증스러운 소녀들에게 발칙하게 속은 것에 대해 예의 그 사람좋은 웃음으로 웃고 넘어갔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요정이 있다는 그 괴팍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그당시 조지 5세를 비롯하여 로이드 조지, 윈스턴 처칠 같은 그의 오랜 팬들은 절망을 느꼈다. 정말 지금의 나도 절망스러운데...동시대를 살았던 그들은 오죽했을까? ㅡ.ㅜ

 우리가 아무리 도일의 작품과 셜록 홈즈를 좋아한다지만, 요정에 대한 그의 믿음까지 지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마지막으로 코난 도일에 대한 실망감을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무지했던 나는 이제껏 그가 이룬 문학적 성취로 인해서 그가 기사 작위를 받은 줄로만 알았었다.

그러나 그는 보어전쟁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한지 3개월이 지났을때 본국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전쟁에 대한 영국인의 지지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영국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오천 단어씩 써댔는데 그것은 영국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유럽 언론에 항변하는 팸플릿이 되어 급히 나왔다.

에드워드 7세는 1902년 왕위에 오르자, 도일의 이러한 애국적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기사 작위를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너무 코난 도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은데...어쩌면 이런 에피소드들은 인간 코난 도일 자체에 대한 결점이라기보다는 내가 어릴적 아니 지금까지도 좋아하고 있는 인물을 탄생시킨 작가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일종의 선입견에 대한 배신감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렇듯 순진하고, 단순하며, 현실에 굳건히 두 발을 붙이고 있지만 때로는 놀라우리만치 비과학적인 작가는 그 모든 면에서 작가와 반대 성향을 갖고 있는 상상할 수 없을만치 매혹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키 180에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 때문에 실제보다 더욱 커보이는 체형.

 성격은 아주 차갑고 절제된 감정과 쌍벽을 이루는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다. 그리고 아주 오만불손함-그러나 본인은 겸손함의 부족으로 그러한 사실을 파악못함-.

 취미는 아주 다양한데 지식인답게 독서는 물론, 바이올린 연주, 거실에서 화학실험하기, 중세의 문서 연구하기, 가벼운 읽을거리로는 외국어로 된 고전을 선호한다. 이렇게 취미 생활을 하고도 권태로울때면 홈즈는 권태로움에 대한 처방으로 7% 코카인 용액을 주사하기도 한다. 

마약복용만 뺀다면 더할나위없이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는 그가 전형적인 부르주아 계급에 관습적인 인간형이었다면 얼마나 지리멸렬했을까?

다행히도 지적 오만함으로 무장한 반면에 석탄통에는 시가를, 페르시아 슬리퍼의 앞축에는 담배를 넣어 두고, 아직 답장을 보내지 않은 서신은 벽난로 선반 한가운데 잭나이프로 콱 찍어 놓기도 하며, 마약을 하는, 관습에서 벗어난 다소 기이한 천재 괴짜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홈즈는 지저분한 습관의 소유자였지만 자기 몸에 대해서만큼은 까다로웠는데 그는 고양이처럼 깔끔했고, 실내복 차림(왓슨의 관찰에 따르면 회색이나 쥐색, 혹은 눈부신 진홍색)으로 집 안에서 어슬렁 거리거나 시골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우아한 정장 차림을 하고 다녔다.

 시드니 파젯이 그린 삽화 때문에 우리는 셜록 홈즈를 떠올릴 때 얼스터 코트를 입고 사냥 모자를 쓴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사실 내가 가보았던 셜록 홈즈 박물관에도 거실 테이블에 그 모자가 홈즈의 필수품인양 올려져 있었다. (그래서 나도 한 번 집어서 머리에 써보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사실 런던 시내에서 그런 사냥 모자를 쓰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사냥 모자라는 말은 셜록 홈즈의 사건 기록에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는...그래놓고도 열렬한 팬이라 자칭하던 나의 행동이 어찌나 부끄럽던지...-_-;;

 원래 홈즈의 한결같은 취향은 몸에 꼭 맞는 정장 차림인데...그 중에서도 부드럽게 접힌 셔츠 칼라 밑에 나비 넥타이를 매는 것이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서 보여준 홈즈의 패션 감각을 보자.

