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왕 이야기 1 - 엑스칼리버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아웃사이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원래는 "아발론 연대기"라고 하는데 좀 더 익숙한 "아더왕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고 있었다. 하지만 출판사가 망하면서 4권까지만 나오고 출판사를 옮겨 11월쯤 "아발론 연대기"라는 이름으로 전 8권이 재출간 예정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가 망하다니 출판 현실의 열악함은 말하기 민망할 정도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기원후 5세기경이지만 실제 문화적 배경은 11-13세기를 담아내고 있다. 아더는 기원후 500년 경의 실존 인물로 알려져있다. 브리튼 섬을 침략하는 색슨 족을 물리치기 위해 왕들에게 고용된 용병 대장이었다고 하는데 이 시기는 로마 제국 말기, 즉 메로빙거 왕조의 시작 시점과 맞물려있다. 영화 <킹아더>가 그렸던 아토리우스라는 인물은 그런 면에서 신화적 존재의 아더왕보다는 실존 인물 아더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으니 영화의 해석이 전혀 생뚱맞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더왕이라고는 하지만 당시 기준에서의 왕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인접 지역의 영주 중 가장 강한 존재일 뿐이기 때문에 신화 속에는 수많은 왕들이 등장한다.

 1권의 핵심은 악마의 자식으로 태어난 멀린이다. 브리튼 왕들의 조력자로서 미래를 내다보는 신출귀몰한 이 마법사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멀린의 도움으로 우터 펜드라곤왕의 아들인 아더가 태어나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던 그는 마침내 엑스칼리버를 뽑으면서 브리튼의 왕위를 계승한다. 원탁의 기사, 랜슬롯과 귀네비어 등이 등장하는 장대한 신화가 이렇게 시작된다. 아더왕 이야기에서 왕권은 하얀 여신으로 상징화된다. 아더는 물을 구하러 갔다가 늙고 추악한 검은 마녀에게 키스를 하게 되는데 그녀는 하얀 여신으로 변신하면서 그가 왕이 될 것임을 예언한다. 왕이 되기 위해 그가 엑스칼리버를 뽑는 유명한 장면보다 이 하얀 여신이 왕권에는 더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아더왕 이야기는 고대 켈트인의 환상과 기독교 전설의 결합으로 탄생한 신화이다. 그리스 신화에 가려져 우리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그리스 신화보다 드라마틱하고, 인간적이고, 어두컴컴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보티건, 엠리스왕, 우터왕으로 이어지는 아더왕 선조들의 투쟁의 역사와 서정적인 시가 어우러져 신화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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