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구판절판


"비에 젖으면 말이야. 많은 것이 본모습을 드러내거든. 사실은 모두가 풍요로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다시 체조를 시작했다.
다카시의 시야에서 자유분방하게 움직인다.
다카시는 훌륭한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와 똑같은 감동을 받았다.
좋은 곡을 만나면, 그것이 난생처음 듣는 곡일지라도 이전에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의 본능적인 무언가를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지금 소녀의 춤을 보고 있는 심정이 그때와 똑같았다. 어딘가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니, 어딘가에서 그녀를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열정적으로 말하는 형사의 입가를 히로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럴 리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정확한 추리일지도 모른다.
신지와 계모 사이가 어떻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신지의 마음이 궁지에 몰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자신이 학생의 마음에 새겨진 주름을 읽어내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김없이 옮겨가는 법이니까.
네가 다쓰야가 싫어졌다든지 사귀는 게 지겨워졌다는, 그런 얘기는 아냐. 너는 좀 더 다른 세계를 접해보고 싶었을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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