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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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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없다?!

이 세계에 신화적 존재는 있다. 마더 테레사도 일종의 신화이다. 그녀의 선행은 논쟁이 불필요한 영역이며, 그녀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것은 터부이다. 그녀는 죽은 뒤 성인의 반열로 올라서기 위한 절차까지 밟고 있는 중이다. 이를테면 마더 테레사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히친스 - 좌파 지식인에서 네오콘으로 전향했다는 비판을 듣는 - 에게는 예외다. 히친스는 마더 테레사의 순진을 가장한 정치적 행동을,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조목조목 팩트로 뒷받침한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히친스는 자신있게 말했다.  

"내 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내가 제시한 근거를 문제 삼은 사람들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자비를 팔다>는 터부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엄청 매혹적인 책이다. 

히친스의 주장에는 공감하는 측면도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우선 공감이 덜 되는 측면 / 테레사가 엄청나게 낙태 반대 메시지를 세계 곳곳에서 던지고 다녔다는 것을 비판하는 부분이다. 자신이 이끄는 선교회는 기껏해야 빈민국가에서 팽창하는 인구의 극히 일부분만을 돌봐줄 수 있는데도, 마더 테레사가 낙태, 피임을 설파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히친스는 맹공을 퍼붓는다. 히친스가 "성(性)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펼치는 성(性)에 대한 설파에는 뭔가 그로테스크한 측면이 있고, 이 노처녀의 말도 그렇다"는 언급에서는 그마 풋 웃어버리고 말았다.  

낙태, 피임을 금지하고 또 임신 전 3개월과 출선산전 3개월의 낙태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히친스의 말대로 엄청나게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종교인의 관점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나 이해됐다. 이런 류의 비난은 책의 앞부분에 할당돼 있는데 뒤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한 마터 테레사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그러니까 히친스의 주장 중 이해되는 측면은 우선,

마더 테레사가 진정으로 가난한 자들을 위해 복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이끄는 선교회에서 일했던 의사 등등의 자원봉사자들이 의아해하는 것이 있는데 환자들에게 아주 효과가 미비한 진통제 이상의 약을 처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주사바늘을 물에 씻어 재사용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런 이해되지 않는 선교회의 행동은 마더 테레사의 이같은 언급과도 상통한다. 

"고통은 주님의 축복이다." 

심지어 그녀는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환자의 엄청난 고통을 앞에 두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입맞춤"이라고까지 말했다. 그 환자를 이렇게 대응했다. "그런 입맞춤은 거두어 달라"고. 고통과 인내를 종교적 미덕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마지막에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유럽의 엄청난 온갖 의료혜택을 받았다.

급할 때는 하느님의  섭리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도 너무 맹목적인 측면이 있다고 히친스는 지적한다. 일례로 마더 테레사는 토마토를 기증 받은 한 선교회에서 토마토가 너무 많이 남아 통조림으로 저장하려 하자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그러면 급할 때 하느님의 섭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이는 선교회의 수녀가 선교회를 나온 뒤 쓴 아직 출판은 되지 않은 책에서 인용된 내용이다)

또 마더 테레사가 기부 받은 돈은 그 구체적인 액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정도의 돈이면 인도에 각 세계에 엄청난 의료장비를 갖춘 진정으로 빈민들을 위한 병원을 세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더 테레사는 그러지 않았다. 

기부 받은 돈도 문제이다. 마더 테레사는 아이티의 독재자, 미국의 금융 사기꾼들에게 엄청난 돈을 지급받고 그들을 축복했다. 심지어 미국의 금융사기꾼을 위해서는 탄원서를 판사에게 제출하기까지 했다. 이를 본 검사가 마더 테레사에게 답장을 보냈다. "당신이 받은 기부금은 죄없고 가난한 자들이 피해를 입어 당신에게 간 돈인 만큼 그들을 생각한다면 돈을 되돌려 달라"고. 마더 테레사의 반응은? 무시였다. 

적절할 타이밍에 펼쳐보이는 순진함을 가장한 정치적 행동 또한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다. 이를테면 마더 테레사는 레이건 대통령이 중앙아메리카 정책으로 곤경을 받을 때 미국에 방문해 레이건이 에디오피아 지원에 힘을 쏟아졌다는 점 등을 이야기함으로써 미국의 대(對) 에디오피아 정책까지 긍정하는 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히친스의 결론은

그녀는 교황청 근본주의의 캠페인을 위한 도구이자, 개인적으로는 성 베네딕트 선교회, 성 프란체스가 선교회 등에 맞먹는 선교회를 스스로 만들고 싶어하는 자였다는 것이다. 

