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GNTV "복음책방, 신앙을 읽다"를 주마다 빠짐없이 챙겨 봤습니다.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TV에서 텍스트로 만들어지는 책을 다루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 같이 이미지가 텍스트를 대신하는 세상에 그것도 TV에서 책을 다룬다면 지루하게 느낄 시청자들이 많겠죠.


아마 광고에 매달리는 상업 방송에선 책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더 어려울 겁니다. 다행히 CGNTV는 광고 없이 시청자들의 후원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복음책방, 신앙을 읽다" 같은 유익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겠죠.


방송을 볼 때마다 다루어진 책들에 대해 짧게나마 끼적여 보려 했는데 어느새 마지막 방송까지 보게 됐습니다. 비록 방송은 끝났지만 신앙 서적 읽기는 계속돼야 하겠죠. 방송은 다루어진 책들을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로 올리며 선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다루어진 책을 읽을 때 꼭 방송에 나왔던 걸 골라야 할 까닭은 없을 겁니다. 먼저 방송에서 다루어진 책이 여러 출판사에서 나와 있을 땐 어떤 걸 고르는 게 좋을까 하는 것부터 얘기해보려 합니다. 방송에서 다루어진 책들을 쭉 읽어 보려고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흔히 "천로역정"은 신앙 서적 가운데 성경 다음으로 소중한 책이라고 합니다. CGNTV에서 복음책방의 문을 "천로역정"으로 연 건 썩 좋은 선택이었죠. 알라딘에서 검색창에 "천로역정"을 치면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이 뜹니다. '판매량순'을 클릭하면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을 판매량순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맨 위에 있는 게 방송에 나왔던 책인데 기독교 출판사 포이에마에서 펴냈습니다.


방송에서 얘기한 것처럼 예쁘장한 일러스트들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의 일러스트를 맡은 마이크 윔머는 많은 아동도서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러스트들이 예쁘장하기는 한데 저는 좁고 험한 길을 가는 소설에 이렇게 아동도서 느낌의 일러스트들이 실려 있는 걸 썩 좋게 보기 어렵습니다. 뭐 이건 그냥 제 생각이고 예쁘장한 일러스트들이 이 책을 판매량순 맨 위에 올려놓는 데 크게 한몫했겠죠.


이 책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닙니다. 얼마 앞서 초판본 유행이 지나가기도 했는데 우리나라 작가들이 일제 강점기에 펴낸 초판본 시집이라든지 소설을 읽어 보면 한글로만 되어 있는데도 읽기가 힘듭니다. 맞춤법이라든지 띄어쓰기라든지 단어 따위가 지금이랑 다른 게 많기 때문입니다.


"천로역정"은 1678년에 잉글랜드에서 나온 소설입니다. 1678년에 쓰였던 영어도 지금 쓰이는 영어랑 많이 달라서 그때 나온 소설을 읽는 건 지금의 영어 사용자들한테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 소중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걸 안타깝게 여긴 C. J. 로빅은 우리 시대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문장들을 가다듬고 다시 편집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C. J. 로빅이 쉽게 가다듬고 다시 편집한 걸 옮긴 겁니다. 너무 낡고 지루한 문체라서 읽기 힘들어도 1678년에 나온 "천로역정"을 그대로 옮긴 게 궁금한 분이라면 다른 책을 택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 책을 택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포이에마는 1684년에 나온 2부도 펴냈습니다. 2부엔 1903년 판본에 실려 있었던 해럴드 코핑의 일러스트들이 실려 있습니다. 1부의 일러스트들보다 2부의 일러스트들이 소설에 잘 어울립니다.


이 책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 2부를 그대로 옮긴 겁니다. C. J. 로빅은 "천로역정" 1부만 쉽게 가다듬고 다시 편집한 것 같습니다. 그럼 1부랑 2부의 문체가 다르게 느껴질까 봐 걱정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믿을 만한 최종훈 번역가가 1부에 이어서 2부의 번역까지 맡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부엔 방송에서 도움 말씀을 해주셨던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의 박형진 교수의 해설이 실려 있습니다. 




- 방송에서 최령 형제가 "천로역정"의 여정을 지도로 그려 보고 싶다고 한 뒤에 박형진 교수가 "천로역정" 지도를 보여 주셨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방송에서 출연진들은 그 지도를 보면서 신기해했는데 기독교 출판사 두란노에서 나온 책에 그 지도가 실려 있습니다. 그 지도가 실려 있는 책을 고르고 싶으시다면 이걸 택하시면 됩니다.



챕터가 시작되는 곳마다 "천로역정"의 여정이 이미지화되어 있어서 주인공 크리스천의 이동 경로를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책에는 H. 멜빌의 일러스트들이 실려 있습니다. H. 멜빌의 일러스트들이 마이크 윔머의 일러스트들보다 좁고 험한 길을 가는 소설에 잘 어울립니다. 다만 표지가 빨간색이라 눈이 아픕니다. 두란노에서 이 책의 다음 쇄를 찍는다면 꼭 표지색을 바꾸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2015년에 문서선교협력위원회가 뽑은 '올해의 역자상'을 받은 정성묵 번역가가 옮겼습니다. 뛰어난 번역가의 번역답게 대화체가 살아 있고 어려운 신앙 서적이 아니라 흔히 소설 읽는 것처럼 읽을 수 있습니다.




기독교 출판사 CH북스에서 펴낸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엔 귀한 책들이 많습니다.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포이에마에서 펴낸 책은 1부랑 2부를 따로 사야 하고 두란노에서 펴낸 책은 1부만 있습니다. 한 권으로 1부랑 2부를 다 읽고 싶으시다면 CH북스에서 펴낸 책을 택하시면 됩니다.


이 책엔 1898년 판본에 실려 있던 루이스 레드 세 형제의 일러스트들이 실려 있습니다. H. 멜빌의 일러스트들만큼 루이스 레드 세 형제의 일러스트들도 좁고 험한 길을 가는 소설에 잘 어울립니다. 루이스 레드 세 형제의 일러스트들은 19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펼쳐진 미술과 공예운동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술과 공예운동이라든지 윌리엄 모리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택하시면 됩니다. 미술과 공예운동을 이끌었던 윌리엄 모리스에 대해서는 밑의 책들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총신대학교의 유성덕 교수가 옮겼습니다. 기독교 영문학 전문가가 원문에 충실하게 옮긴 책을 고르고 싶으시다면 이걸 택하시면 됩니다. 다만 원문에 충실하게 옮기다 보니까 낡고 지루한 문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포이에마에서 펴낸 책이라든지 두란노에서 펴낸 책을 택하시면 됩니다.




- "천로역정"이 신앙 서적 가운데 성경 다음으로 소중한 책이다 보니까 2013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2019년에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천로역정"은 CBS CINEMA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951년에는 가장 영국적인 작곡가 레이프 본 윌리엄스, OM가 오페라 "천로역정"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영국적인 지휘자 에이드리언 시드릭 볼트 경, CH이 지휘하고 런던 필하모닉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1971년 녹음은 귀한 명반입니다. 저는 소설 "천로역정"을 읽을 때마다 이 앨범을 틀어 놓습니다. 아쉽게도 품절됐네요. 빨리 재발매돼서 많은 분들이 이 앨범을 들으실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재발매를 기다리시는 동안 오페라 "천로역정"의 노래 7곡이 실려 있는 앨범을 미리 들어 보실 수도 있겠죠. 다행스럽게도 2010년에 나온 수입반이 아직 판매되고 있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