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계절
이상택 지음 / 델피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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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택의 <우리의 계절>. 한마디로 재미있다. 


'갓 마흔 회사원의 봄', '서른다섯 교주의 여름', '스물일곱 집사의 가을', '쉰둘 환자의 겨울' 등 네 개의 단편이 이어진다. 우리의 꿈과 계절로 연결되는 흥미로운 구조를 지녔다. 오쿠다 히데오(奥田英朗)의 작품에서처럼 순수하면서 고집스러운 등장인물들이 정겹다. 특히 상당한 유머가 섞여 있어 절로 '피식' 웃음이 자주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개지랄!"

"맞추자, 맞추자, 맞추자!"


"세상을!"

"바꾸자, 바꾸자, 바꾸자!"


사장의 선창에 따라 '갓 마흔'의 회사원은 소리친다. 오해하진 말자. '개지랄'은 분기별 타깃인 '지랄(GRAL:Gross Revenue After Loss)'의 개인 달성을 의미한다. 이 회사는 전사 실적 관리 시스템(PENIS:Performance Estimation "N'Iquiry Systerm)인 '페니스'를 독자 개발해 운영하는 훌륭한 회사다. <우리의 계절>은 이처럼 우스꽝스러운 상황도 나름 진지하게 흘러간다. '바꾸자'는 이 회사의 사장 '박구자'와도 비슷하다.


"그때의 순수함만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 후 십 년의 그리움과 또 그 후 십 년의 아련함이 섞여 들여가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갓 마흔의 회사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첫사랑과의 은밀한 꿈을 찾아 나서기 전 야릇한 심경을 토로한다.


우주 만물의 근원으로서 '수'에 대해 논할 뿐, 절대 사이비 종교는 아니라 주장하는 '서른 다섯'의 교주는 불행했던 가족사를 극복해나간다. 짝사랑하는 빵집 주인 파티시엘과 유일한 수제자가 그가 맺은 관계의 주요 인물이다.




고양이 '묘섺이'와 완벽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스물 일곱의 집사'는 백수다. 묘쉒이와 함께 세계를 평정할 꿈을 꾸지만 그의 삶은 녹녹치 않다. 아르바이트를 하게된 동물병원 수의자이 남편에게서 '스물 일곱'은 어쩌면 자신의 무기력한 모습을 발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남편은 나름 '작가'다.


"찰스 디킨스 시대에 제이디 샐린저의 출현이라고나 할까... 내 경우엔 오히려 조금은 진부해질 필요가 있어. 의도적으로 클리셰라는 조미료를 살짝 살짝 치는 거지."

"뭐래, 저 븅신 저거."


출판사로부터 외면당하고, 독자로부터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수의사 남편의 '자뻑' 평가에 가해지는 '묘쉒이'의 평가다.




책은 어느 지하철역 편의점으로 돌진한 자동차 사고로 연결된다. 그 사고를 중심으로 네 명의 주요 인물, 그리고 그들과 이어져있는 사람들이 오랜 방황과 갈등을 겪고, 결국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이야기다.


흔하디 흔한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모두에게 지나치는 시간이 흘러간다. 출판사의 소개처럼 세상에 있는 70억 개의 꿈, 그리고 그보다 많은 수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결국은 우리의 계절처럼 모두 이어져 있음이 애틋한 책 <우리의 계절>이다.(*)


*문화충전 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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