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오는 밤

 -

 - 전 걸어갈래요.

 - 날도 추운데, 타랄 때 타지? 한참 가야하잖아.

 - 선배가 내리던지요.

 지영은 휙 돌아서서 걷던 길로 간다. 손에 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지훈이는 시동을 끄고 그녀가 시야에서 벗어나기 전에 재빨리 쫓아간다. 그녀를 마주볼 수 있게 뒷걸음질 중이다.

 - . 걷지말고 차에 타 봐. 얼마나 좋냐? 따뜻하지, 편안하지.

 지영은 휙 고개를 들더니, - 선배 딴 맘 있는 거 아니에요? 한다.

 지훈은 순간 당황하지만, 여전히 꿈쩍없다는 듯이 자신이 얼마나 베스트 드라이버인지 과장되게 설명한다. 지영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소리에 지훈이 말하는 것을 간간히 듣는다. 지훈은 말을 끝내자 지영이 팔을 붙잡고 말한다. -. 사람이 말하면 좀 들어라.

 지영은 눈을 정면으로 뜨고 지훈을 바라본다. 지훈은 그 표정에 주눅이 들지만, 순간 그녀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말한다. - 너 그렇게 쳐다보면 키스하고 싶잖아. 지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걷는다. 할 수 없다는 듯이 지훈은 지영이 보폭에 맞춰서 걷는다. 지영은 걷다가 하품을 하고, 걸으며 가로수를 한참 쳐다보기도 한다. 완전 딴 세상에 있는 지영. 지훈은 점차 노기를 띤다. -. 너는 같이 걷는 나는 안중에도 없냐? 그럴거면 나보고 내리라고 하지 말던가. 지영은 풀린 눈으로 하품을 하더니, - 선배가 내린거잖아요. 선배가 선택한거에요. 그 말만 하더니 또 걷는다. 지훈은 찬바람에 얼은 두 귀를 손으로 감싸더니 속으로뭐 이런 계집애가 다 있어한다. 지훈은 자신이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이러는 건지, 정말 쌀쌀맞은 건지 잘 모른다. 횡단보도 앞에서 둘은 어색하게 서 있다. 횡단보도를 다 건너자 지영이 휙 돌아서더니 말한다. -이쯤에서 찢어져요. 이제 조금만 가면 돼요. 지훈은 황당하다. 황당해서 눈이 커진 지훈은 지영이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걷는 것을 멀뚱히 보다가 다시 쫓아간다. 지영은 다시 돌아선다.

 -선배 지금 제 방까지 따라오겠다는 거에요?

 - . 그야...

 - ...

 - 아니. 걱정되어서 그러지. 밤길에 여자 혼자는 그렇잖아.

 - 저 항상 이렇게 걸어다녀요.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마시고요.

 

 지훈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지영을 사로잡을 수 있나, 솔직히 모른다. 지영은 같은 과 후배인데 도도하고 공부도 잘하는데, 얼굴도 반반하다. 지성과 미모를 갖춘 여자가 지영만은 아닐텐데, 지훈은 지영이 쳐다보는 것이 이상하게도 두근거린다. 이런 자신의 마음은 알 턱이 없겠지. 지훈은 한숨을 쉰다. 지영이 저만치 간다. 정말 혼자서 걸어다녔다는 말이 맞는지,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씩씩하게 걸어들어간다. 어떻할까? 지훈은 잠시 서성인다. 지영이 자신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는 건가 아닌가. 도대체 지영은 틈을 주지 않는다. 아차... 지훈은 지영을 놓친다. 그녀가 갔을 법한 길에 도달하자 갈래길이 두군데가 나온다. 이런. 지훈은 갈팡질팡하다가 아무 길로나 뛰어간다. 아니면 돌아가면 돼지 뭐. 지훈은 지영을 완전히 놓쳤다. 다른 길로 접어들어서 찾아보아도 지영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지훈은 쭈구려 앉는다.

 -지영아.

 -선배?

 -. 너 어디사냐?

 - ...

 -. 나 두고 어떻게 혼자가냐?

 - ...

 띠리릭. 핸드폰이 끊긴다. 지훈은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핸드폰은 꺼져있다. 제길...

 지훈은 담배를 한 대 피운다. 다시 전화를 건다. - 너 그러는거 아니다. 나 여기서 버틸거야. 나와서 얼굴 보고 들어가든가. 아니면 나 밤샌다. 지훈은 지영 마음을 알 수 없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도 없다. 기온이 점점 내려간다. 지훈은 신발 속 발이 단단하게 조여오는 것을 느낀다. 아까 담배는 다 피워버렸고, 할 일 없이 별이나 새고 있다. 지영에게는 여전히 연락이 없다.

 지영은 방 안에서 잠 자지 않고 생각한다. 핸드폰을 다시 켰더니, 음성 메시지가 와 있다. 듣고 보니 선배는 갈 것 같지가 않다. 나가서 만나려니 뭔가 찜찜하다. 선배가 자신이 사는 곳을 알고 싶어한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것인데, 지영은 지훈 선배에 대해 깊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끔 농담을 하고, 밥도 사주고 했지만, 지영은 이 선배가 왜 이러지 싶었다. 게다가 선배는 이쁜 후배들에게는 잘도 그랬다. 지영은 좀 걱정이 된다. 한겨울인데. 정말 버티고 있는건가 싶다.