헨리 바스커빌 경과 모티머 선생의 뒤를 따라 옥스퍼트 가와 리젠트가를 걷고 있는 순간에도 보헤미안 스타일로 나비 넥타이를 졸라매고 있었는데, 그때 그는 프록코트, 왓슨은 모닝코트 차림이었다. 그리고 둘 다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실크해트를 쓰고 있었다. (이 묘사는 정말 삽화를 봐야 한다. 그래야만 우아함이라는 단어를 홈즈에게서 느낄 수 있다.)

 괴짜같은 천재가 패션감각까지 뛰어다나니...

정말로 셜록 홈즈는 어떻게 규정짓기가 너무나도 힘든 인물이다. 차갑지만 가끔씩 그의 눈에 어리는 자비, 범인을 추적하러 새벽까지 길거리를 쏘다니다가 아침에서야 집에 들어올 정도로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서 고서적을 구입하고 음악회에 자주 갈 정도로 문화적 교양 또한 상당한 홈즈. 독단적이고 오만불손하지만 그는 타인에게 그 오만함이 그저 상당한 자신감의 표출 그 이상의 감정도 아니게 만들어버리는 카리스마와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렇듯 멋진 캐릭터를 창조한 코난 도일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셜록 홈즈를 그냥 위대한 캐릭터가 아닌 마치 실존 인물처럼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 아닐까?

 고백하자면,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이 나이에...나도 문제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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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유언장
봅 가르시아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거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몇년 전에 황금가지에서 셜록 홈즈 전집이 출판되었을때 자칭 셜록키언이라 칭하던 나는 한꺼번에 9권 전집을 사들여 오랜만에 다시 한번 셜록 홈즈의 세계로 빠져드는 반면에 마지막 장이 다가올수록 나는 앞으로는 모작 말고 더이상 홈즈를 만나기 힘들겠다고 나름대로 미래를 예측하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들었었다. ㅡ.ㅜ

 그런데 나는 그 정신적 공황상태가 거의 완치되었을 무렵 홈즈 아저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셜록 홈즈의 유언장...이 책은 코난 도일의 열렬한 팬인 저자가 코난도일과 셜록홈즈에게 헌납한 오마주가 아닐까?

원작을 충실하게 연구한 덕분인지 책의 등장인물들은 원작의 캐릭터와 유사하지만 이야기의 구성은 한층 복잡해지고 사건은 더욱 잔인해졌다.

 15년전 은둔생활에 들어갔던 셜록 홈즈의 사망소식-그의 욕실에서 셜록 홈즈라고 추정되는 젤 종류의 물질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그의 사망추정의 근거다. 그래서 나는 홈즈 아저씨가 이 소설에서 죽지 않았다고 믿기로 했다.-_-::-이 전해지고, 그의 유언을 집행하기 위해 왓슨과 마이크로프트, 레스트레이트가 공증인 윌리엄 홀본의 사무실에서 모인다.

셜록 홈즈는 유언을 통해 왓슨에게는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형 마이크로프트에게는 추리력을, 레스트레이드는 의혹과 회환을, 홀본에게는 유작이 든 봉투를 물려주고...수정 보완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왓슨의 마지막 원고 [런던의 공포]를 그 자리에서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15년전 런던에서는 15건의 피비린내 진동하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시체들의 이마에는 거꾸로 된 십자가 모양이 찍혀 있고 살인의 유형들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극악무도하다.

생매장당한 아이들, 토막살인, 아내 토막살인 후 민트소스를 곁들인 아내 심장구이와 손가락 샐러드를 요리해 먹은 은행원, 마치 잭처럼 여자를 난도질한 살인, 몸통은 온데간데없이 얼굴만 남은 아기 시체, 사람 뱃속을 파먹은 쥐, 임산부의 배에서 태아를 꺼내어 독살하기 등등...

시민들은 악마의 소행이라고 수군거렸고, 당시 경감이었던 레스트레이드는 엉뚱한 용의자들을 검거하고, 그들을 교수형에 처해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당시 레스트레이드의 인기는 치솟아 그는 런던 경찰청장으로까지 승진한다.

