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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지금은 2021년 7월 19일...
할머니의 어머니, 곧 주인공의 증조 할머니 이야기는 너무 멀고 낡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지만, 증조 할머니의 목소리는 생생하다.
그 시대를 살아온 여성이 지닌 지난한 삶이란 주인공에게 희령이라는 곳에서 홀로서기를 하는데 다리가 되어준다.
증조 할머니의 목소리는 주인공의 할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또 간직해온 편지를 통해서 오래 전 그 때를 말해준다.
그리고 그건 카톨릭의 믿음에서 우러난 사랑도 아니고, 어려움을 이겨낸 자의 성공도 아니다.
그건 새비 아주머니와 증조 할머니의 우정이었다.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
그로부터 시작된 배려와 관심이었다.
그건 무엇을 말하고 있는걸까.
편견이나 흑백논리나 계급의 문제를 말하는 것일까.
일제시대를 살아낸 한을 말하는 것일까.
그건 최은영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여성성인것 같다.
그 여성성은 새침하고, 예쁘고, 의존하는 모습이 아니다.
도와달라고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여성이 아니다.
꼿꼿하게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관찰하고 궁금해하는 자기 중심적인 여성이다.
의심하고,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려서 자기 뜻대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왜, 나는 이런 여성이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불편하고 힘들까.
왜, 나는 여성이 꼭 따뜻하고, 섬세하고, 꼼꼼하고, 인내하고, 희생하는 모습이 편하다고 생각할까.
도대체 최은영 작가는 어떻게 소설을 완성해나갔을까.
이런 모습의 여성을 가까이에서 보았을까. 아니면 자기 자신에서 변주된 걸까.
주인공이 편지로 증조 할머니를 만난 것처럼 독자인 나는 소설이 다리가 되어 잊혀진 여성들의 인생을 만나는 길목에 있다.
나는 다리를 건너기가 두렵고 싫지만 최은영은 열심히 이야기를 들려줘서 밤을 밝게 지피는 중이다.
마지막이 유쾌했으면 좋겠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도 유쾌하고 재밌는 사람이 되는 게 나는 좋다.
-이건 독자인 저의 바람입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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