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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ㅣ 스토리콜렉터 105
엘러리 로이드 지음, 송은혜 옮김 / 북로드 / 2023년 1월
평점 :
'르상티망(ressentiment)'. 프리드리히 니체가 처음 사용해서 의미를 확장한 이 단어는 주로 자신의 열등감이 외부 대상, 즉 자신이 질투하면서도 선망하는 다른 사람에게 투영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요약해 원한이나 복수감을 뜻하기도 한다.
엘러리 로이드의 장편소설 <라이크(Like) 팔로우(Follow) 리벤지(Revenge)>는 소위 SNS 인플루언서를 대하는 팬과 안티이 심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상대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같은 이유로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팬과 안티 사이의 경계는 훨씬 얇은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엄청난 '라이크'를 받으며 관심의 대상이던 많은 SNS 스타들이 단 한 번이 이슈로 하염없이 추락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한다.

책은 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스타맘 에미의 독백에서 시작한다. '곧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무서운 예감, 이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는 불행한 예감'으로 한없이 용서를 구하는 에미. 그리고 그 순간으로부터 6주 전으로 돌아가 이야기는 다시 출발한다. 그녀를 향한 관심과 협찬을 지켜보는 남편 댄과 함께 부부의 시각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진솔함이 저의 브랜드랍니다. 저는 항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니까요."-에미
"저건 완전 개소리다. 개소리도 저런 개소리가 없다."-댄
에미는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로 살아가기 위해 전문 에이전트와 계약하고, '육아에 대한 솔직한 대화'와 '여과없이 보여주는 가족과 함께하는 삶의 모습'을 연출해낸다. 팔로워들의 눈높이를 위해, 보다 많은 협찬과 광고를 위해 그녀는 여성들에게 불가능한 모성의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완벽하게 불완전한 엄마상'을 창조해냈다.

그러나 그녀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그녀가 만들어내는 허상을 이미 눈치챘거나, 실제 입은 피해로 인해 복수를 꿈꾼다. 에미와 댄 가족은 이제 '라이크'와 '팔로우'를 넘어선 '리벤지'에 직면하게 된다.
스스로 작성한 게시글로 인해 우편번호가 알려지고, 자주 가는 커피숍의 위치도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대충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에미와 댄. 심지어 거리 뷰 기능을 사용하면 이들 부부와 함께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까지 직접 걸어보는 경험도 가능하다는 무서운 현실을 말이다.
책은 우리가 쉽게 짐작하는 SNS, 그 네모 속에 들어있는 불편한 진실을 하나둘 꼬집는다. 오로지 인터넷에 포스팅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볼거리에 불과한 장면을 위해 치밀하게 훈련하고 생산하는 에미-그리고 그녀와 유사한 사람들-를 상세히 묘사해 준다. 또 익명성에 숨은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현상이나, 무책임한 말과 글이 세상에 던지는 파장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한다.

SNS를 통해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 경우, 혹은 SNS와 그 네모 속 현상에 지배당한 사람에 대한 설명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스마트폰을 열어 제일 먼저 뉴스를 왁인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한 바퀴 쭉 돈 뒤,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확인한다. 한바퀴 돌면 새롭게 자리를 차지하고 올라온 뉴스롤 보게 되고 아까 한 일을 다시 반복하게 된다."
에미와 댄이 겪은, 그리고 앞으로도 겪게 될 <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나타나는 르상티망의 현재화 순서가 아닐까 여겨진다. 책의 원제는 <People like her>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