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마음
함민복 지음 / 풀그림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함민복 산문집에는 자연이 많다. 아주 많다. 바다가 계속 나온다. 나는 책을 읽다가 평소 망각하던 바다를 떠올리고, 산을 생각한다. 결국 책을 읽는 중 버스를 타고 가다 '개암 랜드'라는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작가가 개암나무 등등의 얘기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건 '개암 랜드'가 아닌 흔해빠진 '게임 랜드'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신랄한 다자이 오사무의 산문을 읽다보니 함민복의 자기 겸손은 너무 너무 겸손함이 지나쳐 자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게 많으면 사는 게 얼마나 불편할까. 

이 시는 한민복의 마음씨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나와는 다르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 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궈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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