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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 부인 정탐기 ㅣ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1
정명섭 지음 / 언더라인 / 2022년 10월
평점 :
정탐(偵探). 사전상 정의에 따르면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내는 것 또는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정명섭의 <규방 부인 정탐기>는 조선시대 여인들이 나서 억울한 일을 당한 이를 위해 '정탐'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소설이다.
무예를 갖추고 정의감을 지닌 다모 박순애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기생 출신으로 양반 소실이 된 김금원, 이운초, 임혜랑, 박죽서 등 '삼호정 시회'가 탐정처럼 다모를 돕는다. 관기 출신 규방의 부인들이 사건 추리와 해결의 중심에 있으니 <규방 부인 정탐기>가 된다.

책은 '사라진 신부', '며느리의 죽음' 등 두 가지 사건을 다룬다. '며느리의 죽음' 속에 소박당한 여인의 자살 사건이 숨어 있으니 세 편의 이야기가 모인 셈이다. 저자는 모두 실제 있었던 사건과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사라진 신부'편은 관리인 남편의 임지로 함께 떠나던 새색시가 종적을 감춰버린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사라진 패물도 없고, 수상한 인물도 없는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그녀가 도망친 이유를 알아내는 것.

"인간의 마음속 가장 깊은 밑바닥. 그곳에서는 체통이나 신분은 존재하지 않지. 오직 탐욕과 욕망만이 꿈틀거릴 뿐이야." 삼호정의 충고를 따라 다모는 억울한 이를 위해 해결에 나선다. 삼호정과 다모가 숨겨진 진실을 찾는 이유는 이렇다. "나라나 법이 지켜줄 수 없다면 우리라도 나설 수밖에 없잖아."
어느날 아침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며느리. 그녀의 죽음 뒤에도 보잘 것없는 인간의 욕망이 깃들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규방 부인 정탐기>의 저자는 "삶이 빈곤하면 죽음조차 빈곤할 수밖에 없는 건 오랜 시간 변하지 않은 비극"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에도 여러 이유로 억울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규방 부인 정탐기>에 철릭, 와릉모, 편곤, 발립 등 그 시대에 사용된 물건이나 다모, 찰방, 매분구, 멸화군 등 직업이 소개되는 것도 소소한 읽는 재미가 된다.(*)
*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