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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 청년 김원영의 과감한 사랑과 합당한 분노에 관하여
김원영 지음 / 푸른숲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4.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그날이 장애인의 날인지는 저녁 지하철에서 한겨레신문을 보다가 처음 알았다. 장애인의 날이 눈에 띈 건 최근 읽고 있던 김원영의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때문인 듯하다.

마침 그날 신문에는 우리나라의 장애관련 예산이 ‘GDP의 1000분의 1’로 OECD 회원국중 꼴찌수준이라는 기사가 났다.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19일 2005년도 한국의 장애 관련 예산은 국내총생산의 0.1%라고 밝혔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가입국 가운데 자료비교가 가능한 23개 나라의 평균 1.2%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비중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0%)가 유일했다. ......... 우리나라는 장애연금 수급비율에서도 1.5%로 바닥권이었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5.8%로 한국의 4배 수준에 이르렀다. 멕시코(0.7%)를 빼고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없었다. 헝가리가 12.1%로 가장 윗자리에 올랐다. 역시 스웨덴(10.8%), 노르웨이(10.3%), 핀란드(8.5%), 네덜란드(8.3%) 등 유럽 국가들이 선두권을 형성했다.”(한겨레신문, 2010.4.20일자)

김원영의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 뿐 아니라 복지 및 정책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절실하게 느낀 터라 이런 기사가 더욱 와닿은 것 같다.

언제부턴가 의식적으로 지하철에서 “안산 어린이집”으로 시작하는 쪽지를 돌리거나 계단에서 바구니를 놓고 푼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동전이든 지폐든 주어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한 이후로 장애인이든 사회적 약자든 이들에 대해 무덤덤하게 지내온 것 같다.

그런데 김원영의 책은 한동안 개인적인 동정은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고 국가가 해결해야할 일이라고 애써 무심하던 내게 큰 깨우침과 뉘우침을 주었다. 하지만 사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책의 초반부에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특이한 질병을 가진 장애인의 서울대 입학 성공기 플러스 알파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왕 쓸 성공기라면 사시합격이든 판사 임용이든 좀더 큰 성공을 보여준 후에 책을 쓰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약간의 비아냥과 함께... 하지만 책의 중간을 넘어서면서 이런 경솔한 생각은 점차, 빠르게 변해갔다. 그가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문제점이 너무나 심각했던 것이다. 그는 그와 함께 장애를 겪고있는 수많은 친구들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설익은 마음으로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점에서 그는 충분히 성공한 것 같다. 수 년동안 장애인 문제에 무심하던 나를 조금이나마 일깨워주었으니.

그동안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 회계부정이나 비리 같은 뉴스를 보거나 공지영의 도가니 같은 글을 보고 장애인 문제에 막연한 동정심과 적개심을 가지고 있던 내게 이책은 장애인을 어떻게 보고 장애인 문제를 개인적,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제공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성공한 장애인의 개인적인 성장기나 수기는 아니다. 장애인과 장애인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새롭게 하는 입문서이다.

지금도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제목에 있는 차가움과 뜨거움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래서 나는 쿨한 게 아니라 ‘핫한’ 장애인, ‘야한’ 장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몸이 가진 욕망과 내 몸에 투영된 운명, 그 모든 것을 쿨하게 받아칠 줄 아는 유쾌한 인간 또는 고상한 척, 성숙한 척하는 인간이 아니라 좀 구차하고 미성숙하더라도 뛰고 싶다면 뛰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남은 생을 뜨겁게 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 누군가에게 무시와 모욕을 당하고 무성적인 존재로 인식당할 때 저 유명한 드러마 주인공 강마에의 대사처럼 “진짜 시련이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겪은 척, 뛰어넘은 척, 쿨한 척”하는 대신 “내 몸을 봐라. 내 욕망을 봐라. 나의 짓밟히는 자존심을 봐라”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p.219)

장애인 및 소수자를 보는 시각에 대한 자기반성과 함께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자꾸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돕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우산을 받쳐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공감하는 것임을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구절을 통해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 도우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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