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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쌍둥이를 낳아서 처음으로 집에 데려왔을때 나는 엄마라는 역할을 어떻게 감당해야하나 하고 화장실에서 남편 몰래 울었다. 배 속에 있을 때 그렇게 각오하고, 계획하고, 다짐했던 결심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남은 것은 두려움 뿐이었다.
책 속에서 말한 것 처럼 정말 '빨간불'이 켜진 집이 된 것이었다. 나는 아팠다. 몸도, 마음도...가까이 도와줄 누구도 없었기에 더더욱...아이들로 인해 행복할거라고 기대했던 것을 날마다 무너뜨리는 것은 잠과의 전쟁이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낮이고 밤이고 잠들지 못하는지....한 아이씩 담당(?)하고 그 아이가 잠들면 어른도 함께 잠들기를 한달...절대로 친정에 보내지 않고 키우겠노라던 남편의 맹세의 끝은 산후조리 한달, 그리고 또 한달이 지나자 세여자의 친정행으로 결말지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 거기다가 이 사회가 요구하는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얼마나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 두렵게 했는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아이가 4학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엄마라는 역할이 두렵다. 하지만 용기를 가지련다. 아이보다 엄마가 더 아파서는 건강하게 아이들을 기를 수 없음을 인정하기에. 좋은 엄마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우선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기에. 아이들이 자라면 자랄수록 엄마라는 역할이 힘들어진다. 직장을 가진 엄마이든, 그렇지 않은 엄마이든 아마도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은 공감하리라 여겨진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여, 기쁘고 즐겁게 이 역할을 감당해 나가기를 원하며 속삭여본다. 나 자신에게... 힘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