히친스의 주장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이 책은 상당히 도발적이라는 점에서 흥미있다. 제목 또한 그렇다. 이 책의 원제인 <Missionary Position>은 한국어로 선교적 입장 등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정상체위를 뜻한다고 한다. ㅋ 제목은 제목대로 또 출판 당시에 논란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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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모든 것의 시작 - 우리 시대에 인문교양은 왜 필요한가?
서경식.노마 필드.가토 슈이치 지음, 이목 옮김 / 노마드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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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난 우연히 읽었던 한 기사를 떠올리고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5~6명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의사가 수면내시경 진료를 받는 여환자들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성폭행을 일삼는 것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적극적인 액션을 보였다. 몰래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고, 의사 가족들에게 그 동양상을 빌미로 돈을 받아냈다. 난 그 단신기사를 보고 어떻게 인간에게 이런 몰상식이 있을 수 있을까 의아했다.  

이 책은 그런 몰상식, 몰이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다. 내가 볼 때 이 책은 비인간성으로 치닫는 사회에 대한 그 어떤 견해보다도 탁월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답은 교양의 복원인 것이다. 

이 책은 왜 교양인가, 왜 인문학이며, 그것의 효용은 무엇인가에 대한 - 시대에 떨어져보이지만 - 상당히 시급한 문제에 대해 답을 내놓고 있다.  

<교양, 모든 것의 시작>은 일본의 동경경제대학에서 서경식-노마 필드-카토 슈이치의 <교양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특강을 엮은 책이다. 교양의 어원부터 현실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두루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교양은 예부터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져오다 일반인에게로 특히 여성에게까지 확산되었다는 측면에서 Liberal Arts라고 할 수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또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를 인간에게 선사한다는 측면에서 Liberal이라는 단어가 합당하다. 그러나 왜 교양은 이 시대에 소멸되었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카토 슈이치는 자연과학의 비교에서 찾아낸다. 눈에 보이는 것, 가시적인 성과 앞에서 교양은 무기력했다.  

그러나 노학자의 간단하지만 상당히 혜안에 가득찬 강연은 교양의 존재근거를 역설해 준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진 자동차 기술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자가 신기술로 엄청난 속도와 연비 등등을 갖춘 자동차를 개발한다 해도 누구도 그에게 자동차의 목적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궁극적인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며, 그 몫을 누군가에게 강탈당하는 순간 인간인 비인간화/기계화의 테두리 속에 갇혀진다. 자신의 목적지를 스스로 정하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교양이다.


교양의 미덕은 또 <상상력>에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고 할 때의 그런 차원의 상상력을 넘어 타자에 자신을 투영하는 능력,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상상력이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문학, 예술 등 이른바 교양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68혁명의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구호는 여전히 매혹적이며 유효하다. 상상력이 빈곤한, 즉 타자에 자신을 대입하지 못하는 기계화된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는 곳에서는 결국 '전쟁'이 정당화된다.

노마 필드(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인 시카고대의 일본문학 교수)는 전쟁을 찬성하는 사회에서 교양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의심을 품다가 결국에 교양의 실패가 전쟁을 불러왔다고 고백한다.  

다시 발칙한 간호조무사들에게로 돌아오면,

내 생각에 이들을 교도소라는 곳에 넣는다고 해서 이들이 교도될 것 같지 않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에게 자신을 대입시켜 보는 상상력이 아닐까. 결국 교양이 필요한 게 아닐까. 이런 것이 너무 나이브한 생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실제로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책은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했을 때 그들이 얼마나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인문학이 희망이다...는 말이 구체적인 해답이라고 난 이 책을 읽고 더 깊게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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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원리 - 개정판
차동엽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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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은 만 번을 이야기하면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긍정의 힘을 믿으라고 각종 예를 들면서 설명한다. 

또 이 책은 셰마 이스라엘이라는 잠언 <무슨 일을 행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힘을 다하여, 목숨을 다하여>의 확장판이다. 이 짧은 격언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기억에 남는 행할 만한 팁들이 참으로 많은 책이다. 실제로 이 책을 잃고 내 삶을 좀 더 긍정하게 됐다. 