 -선배

 -. 왔구나.

 눈이 반쯤은 감긴 지훈은 멍청한 웃음을 지으며 지영을 본다. 지영은 지훈 선배가 한심해 보인다. 대체 왜 밤 중에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건가. 지영은  팔짱을 끼고 쭈구려 앉아있는 선배를 일으킨다. 자칫 잘못하면 동사라도 될 뻔했다. 지훈은 비틀거린다. 동시에 지영 어깨에 손을 올린다. 지영은 눈치채고는 선배를 밀어버린다. 앉았다가 일어난 터라 지훈은 균형을 못 잡는다. 벌러덩 넘어진 지훈은 움직임이 없다.

 -선배!

 지영이 놀라서 지훈 가까이로 간다. 이때다 싶은 지훈은 지영을 와락 끌어안는다. 지영은 버둥대지만 지훈 완력에 어쩌지를 못한다.

 -. 좀 가만 좀 있어라.

 지영은 바닥이 차갑기도 했고, 선배가 벌러덩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하니 꼼짝 못하고 붙잡힌 형편이다.

 -. 저기 저 별 좀 봐라.

 - ...

 - 좋지 않냐? 잠깐만 이러고 있자.

 지영은 넌지시 하늘을 쳐다본다. 정말 겨울밤 하늘에는 총총히 별빛이 반짝인다. 지영이 잠시 감탄을 하는 사이에 지훈은 얼굴을 바싹 갖다대더니 말한다.

 - 이제 보니, 완전 아기 피부잖아.

 - 선배 이제 좀 일어나죠?

 - . 선배 선배라고 하지 말고, 오빠라고 해라.

 지영은 괘씸해서 지훈의 코를 잡고 꼬집는다.

 - ! 아아아아!!!!

 지영은 벌떡 일어나서 집 방향으로 간다. 지훈은 놓칠새라 잽싸게 쫓아간다. 지영은 뛰다시피 걷는다. 지훈은 그런 지영이 귀엽기만 하다. -. 누가 너 잡아먹는대. 같이 좀 가자. 지영은 딱 멈춘다.

 - . 이 자식아. 너 내가 나이 어리다고 쉽게 보이나본데 ...

 지훈은 지영이 자신을 바라보고 말하는 찰나에 다시 끌어안더니, 번쩍 들어올리기까지 한다.

 -자자.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얼이 빠진 지영은 잠시 그 상태 그대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지훈 선배를 쳐다본다.

지훈은 넉살 좋게 웃는다. 지영은 그런 모습을 보고, 내려달라 자기가 걷겠다 선배는 너무 자기 식대로 한다라고 말하며 애원조로 말한다. 지훈은 방긋 미소지으며 지영을 가볍게 내려놓는다. 지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 귀찮은 선배가 자신을 들어올리는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면서 떨리기까지 했다.

 지훈과 지영은 결국 그녀 집 앞까지 간다. 원룸에 사는 지영은 불 켜진 방 안으로 이 선배가 들어온다면 어쩌지하고 걱정을 한다. 이제는 어찌해야할지 잘 판단이 안 서는 사람이 지영이다. 그에 비해 지훈은 지영이가 복잡한 표정을 짓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훈은 지영이 방에 들어가고 싶다. 꼭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 그건 둘째치고 지영이와 좀 더 있고 싶다.

 - 정말 집 앞이니까 이젠 혼자 들어가도 되죠?

 아까 반말로 화를 낸 기개는 어디로 가고 지영, 그녀는 지훈에게 묻는다. 지훈은 흐뭇하게 웃더니, 방 안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 싫냐고 한다. 지영은 그 말을 하는 지훈을 빤히 쳐다본다. 지훈은 기다린다. 지영은 아무말 없이 휙 돌아서고, 지훈은 그대로 따라간다. 원룸 문이 열리고 둘은 함께 들어간다. 들어간 둘은 잠시 서 있다가 꼭 끌어안는다. 옷자락에 한기가 가득하다. 겨울 바람 냄새가 옷에서 풍긴다. 지훈은 지영이 입술을 찾아서 키스를 한다. 둘은 원래 끌린걸까? 지훈이 넉살이 좋아서 일까? 아니면 이 추운 겨울에 찾아 온 낭만일까? 한참 입술을 더듬던 그 둘은 옷가지를 하나씩 벗기 시작한다. 이제 바들바들 떠는 건 지영이다. 지영은 자신이 이러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결코 무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지영이가 싫다라고 하면, 분명 지훈은 그대로 돌아설 것이었다. 지영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반은 어의가 없지만, 반은 그냥 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지영 자신의 생각과 몸은 애석하게도 따론 논다. 그녀가 좀 더 주도적으로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에 이미 둘은 서로의 몸을 알아가고 있었다. 지훈은 그렇다면 선수인가? 지영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훈은 지영이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것을 알고 꼭 안아준다. 지영은 방 안인데, 오돌 오돌 떤다. 깜짝 놀란 지영이다. 이럴 줄 몰랐지 않나? 지훈은 그런 지영이 사랑스럽다. 꼭 안아주고, 손으로 그녀의 몸 이곳 저곳을 만져준다. 지영은 그것이 싫지 않다는 것에 놀란다. 선배의 손이 자신의 어깨와 가슴과 배와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자 그녀는 자신의 몸이 반응을 하는 것을 느낀다. 지영의 얼굴에 홍조가 생기자 지훈은 그녀 위로 올란간다. 그녀의 다리는 그를 받쳐주느라 이미 벌어져 있다. 둘은 눈이 마주치자 깊게 키스를 한다. 지영은 키스를 오랫동안 하는 동안 그녀가 첫경험이라는 것을 선배에게 알려야 할 것 같다. 키스가 멈췄을 때, 지영이 부끄러운 얼굴빛을 하고 말한다. -선배 콘돔 있어?

