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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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오래 버티나 숨을 참고 있는 느낌이야."

"걱정하지 마. 넌 오래 못 살 테니까."


2020년 9월 3일. 한 남자가 구라타 유미를 찾아 그녀가 일하는 카페에 들어선다. 3년 전 이날 벌어진 '지하 아이돌'의 멤버 살인사건을 다시 검증하기 위해서라는 설명과 함께. 유미는 사건의 피해자이자 증인이다. 그날을 경계로 자신의 삶이 격변했으므로.


요코제키 다이(横関大)의 <악연(惡緣)>은 2020년 한 카페에 모인 사람들이 3년 전 사건을 다시 되짚으며 시작된다. 이야기는 2020년 현재를 기준으로 2017년 당시, 그리고 모든 일의 시작이 된 2011년 상황이 교차되며 흘러간다. 일본에 큰 상흔을 남긴 동일본대지진이 <악연>에서도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책의 원제는 <죄의 인과성(罪の因果性)>이다.


2017년 9월 도쿄도 무사시다이라시의 그린공원에서 지하 아이돌 '자오선 방위대'의 멤버 호기쿠보 히토미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날카로운 칼에 당한 그녀는 비극을 당하기 전 스토킹 범죄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진 상태. 그녀를 열렬히 지지하던 팬들은 경악과 절망, 장혹, 슬픔, 분노를 경험하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방황한다.


그로부터 3년 후 치열하고 세밀한 조사를 진행해온 '오다쿠'가 사건 관련자들을 유미의 카페로 불러 모은 것이다. 유미와 그날의 형사 겐다가 주요한 증인이 되는 일종의 재판이 다시 시작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상당히 급박하게 전환되는 것이 <악연>의 묘미다. 사건과 인물을 한가운데 두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는 거듭되는 반전과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이 긴장감을 준다. 어이없는 사건에서 기인한 복수. 운명의 심판인지 악랄한 범죄인지 추적해가는 과정이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대부분 지하에 있는-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라이브하우스, 그리고 그곳을 무대로 꿈을 키워가는 지하아이돌의 세계도 흥미롭다. 제대로 된 앨범을 발표하지도 못했지만, 나름의 팬층을 갖고 춤과 노래 라이브 공연을 하는 아이돌. 그들의 경쟁과 삶에 대한 불안을 <악연>은 보여준다.


"아직도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수면으로 떠올라." <악연>이 보여주는 인간의 내면과 진실을 따라가는 동안 자연스레 요코제키 다이의 오타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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