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를 본받아"CGNTV "복음책방, 신앙을 읽다"에서 열네 번째로 다루어진 책입니다. 앞의 페이퍼들에선 방송에서 처음으로 다루어 "천로역"과 다섯 번째로 다루어진 "성도의 공동생활"과 여덟 번째로 다루어진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이번 페이퍼에서 다섯 권을 건너뛰고 열네 번째로 다루어진 책에 대해 얘기하는 까닭은 아홉 번째부터 열세 번째까지 다루어진 책들은 저마다 하나의 출판사에서 펴낸 책만 팔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책들을 읽어 보시려면 뭘 골라야 할지 고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1418년 즈음에 네덜란드의 데벤터르에 있었던 공동생활 형제단의 수도사였던 토마스 아 켐피스가 쓴 신앙 서적입니다. 15세기에 나온 책을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여러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단 걸 보면 슈퍼스테디셀러란 걸 알 수 있죠"그리스도를 본받아"가 쓰여진 1418년 즈음엔 네덜란드란 나라가 없었습니다네덜란드는 신성로마제국이라든지 스페인 같은 천주교 국가들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칼빈이 종교개혁을 한 뒤에 네덜란드의 기독교인들은 칼빈주의 개혁교회를 따르게 됐습니다. 1566년부터 네덜란드의 기독교인들은 칼빈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천주교 국가 스페인과 싸우며 독립운동을 했죠아직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던 1581년에 이미 네덜란드는 천주교를 금지했습니다마침내 1648년에 네덜란드는 천주교 국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해서 칼빈주의 국가가 됐습니다.


칼빈주의 국가답게 네덜란드에선 세계 3대 칼빈주의자 가운데 두 명이 배출됐습니다네덜란드의 수상을 지냈던 최고의 칼빈주의자 아브라함 카이퍼 교수와 헤르만 바빙크 교수가 그들입니다하지만 지금의 네덜란드는 인문주의와 세속주의가 파고들어 무신론자가 인구의 50%를 넘게 돼서 이제 칼빈주의 국가라고 하기 어렵게 돼버렸습니다교회가 인문주의와 세속주의에 맞서 싸우며 칼빈주의 세계관을 지켰어야 하는데 자유주의와 타협하다 보니까 결국 몰락하게 된 거죠자유주의를 막지 못하면 교회가 인문주의와 세속주의에 무릎을 꿇고 결국 없어지게 된단 걸 꼭 기억해야 합니다.










 





- 알라딘에서 검색창에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치면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이 뜹니다. '판매량순'을 클릭하면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을 판매량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 출판사 브니엘에서 펴낸 책이 맨 위에 있습니다. 제목 옆에 "라틴어 원문을 가장 충실히 번역한 최신 완역본"이라는 광고 카피가 붙어 있습니다. 책의 겉표지엔 ""라틴어 원문을 가장 충실히 번역한 책"이라고 유진 피터슨과 리처드 포스터가 극찬한 바로 그 완역본!"이란 광고 카피가 적혀 있고 "라틴어 원문을 가장 충실히 번역한 책"이란 대목을 뽑아서 띠지에 붙여 놨습니다. 이 광고 카피들만 보면 라틴어 직역본이라고 헷갈리기 쉽죠. 하지만 광고 카피의 "라틴어 원문을 가장 충실히 번역한 책"은 윌리엄 그리핀의 영어 번역본을 뜻합니다. 이 책은 라틴어 직역본이 아니라 윌리엄 그리핀의 영어 번역본을 옮기면서 다른 영어 번역본들을 참고한 중역본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라틴어 원문을 가장 충실히 번역한 책"을 중역한 거죠. 대놓고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광고 카피들이 거의 허위 광고에 가까워 보입니다.


기독교 출판사 선한청지기에서 펴낸 책의 겉표지엔 "완역본"이란 광고 카피 밑에 "라틴어 원전 대조"란 광고 카피가 붙어 있습니다. "라틴어 원전 대조"는 라틴어 직역이 아니죠. 이 책은 Christian Classics Ethereal Library에서 제작한 Public Domain의 영어 번역본을 옮긴 중역본입니다. 편집 과정에서 라틴어 원문과 영역본을 대조했다고 하는데 어떤 편집자가 어떻게 라틴어를 배웠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 책의 '출판사 제공 책소개'를 보면 "라틴어 원전의 감동을 되살린 영성 고전의 정수!"란 광고 카피가 적혀 있습니다. 이 광고 카피만 보면 라틴어 직역본이라고 헷갈리기 쉽죠. 브니엘에서 펴낸 책의 광고 카피처럼 거의 허위 광고에 가까운 건 아니지만 역시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광고 카피입니다.

 

기독교 출판 시장에서 라틴어 직역이 가능한 번역자를 찾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영어 직역이 가능한 번역자는 많고 헬라어 직역이 가능한 번역자도 있지만 라틴어 직역이 가능한 번역자는 히브리어 직역이 가능한 번역자보다도 적을 겁니다. 신학 전공자들이 기초적인 헬라어와 히브리어는 꼭 배워도 라틴어는 꼭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라틴어를 조금 배워서 라틴어 원문 대조 정도가 가능한 수준이랑 라틴어 직역이 가능한 수준은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까 기독교 출판사들이 라틴어 직역본 출간이 어려울 땐 좋은 영어 번역본을 골라서 옮기는 정도의 노력만 보여도 충분합니다.

