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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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는 말했다. <모든 것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은 없다>고.

사랑 역시 그 '모든 것'의 범주에 들어간다. 간단히 치환하자면 <사랑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은 없다>

내가 한창 이 말을 마음 속에서 우물거리고 있을 때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를 읽게 됐다. 

매 순간 순간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미루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기. 말 그대로 온전히 사랑하기를 실천하고, 구현해내기. 그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앙드레 고르는 84살에 83살인 자신의 부인과 함께 동반자살했다. 당시 프랑스 등 각종 언론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 죽음은 앙드레 고르가 죽기 1년 전에 쓴 편지가 공개되면서 의문이 풀렸다. 그들의 죽음에 대한 해명이 바로 이 책이다. 

앙드에 고르는 부인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고, 부인의 화장장에 따라가지 않겠다는 말로 이 편지를 마무리 짓는다.   

전후에 실존을 고민하던 정치철학자이자 좌파 이론가가 마침내 선택한 것은 모든 일을 뒤로 하고 공적인 일을 접으며, 불치병에 걸린 부인을 간호하는 삶이었다.  

물론 앙드레 고르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못했다. 오히려 자신의 동반자인 부인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소설에는 부인을 <프랑스어라고는 하지 못하고 자신이 함께 하지 않으면 버려졌을 여자>라고 가차 없이 비판한다. 이론의 고귀함 앞에서 사랑을 부끄럽게 여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 죄책감과 미안함 위에서 더 숭고한 사랑이 가능해졌다.  

내 짧은 문장으로는 이 책의 어떤 짠함을 표현하지 못하겠다 그냥 읽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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