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퇴의 귀부인 1
웨난 지음, 이익희 옮김 / 일빛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고고학에 대해 생각해왔던 기존의 느낌은 헐리웃 영화 '인디아나존스'에 영향받은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나의 고고학에 대한 동경은 영화의 신비적 요소와 결부된 동경이었을 뿐, 그것이 고고학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고고학이 과연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고, 고고학에 대해 품어왔던 막연한 동경 역시 나의 정서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약 먼 훗날 고고학자가 되어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마왕퇴의 귀부인>은 중국 남서쪽 장사지역의 고분에서 발굴된 중국 고고학의 기념비적 성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잘 보존되어 있는 유물과 미이라를 통해 거꾸로 역사적 사실을 역추적해 나가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보다도 더욱 감동적이었다.

결코 고고학이란 역사학에만 국한된 분야가 아니라 역사학,의학,영상학,지질학,해석학,보존학 등 각종의 분야를 포괄하고 있는 종합학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결코 역사학만으로는 고고학을 지탱해나갈 수 없으며, 각기 제 학문들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조화를 이루어야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에서 느꼈던 고고학의 신비는 말그대로 영화에 의해 제조된 것임에 다름 아니엇다. 옛 유물을 발굴해내는 과정이야말로 엄청난 고분을 축조했던 고대의 노예들 못지 않은 노동과 수고를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한 고고학자 하내의 말을 빌면, 위대한 고고학적 성과란 어떤 스케일의 유적을 발굴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발굴해냈는가의 문제라 한다. 이 점 역시 고고학의 성과와 힘든 노동이 비례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고학은 유쾌하고 매력적인 학문임에 틀림없다. 수천년 전의 유적을 토대로 과거의 사실을 재현해낼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가슴이 뛰고 흥분되게 만드는가?

이 책에 의하면 2000년 이상된 미이라를 해부한 데이터를 토대로 그녀의 사인을 규명하고 있으며, 그녀의 질병이라든지 식생활 자라온 환경까지도 유추해내고 있다. 물론 그러한 유추와 유물들에 의해 얻어진 데이타를 근거로 2000년 전의 역사를 사실과 흡사하게 재현해 낸다. 그 사실은 물론 과거의 사료를 기초로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론 사료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즉 고고학이야말로 사료의 빈 공간 즉 역사에서 누락돼 왔던 사실들을 메워줄 수 있는 귀중한 역사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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