 

라틴어 같은 사어나 화란어처럼 잘 쓰이지 않는 언어로 쓰인 책은 우리글로 옮겨서 출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에 중역본이라고 문제될 게 없습니다. 문제는 중역본을 직역본처럼 헷갈리게 광고하는 겁니다. 세상의 여러 출판사들은 돈이란 우상을 숭배해서 판매량에만 신경 씁니다. 기독교 출판사들도 판매량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단 건 알지만 기독교 출판사라면 판매량보다 거짓과 싸우는 일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세상의 여러 출판사들은 돈이란 우상을 숭배하지만 기독교 출판사들은 오직 창조주 하나님과 그분의 외아들 예수님께만 복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방송에 나왔던 건 기독교 출판사 규장에서 펴낸 책입니다. 이 책도 라틴어 직역본은 아니지만 직역본처럼 헷갈리게 광고하지 않고 있으니까 중역본이라고 문제될 건 없습니다. 이 책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전의우 목사가 옮겼습니다. 2004년에 기독교출판문화상 번역 최우수상(목회자료 부문)을 받은 전의우 목사답게 매끄럽고 읽기 쉽게 옮겼습니다.

 

방송에서 임보미 자매가 책이 너무 예쁘다고 했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 책의 '출판사 제공 책소개'를 보면 "이 책은 원전의 구성을 존중하여 잠언처럼 조금씩 읽을 수 있도록 단락을 나누어 보기 쉽게 편집하였으며 곳곳에 되새겨볼 구절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구성하여 마음과 생각의 쉼터를 마련하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편하지만은 않지만 책을 읽는 것 자체는 편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편집입니다. 표지도 예쁘고 책에 들어 있는 사진들도 예뻐서 영성 훈련 자료로 쓰기 좋은 책이죠.

 

방송에서 도움 말씀을 해주셨던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의 이강학 교수는 영성 훈련 전문가입니다. 영성 훈련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강학 교수가 책임편집을 맡은 "오늘부터 시작하는 영성 훈련"을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영성 훈련"은 우리나라의 교회 현실에 맞는 영성 훈련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강학 교수가 옮긴 책들도 영성 훈련에 도움을 줍니다.

 

 


- 기독교 출판사 두란노에서 펴낸 책은 라틴어 직역본입니다. 박동순 대사가 옮겼는데 초대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경력이라든지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학교에서 한국 문화를 강의했다는 경력을 볼 때 히브리어 실력이 뛰어난 분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박동순 대사가 법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라틴어를 배웠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앞의 "천로역정"에 대한 페이퍼에서 두란노에서 펴낸 "천로역정"은 표지가 빨간색이라 눈이 아프단 얘길 했었는데 이 책도 표지가 빨간색이라 눈이 아픕니다. 두란노에서 이 책을 다시 펴낸다면 꼭 표지색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 앞의 "천로역정"에 대한 페이퍼랑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에 대한 페이퍼에서 기독교 출판사 CH북스에서 펴낸 책들의 번역이 믿을 만하다고 얘기했었습니다. 여러 출판사에서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펴냈지만 CH북스에서 펴낸 책의 번역이 가장 믿을 수 있습니다.

 

CH북스에서 펴낸 책은 라틴어 직역본입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목회학석사 학위와 신학석사 학위를 받고 비블리카 아카데미아에서 히브리어와 헬라어와 라틴어 같은 고어를 배운 박문재 목사가 옮겼습니다. 박문재 목사는 목회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어떻게 라틴어를 배웠는지 확실히 나와 있기 때문에 라틴어 직역본을 고르고자 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택하시면 됩니다. 박문재 목사는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비롯해서 CGNTV "복음책방, 신앙을 읽다"에서 다루어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도 라틴어 직역으로 옮겼습니다. 박문재 목사의 라틴어 직역본이라면 믿고 읽을 수 있죠.

 

CH북스에서 펴낸 박문재 목사의 라틴어 직역본은 2016년에 나왔습니다. CH북스에선 이 책을 2018년에 리커버 양장 에디션으로도 펴냈습니다. 다 알라딘에서 판매되고 있으니까 더 좋단 생각이 드는 걸로 고르시면 됩니다. e북은 2016년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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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아 2022-12-21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도서를 구입할 때마다 어떤 번역본이 원전에 가깝고 번역도 미려한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아주 유용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Knoxian 2022-12-21 21:08   좋아요 0 | URL
아주 유용한 정보라는 말씀을 듣게 되니까 페이퍼를 작성한 보람이 느껴지는군요. 고맙습니다.

lmk2701 2024-06-1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출판사가 있어서 그냥 표지가 마음에 드는 걸 골랐는데
이런 정보를 얻게 될 줄은 몰랐네요..
고맙습니다

Knoxian 2024-06-14 18:55   좋아요 0 | URL
도움을 드렸다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