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구판절판


"비에 젖으면 말이야. 많은 것이 본모습을 드러내거든. 사실은 모두가 풍요로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다시 체조를 시작했다.
다카시의 시야에서 자유분방하게 움직인다.
다카시는 훌륭한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와 똑같은 감동을 받았다.
좋은 곡을 만나면, 그것이 난생처음 듣는 곡일지라도 이전에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의 본능적인 무언가를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지금 소녀의 춤을 보고 있는 심정이 그때와 똑같았다. 어딘가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니, 어딘가에서 그녀를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열정적으로 말하는 형사의 입가를 히로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럴 리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정확한 추리일지도 모른다.
신지와 계모 사이가 어떻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신지의 마음이 궁지에 몰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자신이 학생의 마음에 새겨진 주름을 읽어내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김없이 옮겨가는 법이니까.
네가 다쓰야가 싫어졌다든지 사귀는 게 지겨워졌다는, 그런 얘기는 아냐. 너는 좀 더 다른 세계를 접해보고 싶었을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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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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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따윈 하지 않아, 주인공이 추리해 가는 것을 바라볼 뿐이지. 그래서 지치지 않는 거야. 마지막 단계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이해하고 만족하는 거야.'

"그런 건 알리바이 허점 찾기 식 소설에서의 열차 시간표나 같은 거야. 독자에게 추리의 실마리가 될 재료를 제공했으니 공정한 게임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실어주는 것에 불과하단 말이지. 실제로 독자들이 도면을 보고 수수께끼를 푸는 일은 거의 없을걸. 절대 없다고는 단언하기 힘들지만."
"저도 소설 첫 부분에 실리는 어느 어느 저택의 도면 따위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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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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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을 뽑아 들고 훌훌 책장을 넘겨 보았다.
그건 다름 아닌 그 불가사의한 마을에 봉인돼 있던 책이었다.
책장 사이에 뭔가가 꽂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끄집어냈다.
엷은 파란색의 작은 꽃이었다.
물망초.
습지에 무리를 이루며 피어 있던 물망초의 모습이 나의 뇌리에 되살아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미도리가 했던 말, '잊지 마세요.'도..
정신을 차려 보니 꽃은 사라지고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떨어져 있지 않다.
나는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 세계를 소설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젠 체하려는 건 아냐. 나는 이 세계를 증오하지 않아. 언제라도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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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구판절판


"어제 그 경찰 아저씨?"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녀의 얼굴에 겨우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너희 집에 갔었어. 다들 걱정하고 계시더군, 데려다줄 테니까 어서 가자."
나호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생에게 사고 난 장소를 보여주러 왔어요. 얘가 꼭 보고 싶다고 해서요. 우리 둘이 여기서 오빠의 장례식을 치르는 거예요."
"그랬구나."
그는 동생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키는 앞쪽에서 가볍게 마주 잡은 자기 손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손목에 있는 디즈니의 디지털 시계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유키의 어른스러운 복장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


"아저씨는 당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 있나요?"
"아니, 보통 그런 일은 없지..."
그녀는 의연한 태도로 말했다.
"그렇죠? 제 귀는 아저씨의 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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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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