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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소한 일상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시공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다자이 오사무의 이 산문집을 읽고 다시 한 번 다자이 오사무에게 반해버렸다.
팽팽히 끊어질 듯 얇은 신경을 갖고 사는 소설가의 아픔과 고충이 '소소한 일상'에 절절히 묻어나 있다.
제목과는 달리 다자이 오사무의 삶은 '소소한 일상'이 아니다.
엄청 비루한... 고난의... 분노의... 전쟁참화를 견디는... 폭격 장면을 본 뒤 결막염이 걸린 5살 짜리 딸의 감긴 눈을 억지로 떼다가 눈에서 피가 흐르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삶이다.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자신을 비판하는 선배 소설가에게 모든 분노를 담아 쏟아내는 거침없는 글을 읽다가는 경외감마저 들었다.
분노에 기반한 정제되지 않은 거친 글이 얼마나 <징직한 것>인지 느끼게 됐다.
더욱 다자이 오사무가 대단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유머러스하게 심지어 KTX에서 온 몸이 입냄새로 만들어진 것 같은 거구의 남자 옆에서 책을 읽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풋'하고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데 있다.
나를 웃게 만드는 다자이 오사무는 전후 일본 좌파 젊은이들이 최고의 애독서로 꼽았던 소설들을 쓴 작가이며, 40이 채 되기도 전에 애인과 폭포에 몸은 던져 자살했다. 그 전에 이미 자살을 5번인가 시도했다. 그리고 아직도 일본 사람들은 그의 죽은 날 그를 애도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