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흐름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춘미 옮김 / 예문 / 2006년 6월
품절


한 사람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르고, 다른 이름이 떠오르면 그것을 부르고, 죄수가 알고 있는 사람을 전부 불렀다.
그중에는 몇 사람인가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죄수하고 같은 성의 여자 이름을 계속해서 불렀다.
이럴 때에는 반드시 성과 이름을 다 부르곤 하는데,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다른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생각할 게 없다.
학교생활이라든가 친구들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하고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나는 멈춰 있을 뿐이다.
가만히 드러누운 채, 길고 긴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밖에 없다.
자버리든가, 깨 있으면 머리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든가 둘 중 하나다.

그 가운데에서는 예의 불길한 산꼭대기 건물 따위도, 아무런 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를 뿐더라, 관심조차 없다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네모난 콘크리트 덩어리의 구멍을 하얀 옷을 입은 여자들이, 아주 느린 걸음걸이의 인간들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