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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천년의 여행 - 신화에서 역사로
주경철 지음 / 산처럼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한 마디로 엄청 재밌는 책이다.
몇 년 전 잔혹동화라는 게 유행한 적이 있다. 나도 그 때 유행에 편승해 <잔혹한 그림동화>라는(제목이 확실한지는 가물가물하다) 일본 작가가 썼다는 책을 빌려 읽었었다. 그 책은 신데렐라의 언니들이 자기의 발을 잘라 억지로 구두에 발을 집어 넣고 나중에 새들에게 눈이 쪼여 장님이 된다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실제로도 그림동화의 원본이 그렇다). 엄청난 흥분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다.상식을 뒤집는 것들에는 흥분하기 마련이다.
이런 책들이 유행을 휩쓸고 간 뒤 이제는 원래 동화가 잔인했다는 사실이 상식이 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왜? 왜 그런가이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가 왜 그렇게 잔인한 걸까. 또 왜 같은 이야기가 신기하게도 세계 이곳저곳에서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신데릴라로 한국에서는 콩쥐팥쥐로, 필리핀에서는 언니들을 젓을 담그는 식으로 똑같이 전개되는 걸까.
단턴은 원래 이야기가 구성될 당시의 사회가 잔혹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정신분석학자들은 사회에 난무한 성과 폭력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아이들이 자라 부딪치게 될 사회는 성과 폭력이 난무한다. 이야기 속에서 방어기제를 습득하는 것이다.
또 레비 스트로스 등이 고안한 구조주의의 틀에서 보면 예쁘고 착한 아이가 하층에 못 생기고 나쁜 아이가 상층에 위치한 구조는 잘못된 틀이다. 그 구조를 바로 잡는 것은 결국 남성이다.
근친상간의 모티브로 이야기를 분석하는 시선도 있다. 이 설명에는 심청전이 혜성과 같이 등장해 머리를 때린다. 심청전을 근친상간의 모티브, 엄마와 딸의 경쟁관계로 분석하고 있다. 정말 입체적인 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고대의 의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에 가서는 고개가 갸우뚱하기도 하지만 중동 지방에서는 실제로 '신발' 이야기가 들어있는 여성 의례가 있었다.
우연히 집어들었지만 정말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책이다.
<고양이 대학살>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