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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서
정용대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평점 :
'난 누군가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어. 살인자가, 어쩌면 살인자가 아닐 수도 있어.'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를 추적하던 인기없는 스포츠부 기자 재섭은 약혼녀 세진을 남겨둔 채 한 왁싱샵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재섭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나날을 보내던 세진은 문득 또 다른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고, 운명적으로 '왁서'의 길을 택한다.

정치인, 에이전트, 약물 디자이너, 경찰관, 도핑 검사관, 왁서, 그리고 올림픽 영웅이 등장하는 정용대의 장편소설 <왁서>는 특수한 직업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 몰입감을 높인다. 제모 전문가라 부를 수 있는 '왁서'라는 직업과 왁싱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는 책에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세진은 자신을 이해하며 돕던 형사로부터 즉시 범인을 검거했으며, 그는 형무소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런데 몰려드는 이상한 느낌. 복수해야 할 대상이 사라졌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오히려 당혹스러운 감정이 몸을 지배하는 느낌이다. 범행동기와 과정에 대한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가 나선다.

또 한 명의 여성, 송희가 있다. 남자친구 지범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진과 송희가 만난 곳은 '왁싱 스쿨'. 그녀들은 같은 슬픔, 같은 아픔, 같은 복수를 꿈꾸고 있음을 알게 되고 동지가 된다.
왁싱샵에서 살해당한 한 남자, 왁싱샵 근처 길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한 남자. 남은 두 여자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부단히 달려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앞에는 어마어마한 세력이 아가리를 벌리고 서있다. 탐욕적인 무리와 그들에게 약점잡힌 거대 권력이 얽히고 섥혀 진실을 덮고 있다.

<왁서>는 현재의 세진과 송희의 추적 속에 이미 세상을 떠난 두 남자의 행적이 잘 오버랩되도록 구성돼있다. 시차를 두고 진실을 향한 그들의 행군은 동시에 이어진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또 서로가 서로를 실리는 두 명의 남자와 여자의 감정이 <왁서> 전반에 녹아 있다.
그들이 막아서야 하는 것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박한 장면이 이어지는 스릴러 <왁서>다.(*)
*문화충전 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