그러나 홈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진범은 마지막 사건 당일까지 공개적으로 홈즈에게 도전장을 내밀지만 마약에 쩔어있던 홈즈는 이미 통찰력을 잃었다.

사건 실패 후, 우울증에 빠져 지내던 홈즈는 어느날 왓슨을 자기 발에 묶여 있는 쇠공에 비유하며 자기는 그 무거운 공을 질질 끌고 다닐 힘이 더는 없고 무력한 왓슨이 옆에 있으면 퇴보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며 시골에 내려가 은둔하며 방문객을 일체 받아들이지 않고 살겠다며 떠난다.

(흐흑...사실 나도 이 부분에서는 왓슨 아저씨만큼이나 슬펐다. 왓슨 아저씨가 그의 말이 그토록 무자비한 공격성을 띤 적이 결코 없었다고 지적한 것처럼, 나역시 홈즈 아저씨가 좀 차가워 보이고 말을 가끔씩 까칠하게 해도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믿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세 명의 개리뎁]이라는 단편에서 홈즈가 왓슨에게 보여준 따뜻한 마음을 잊지 못한다.

정말 홈즈가 한 행동이 맞나 싶어서 몇번이고 보고 또 봐서 이젠 외우다시피 한 문장이 되어 버렸고, 왓슨의 해석 장면에서도 또 거의 울 뻔 했었으니까. ㅋㅋ

 "You're not hurt, Watson? For God's sake, say you are not hurt!"

It was worth a wound- it was worth many wounds- to know the depth of loyalty and love which lay behind that cold mask. The clear, hard eyes were dimmed for a moment, and the firm lips were shaking. For the one and only time I caught a glimpse of a great heart as well as of a great brain. All my years of humble but single-minded service curminated in that moment of revelation.

 셜록 홈즈의 실패로 끝난 왓슨의 [런던의 공포]의 원고는 어찌보면 미완이다.

그것은 셜록 홈즈가 유언을 통해 남긴 부록이 곁들여질때 드디어 완성이 된다.

부록은 몇년 동안에 걸친 셜록 홈즈의 재수사 보고서이다.

부록을 읽다보면 홈즈 아저씨 역시 녹슬지 않았어! 라는 말과 함께 왓슨 아저씨에게 행한 무례한 행동에 대한 오해도 풀리게 된다.

공공연하게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왓슨과 마이크로프트에 대한 애정없음을 표현함으로써 범인의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지키려는 홈즈 아저씨만의 배려였던 것이다. ㅡ.ㅜ

그렇다면 범인은 홈즈를 어떻게 공격했던가?

범인은 진부하게 총을 쏘거나 홈즈 아저씨의 뒤통수를 내리치면서 위협하지는 않는다. 홈즈를 너무나 잘 알았던 범인은 그가 해결되지 않는 문제 하나 때문에 미쳐버릴 수도 있고, 마약을 주사해 자신을 서서히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한가지가 아니라 무려 열다섯 가지라니!

 그 범인은 정말 거의 성공할 뻔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지는 범인은 정말 내가 상상도 못한 인물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정보를 혼자 독식하고, 사건의 뒷배경으로 우리를 아주 외딴 곳으로 데려다놓던 코난 도일과는 다르게 봅 가르시아는 친절하게도 책 속에 복선을 충분히 깔아주었다.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할 것도 없이 늘 책 속에서 답을 찾는 모법생같은 독자라면 충분히 범인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내가 너무 어렵게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걸까?

 하지만 범인은 못맞춰도 괜찮아!

셜록 홈즈 아저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까!

홈즈 아저씨가 유언을 통해 추리력을 나한테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이크로프트 형이야 원래 머리가 좋은 사람이잖아?

