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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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씨가 신이라면 어떤 인간을 만들고 싶은데요?"
"형태는 안 바꿔, 그냥, 바보같은 인간을 만들 거야. 닭처럼 바보 같은 인간. 신의 존재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는."

아마가 아마데우스고 시비 씨가 신의 아들이라면 나는 그저 일반인이어도 상관없다.
단지, 어떻게든 태양의 빛이 와 닿지 않는 언더그라운드의 사람으로 있고 싶다.
아이의 웃음소리나 사랑의 세레나데가 들려오지 않는 장소는 없는 걸까?

결혼이라는 것도 한 사람의 인간을 소유한다는 것일까?
사실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사귀다보면 남자들은 횡포해진다.
잡은 물고기에게 더이상 먹이는 필요 없다는 건지. 하지만 먹이가 없어진 물고기에게는 죽어나 도망치거나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소유라는 건 의외로 위험한 것이다.
그래도 역시 인간은 인간이든 물건이든 모두 소유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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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입문
모브 노리오 지음, 임희선 옮김 / 이너북 / 2005년 6월
품절


스스로 하겠다고 결정한, 겨우 할머니의 아랫도리 시중정도 가지고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러니 자택 간병으로 파탄하는 인간도 있을 것이고, 가족을 죽이고 자기도 죽이려고 하는 놈이 있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오래 살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평소의 바지런함 뒤에서 문득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싶어 새파랗게 질려버리는,
그런 나날이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설사 그것이 결과적으로 다섯 달 만에 죽은 노인의 자택 간병이었다 해도 ,
그 다섯 달 동안 간병하는 사람은 매일 그 가족의 영원과도 같은 미래를 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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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역열차 - 14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니시무라 겐타 지음, 양억관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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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절연을 선언하지 않고 이렇게 지극히 애매모호한 태도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구사카베라는 남자도 그 뿌리는 몹시 나약하고 선량한, 나름으로 벌써 어른의 태도를 몸에 익힌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임이 분명하다. 아무리 간타의 눈에 그런 태도고 미숙하고 불쾌하게 보인다 해도, 세상은 그보다 구사카베를 올바른 인생 루트를 밟는 사람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신용한다. 그리고 오히려 간타야말로 더 심각한 모리토리엄에다 응석받이라고나 할까, 아니 더 분명히 말하자면 제대로 생활을 꾸릴 수 없는 그렇고 그런 인생낙오자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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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흐름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 예문 / 2006년 6월
품절


한 사람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르고, 다른 이름이 떠오르면 그것을 부르고, 죄수가 알고 있는 사람을 전부 불렀다.
그중에는 몇 사람인가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죄수하고 같은 성의 여자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이럴 때에는 반드시 성과 이름을 다 부르곤 하는데,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생각할 게 없다.
학교생활이라든가 친구들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하고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나는 멈춰 있을 뿐이다.
가만히 드러누운 채, 길고 긴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밖에 없다.
자버리든가, 깨 있으면 머리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든가 둘 중 하나다.

그 가운데에서는 예의 불길한 산꼭대기 건물 따위도, 아무런 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를 뿐더라, 관심조차 없다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네모난 콘크리트 덩어리의 구멍을 하얀 옷을 입은 여자들이, 아주 느린 걸음걸이의 인간들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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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포석 - 제124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호리에 도시유키 지음, 신은주.홍순애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3월
절판


헤메는 것, 방황하는 것, 혹은 떠도는 것.
나의 작은 현실에서는 과거에도 목슴을 건 도망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었고, 또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어디론가 나가면 반드시 나갔던 장소로 되돌아온다. 파리에서 이 마을로 이동한 후에 다시 파리로 돌아가고, 또 도쿄로 돌아간다.
나는 그때마다 나의 집에 있다.
나의 행동을 밀착인화처럼 보기 좋게 회고하면, 그것은 모두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지, 떠도는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하리라.
그런 의미에서 얀의 個 와 나의 個는 완전히 부딪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게 접촉하는 부분은 있어도, 거기서 더 나아가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가 소중히 여겨온 조개불은 종류를 달리하여 불탔을지 모른다.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왠지 모르게 말하게 하여 상처를 드러내게 하는 인간은 무관심하고 냉담한 타인보다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
....
그러나 사실은 서로가 보이지 않는 파리를 죽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던져야 할 것을 잘못 집어들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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