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오마카세 한국추리문학선 20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내 중심가 멋진 빌딩에 입점한 세입자들은 인자한 건물주 덕분에 각자의 희망을 키우며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간다. '특혜'로까지 비칠 정도의 싼 임대료와 파격적인 계약 기간으로 장기임차인이 많은 무송빌딩. 그러나 미제사건으로 남아버린 뺑소니 교통사고로 건물주가 갑자기 죽음을 당하고, 미국에 있던 그의 아들이 빌딩을 상속받아 귀국하면서 그들의 '평화'는 일순간에 무너져버린다.


황정은의 <살인 오마카세>는 이같은 배경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변사사건을 풀어내는 추리소설이다. 앞서 벌어진 뺑소니 교통사고까지 덤으로. 전 건물주의 아들은 말 그대로 무송빌딩의 무법자로 안하무인격 행동을 일삼는 패륜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입자들의 원한이야 당연히 깊어져만 가고. 금전적 피해 뿐 아니라 성희롱, 영업방해 등 무법자의 거침없는 악행이 '독살'로 마감되면서 범인과 동기를 찾아가는 형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무송빌딩에 자리잡고 있는 일식집 스바라시, 고운내과, 무송약국, 커피조아, 리노헤어숍, 물들임염색방 등 모든 세입자가 용의선상에 오른 상황. 그들 사이의 관계, 각자의 욕심이 이리저리 얽히면서 추리는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된다.


'맡긴다'는 의미를 지닌 오마카세(お任せ). 일본의 음식점에서 주방장에게 모든 메뉴를 일임하는 코스요리를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쓰인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펴기도 전에 <살인 오마카세>라는 제목이니 '그럼 일식집이 범인아냐?'라고 쉽게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살인이 누구에게, 어떻게 '맡겨진 채로 코스요리처럼 펼쳐진 것인지'에 관심을 두면 흥미가 더할 것 같다.


"우연과 실수가 만나 소름 끼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한 용의자의 항변은 책이 결말로 나아가는 방향타가 된다. 사춘기 때부터 비행을 일삼다 보니 인성이 비뚤어져 공강능력이 현격히 떨어진 사내의 죽음, 연이어 발생한 악착같이 딸 뒷바라지에 열심이었던 미용실 원장의 사망 뒤에 숨어 있는 일그러진 가족의 모습이 <살인 오마카세>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아니었을까.(*)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