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 - 결정과 발발 나남신서 477
박명림 지음 / 나남출판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전쟁은 풀리지않고 있는 수많은 수수께끼들을 가진 전쟁중의 하나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였던 '남침인가 북침인가'의 문제 역시 오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사실 전쟁직전까지만 해도 38선에서의 양군충돌은 늘 지속되는 일상사의 하나였다고 한다. 때문에 비록 국부적인 전투였다 할지라도 남한에서 선제공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는데, 어느 학자에 의하면 남한측에서 먼저 옹진반도를 공격함으로써 6.25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한 개진한 바 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님이 이 책에 의해 밝혀지고 있지만, 모든 책임을 북측에 떠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6.25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순간적 충동과 그의 결정 및 명령으로 단순하게 일어난 사건은 분명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너무도 많은 사연이 얽혀 있었다.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간의 알력이 존재했으며, 또한 이들에 의해 국가수립상의 정통성논쟁이 늘상 개입하는 실정이었다. 불행하게도 전쟁이후의 남한역사는 이러한 진실을 회피하고, 6.25를 단순히 북한의 적화욕과 소련의 팽창정책이 맞아 떨어진 전쟁으로 단순화시키는 오류를 범해 왔다. 이러한 감정적인 대응방식과 접근방식은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남침했다는 견해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 왔다.

북한이 남침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에 의해 이성적으로 한국전쟁에 접근하려는 방식보다,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내몰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남침에 대한 오해의 소지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상당수의 지식인들과 반체제인사들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적 접근 방식을 단호히 거부하고 이성적으로 한국전쟁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6.25가 일어나기 전 북한의 최고 지도층 차원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고, 내부적 결정이 이루어진 후 김일성과 모택동 그리고 스탈린간의 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는가에 대해 저자는 치밀한 추적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옹진반도를 남측에서 먼저 침략했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논증하고 있으며, 6.25가 어떤 과정으로 전개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고찰한다. 제2권에서 6.25의 기원에 대해 더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제1권은 전쟁의 결정과 전개에 대해 탁월한 식견과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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