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으면 말이야. 많은 것이 본모습을 드러내거든. 사실은 모두가 풍요로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다시 체조를 시작했다.
다카시의 시야에서 자유분방하게 움직인다.
다카시는 훌륭한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와 똑같은 감동을 받았다.
좋은 곡을 만나면, 그것이 난생처음 듣는 곡일지라도 이전에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의 본능적인 무언가를 자극하는지도 모른다.
지금 소녀의 춤을 보고 있는 심정이 그때와 똑같았다. 어딘가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니, 어딘가에서 그녀를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열정적으로 말하는 형사의 입가를 히로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럴 리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정확한 추리일지도 모른다.
신지와 계모 사이가 어떻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신지의 마음이 궁지에 몰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자신이 학생의 마음에 새겨진 주름을 읽어내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