이 책에 나온대로 짧은 격언들을 외우고 힘들 때 마음 속에서 찬찬히 떠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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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3
구춘권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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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를 취재하다보면 정권교체의 현장을 목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특히나 기존 참여정부를 전복하는 것과 다름 없는 정책적 변화가 추진되고 있으니 변혁의 중심에, 과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급격 / 혹은 성급한 변화의 중심을 잡고 있는 키워드는 <Global Standard>이다.  이 <Global Standard>의 실체는 무엇일까가 궁금했다.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들에게 공항 귀빈실을 개방하는 것? 양도세, 취등록세 등 각종 부동산 세제를 개편하는 것? 새만금을 국제금융도시인 제2의 두바이로 만드는 것? 외국 투자자들에게 각종 규제를 혁파해 주는 것? 이같은 작고, 큰 각종 정책적 변화가 실체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 

실체는 지구화와 세계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이다. 이 정부는 지금 무한경쟁체제로 본격 체질개선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짚게됐다. 이 책을 읽게 된 더 직접적인 원인은 인수위에서 신한은행 민영화 추진 과정 브리핑을 듣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어서 짜증이 나서 이제 경제학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개괄적인 흐름을 아주 잘 요약해 주고 있다. 1929. 10월 대공황과 포드주의 축적체제의 성립, 포드주의의 무력화, 이어진 포스트포드주의의 실체를 아주 간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또 대공황으로 수요자 관리체제인 케인즈주의가 헤게모니를 획득했지만 이후 포드주의의 집적 체제가 포드주의가 내재한 그 한계(노동생산성과 이윤이 설비투자에 투입된 자본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를 드러내면서 공급자 지원정책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점 등이 흥미로웠다. 

자본이 그 자체의 속성(내가 짧게 이해한 바로는 돈이 돈이 낳는 즉 이자를 생산해 내는 원리를 말하는 것 같다)으로 점차 독립화 자립화되는 과정을 금융시장의 태동 원인과 결부시켜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여러 개념어와 상식 수준의 지식을 알게 된 것도 만족스럽다. 

- 생산입지논쟁 - 이를테면 중국과 독일의 임금을 비교하는 논리, 결과는 독일 노동자의 임금 삭감이다. 

- 금융화폐의 지구화 > 무역과 직접적인 투자 > 노동시장 지구화 (활성화 정도로 나눈 것)

- 유혈적 테일러주의 - 이를테면 한국의 6~70년대 노동상황.

- 카지노 자본주의 - 무차별적인 금융거래.

- IMF는 우리나라에 사상최대 액수인 570억 달러를 지원했다.  

- 하루 금융시장의 규모는 3조 달러 

책의 주제는 제목인 <지구화 현실인가, 또 하나의 신화인가>에 잘 집약돼 있는데 결론은 늘 그렇듯 만족스러운 해답을 내려주지 못했다. 전지구적 차원의 연대 등은 이제 새로운 감흥이 전혀 없다. 우스운 해답이나마 내가 찾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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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소한 일상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시공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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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이 산문집을 읽고 다시 한 번 다자이 오사무에게 반해버렸다. 

팽팽히 끊어질 듯 얇은 신경을 갖고 사는 소설가의 아픔과 고충이 '소소한 일상'에 절절히 묻어나 있다. 

제목과는 달리 다자이 오사무의 삶은 '소소한 일상'이 아니다. 

 

엄청 비루한... 고난의... 분노의... 전쟁참화를 견디는... 폭격 장면을 본 뒤 결막염이 걸린 5살 짜리 딸의 감긴 눈을 억지로 떼다가 눈에서 피가 흐르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삶이다.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자신을 비판하는 선배 소설가에게 모든 분노를 담아 쏟아내는 거침없는 글을 읽다가는 경외감마저 들었다.  

분노에 기반한 정제되지 않은 거친 글이 얼마나 <징직한 것>인지 느끼게 됐다.  

더욱 다자이 오사무가 대단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유머러스하게 심지어 KTX에서 온 몸이 입냄새로 만들어진 것 같은 거구의 남자 옆에서 책을 읽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풋'하고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데 있다.  

나를 웃게 만드는 다자이 오사무는 전후 일본 좌파 젊은이들이 최고의 애독서로 꼽았던 소설들을 쓴 작가이며, 40이 채 되기도 전에 애인과 폭포에 몸은 던져 자살했다. 그 전에 이미 자살을 5번인가 시도했다. 그리고 아직도 일본 사람들은 그의 죽은 날 그를 애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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