 그런데 이건 여담이지만, 코난 도일은 홈즈를 중간에 은퇴한 것으로 못박은 덕분에 홈즈 이야기의 배경은 1880년대와 1890년대 즉 빅토리아 시대의 마지막 20년간으로 정해졌고, 그래서 홈즈는 1880년대와 1890년대의 안정된 런던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도일은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서 그랬던 것처럼 홈즈의 모험의 배경을 계속 1880년대로 고정시키고 싶어했다고 한다. 1880년대는 그가 이십대를 보낸 시기로 그는 그때를 "세계가 다 젊은 소년이었고 모든 나무가 다 싱그러운 녹색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홈즈의 나이를 계산을 해보면, 1880~1890년대에 홈즈는 26살에서 36살이었다. 최대 삼십대 중반으로 잡는다 해도 홈즈 역으로 유명한 제레미 브랫이나 피터 쿠싱-실제로 내가 홈즈역으로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피터 쿠싱이다-은 홈즈의 실제 나이보다 더 나이들어보이고, 초기 원작 속의 홈즈의 말투 또한 왓슨을 박사라고 호칭하는 등 너무 노땅스럽다.^^;

 - 잠깐 피터 쿠싱과 제레미 브랫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물론 그들이 셜록 홈즈의 이미지에 가장 적합하게 어울리는 배우라는거에는 의심에 여지가 없지만 이렇게 홈즈의 나이까지 정확하게 계산에 넣었을때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봅 가르시아가 설정한 홈즈의 나이를 계산해 보자. 런던의 공포 사건이 제일 처음 시작된게 1886년 겨울이니까 홈즈는 서른 두살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책을 읽으면서 원작의 홈즈와 그리고 어쩔수 없이 오버랩되는 피터 쿠싱이나 제레미 브랫같은 홈즈의 이미지들보다 왠지 이 책에서의 홈즈가 조금 앳되보이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정확한 나이를 계산해 보니 어쩌면 나이에 가장 걸맞는 행동을 한 캐릭터가 봅 가르시아의 홈즈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하나 흥미로룬 사실은...최근에 홈즈는 범죄말고도 영국 관공서 직원들에 대한 논문까지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홈즈의 연구는 범죄의 세계 뿐만이 아니라 관료들의 심리 연구에서도 아주 적확한 인식과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주였다. 홈즈가 분류한 공무원들의 일시적 청각장애, 수면병 등은 우리나라 공무원들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다.

예를 들어, 일시적 청각 장애란 아주 흔한 경우로 민원인이 말을 걸어오거나 졸음을 방해할 수 있는 문제에 접근하는 즉시 청력을 상실한다는거다. (뭐 까놓고 말해서 귀찮으니까 못들은척 한다는거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가끔 일시적 청각 장애를 앓을 때가 있다. ㅜ.ㅜ) 그 다음으로 수면병이란 호포 페트리피쿠스처럼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 인간이 내 말을 들은건지 안들은건지 구분을 할 수가 없게끔 화석처럼 꿈쩍안하고 있는 인간들.  홈즈는 이런 경우 그냥 본론만 이야기하고 들어가버린다. 그러면 담당 공무원이 어딜 그렇게 가냐고 되묻고 홈즈는 다시 다시 나는 방금 말했지만 네가 자고 있어서 못들은 거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99프로의 공무원이 이렇게 대답한다.

"전 자고 있지 않았습니다. 일을 하고 있었죠."

ㅎㅎ 정말 대단한 셜록 홈즈만의 유머다!

 이렇게 홈즈 아저씨를 즐겁게 만난 것도 잠시...나는 또 홈즈 아저씨 없는 정신적 공황 상태를 극복해야한다. ㅡ.ㅜ

 * P.S : 이 책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던건, 홈즈와 왓슨이 그 유명한 그들의 아지트 베이커 스트릿 221B에서 나와 마차를 타고 대영박물관으로 가던 장면(p. 109)이었는데...문제는 마부가 런던교를 지나야 하는데 길이 많이 미끄러워 많이 미끄러워 막힐지도 모른다고 말하던 부분이었다.

런던 북쪽의 베이커 스트릿에서 조금 남쪽일 뿐인 지금의 홀본 지역쯤-그래봤자 역시 런던의 강북이다-인 대영박물관으로 갈 뿐인데 왜 굳이 런던교를 지나서 강을 건너야 한다는거지?

봅 가르시아가 프랑스 인이라서 헷갈린걸까?

그래도 이건 런던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사실인데.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내서 작가의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해서 문의를 해봐야지. 만약 내가 맞다면 개정판에는 수정을 해야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셜록 홈즈 아저씨가 이런 실수를 용납하는걸 내가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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