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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이 정의는 아니다."
유즈키 유코(柚月裕子)의 <최후의 증인(最後の証人)>은 한 호텔에서 스테이크 나이프로 대립하고 있는 남녀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살인사건의 현장이다. 검사복을 벗고 변호사로 등장하는 사가타는 이 사건의 진실, 그 바닥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원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변호사 사가타가 사건을 받아들이는 기준은 남다르다. 보수나 승소 가능성이 아니라 '사건이 재미있느냐, 없느냐'에 따른다. 재미있는 사건이란 검찰이 쉽게 간파할 수 있는 단순 범죄가 아니라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새로운 얼굴이 드러나는 사건을 뜻한다.
무언가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 복잡한 감정과 사정이 감춰진 사건. 피고인을 불리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이 사가타가 세워둔 원칙이다.

의사 다카세와 그의 부인 미쓰코는 하나 뿐인 아들 스구루를 잃었다. 어느 비오는 날 평소와 같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스구루는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자동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세상을 등졌다. 그러나 가해자는 혐의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되고, 부부의 원한은 점점 깊이를 더해 간다.
"아무도 죄인을 벌하지 않는다면 내가 죄를 처벌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 죄를 저지른 자는 처벌 받아야 한다. 그게 바로 평등이란 것이다. 그것이 사회질서를 지키고, 우리를 지켜준다"-쇼지 검사
"왜 그 죄가 저질러졌고, 왜 그 인간이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혀내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죄를 재단할 수 없다. 물 위에서 치는 파도만 보는 것으론 부족하다. 바닥까지 파고 들어가 파문을 일으킨 원인을 찾지 않는다면 죄에 대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재판장

<최후의 증인>은 후반부 엄청난 반전을 마련해뒀다. 부부의 복수심이 달려간 마지막은 충격적이다. 사가타 변호사와 쇼지 검사의 진검 승부. 치열한 법리공방과 심리게임의 결말은 '인간이 짓는 죄'를 판단함에 있어 간과해선 안될 주요한 무언가를 지적한다.
그래서 다시금 기억해낸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만이 정의는 아니다."는 <최후의 증인>이 주는 메시지의 숨은 의미를.(*)
*리뷰어스 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