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영화관 환상 시리즈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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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승달이 뜨는 밤마다 특정 손님들만 비밀 상영회가 열리는 '이상한' 영화관, 아니 전기관이 있다. 무척 오래된 서양 영화 포스터와 한산한 매점, 충전재가 튀어나온 긴 의자가 보이는 가운데 유리문에 비쳐 좌우가 반대로 보이는 금색 간판에는 '게르마 전기관'이라고 적혀 있다. '전기관'이라는 곳은 영화관의 전신이라고 한다. 여기가 바로 <환상 영화관>이다.


호리카와 아사코(堀川アサコ)의 <환상 영화관(幻想映画館)>은 유령을 볼 수 있는 아이, 스미레가 화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 간다. 약간은 엉뚱하지만 귀여운 여고생 스미레는 유령을 볼 수 있는 능력탓에 따돌림을 받고 있다. 그녀의 등굣길 전철 안에서 책은 시작된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하게 된 아버지의 불륜 행각을 뒤쫓다 게르마 전기관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환상 영화관>에서의 모험은 본격 출발이다.


사람과 사물을 자유로이 통과하는 아름다운 유령, 그녀의 단짝인 영화관 지배인 남자, 영화에 진심인 청년-스미레가 한눈에 반하게 된-, 늘상 술을 들고 오는 고령의 손님이 뒤섞여 있는 곳이지만 이상하게도 '평범하게' 혹은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읽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여고생이라는 화자의 귀여우면서도, 퉁명스러운 말투도 한몫하지만 모든 등장인물의 능청스런 대사가 흥미롭다.


한 장면을 소개해보자. 스미레가 목격한 아버지의 불륜상대가 한 소녀를 영화관에 맡긴다. 그 소녀는 의아스럽게도 곧장 '분실물'이 있는 지부터 확인한다. 아이 아버지가 소녀를 영화관에 둔 채 돌아오지 않게 된 사연이 숨어 있었고, '소녀는 아버지를 여기서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손수건처럼 분실로 여길 것'이라는 게 스미레의 판단. 순수하면서도 엉뚱하고, 한켠으로는 먹먹해지는 복합적인 장면 아닌가.


다시 <환상 영화관>의 주제로 돌아가보자. 초승달 아래 심야상영되는 작품의 제목은 '주마등'이다. 우리가 흔히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고 할 때 나오는 주마등. 인생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감동과 함께 되돌아보는 여정을 그린 명작이라는 설명은 작품의 의도를 명확히 알려 준다.


할머니의 고독사 이후 불안한 경험을 겪고 있는 친구와 함께 스미레의 유령 이야기가 펼쳐 진다. 외로운 노인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고약한 악덕업자 문제도 곁에서 요란하지 않게 흘러 간다. 역시 <환상 영화관>의 매력은 비현실적인 소재와 캐릭터가 마구 등장함에도 마치 눈 앞에 존재하는 사실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따뜻한 인간과 친절한 유령이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다음 심야 상영은 언제 하나요? 사십구재에 맞출 수 있으면 다행인데." 49일은 죽은 사람이 이 세상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다. 친절한 대상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모두가 서로를 좋아한다'면 혼자서 끝말잇기할 필요가 없을것이라는 스미레의 생각은 옳다. 최소한 여기 <환상 영화관>에서는.(*) 


#힐링미스터리 #인생의주마등 #환상시리즈 #환상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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