 지훈은 씩 웃더니, 뒤로 돌아서 자신의 몸에 콘돔을 착용한다. 지영은 선배의 뒷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둘은 찰싹 달라붙는다. 지영은 이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경험을 이렇게 할 줄은 몰랐지만, 그냥 한다. 몸이 따라가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둘은 그곳을 찾는 중이다. 지훈도 사실은 첫 경험이다. 지영과 지훈은 서로를 그렇게 알아간다. 지영이 지훈의 손을 들어서 그녀의 그곳 부근에 가져간다. -찾아봐. 지훈은 손으로 더듬어본다. 아무래도 미끌거리는 그곳에서 어디로 들어가야할 지 난감하다. 지훈이 그 곳을 애무아닌 애무를 하자. 지영은 몸이 달아오른다. 둘은 위, 아래가 뒤바뀐다. 지훈이 아래, 지영이 위로 올라간다. 지영은 망설였지만 손으로 지훈의 그곳을 쥔다. 지훈이 가벼운 탄식을 한다. 지영이 그 위로 올라탄다. 입구는 어디인지 아직 모르지만 둘은 서로에게 자극을 준다. 지영은 솔직히 겁이 난다. 그의 몸 위에 살짝 걸쳐서 입구 부근을 밀어붙히기가 망설여진다. - 못 하겠어. 지훈은 다시 그녀를 눕히고 자신이 직접 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별로 없다. 자신이 지치면 이 일은 안 될 것이다. 그녀의 무릎을 두 손으로 밀고, 그녀의 구멍 속에 꽂는다. 지영이 고개를 들썩이고 지훈의 팔을 강하게 잡는다.

 둘은 서서히 움직임을 탄다. 제대로 들어가자 움직임이 그냥 된다. 둘은 어리고 젊다. 서로가 몸을 허락하자 움직이는 몸의 반동이 유연하게 이루어진다. 턱을 살짝 치켜올린 지영이의 목을 지훈은 쓰다듬는다. 그녀의 몸이 따스하다. 하나. . ... 서로가 그 숫자를 세고 있는 것처럼 몸에 율동이 있다. 둘은 궁합이 잘 맞는 걸까? 점점 가까이 가까이 서로에게 밀착한다. 지영이 지훈의 등에 손을 갖고 가서 어루만진다. 애석하지만, 콘돔을 처음 사용하는 지훈은 언제 사정을 해야 할지 잘 몰라서 밖으로 줄줄 세고 말았다. 지훈은 당황한다. 의외로 지영은 아무 말이 없다.

 

 둘 다 첫경험치고는 잘 해낸 듯 하다. 이불을 꼭 끌어안은 지영은 옆에 누워있는 선배를 쳐다본다. 처음인데 지영이 힘들어하지 않은 걸 보면 역시 둘은 속궁합이 잘 맞나보다. 지훈이 집 밖에서 지영을 번쩍 안아 올릴 때 그 느낌을 지영은 잊지 못한다. 아마 그 때 부터 지영은 선배에게 끌린 것 같다. 남녀의 끌림은 대화도 중요하지만 이런 순간적인 제스처와 몸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지영이 지훈의 손을 꼭 잡는다. 둘은 서로를 다시 쳐다보고 가벼운 키스를 한다. 밖에는 어느새 흰눈송이가 날린다.

 -선배 창문 좀 열어봐.

 벌떡 일어선 지훈은 창문을 열어제낀다. 눈이 내리고 있는 터라 바람이 그닥 차지 않다.

 -이리와

 누가 부른 걸까 싶었지만, 둘이 동시에 말한 것이다. 둘은 웃는다. 지영이 이불을 돌돌 말아서 옆에간다.

 -눈이 내리네.

 -아까 나 밖에 있었으면 눈사람 됐겠다.

 지영이 웃는다. 지훈도 웃는다. 땅바닥에 천천히 눈이 쌓여가고, 지영과 지훈은 다시 몸을 합친다. 길고 긴 밤에 둘은 하나가 된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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