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학
안병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역사서술은 정치사 경제사 사회사 중심의 극히 편협한 부문에만 국한되어 온 경향이 있다. 물론 세계의 모든 역사학계에 있어 역사서술의 이와같은 집중성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서양의 역사학은 정치경제부문의 집중성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재료들을 역사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성의 역사'는 이미 학문으로써 정착된 지 오래이고, 로마시대의 '매듭의 역사'나 '전차의 역사' 혹은 이 책에서 볼 수 있듯 '심성사'라든지 '일상의 역사' '축제의 역사' 등은 이에 대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전통을 경험한 유럽의 특수성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두와 같은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의 역사 역시 '정치경제사 중심의 위로부터의 역사학'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역사를 주도하는 참다운 주체는 권력의 상층에 위치한 지배자라기 보다 권력의 하층에 위치한 대중이라는 점, 그리고 다양한 저변의 역사를 개척함으로써만이 학문의 기층부를 더욱 견고화하고 학문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점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