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포니원 -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
강명한 지음 / 컬쳐앤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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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로는 미군이 타던 지프의 엔진과 차축, 변속기 등을 이용해 제작한 '시발(始發)'이 있었다. 자동차 이름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첫 시작', '처음 출발한다'의 뜻을 지녔다. 1963년까지 2235대를 생산했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 어릴 적 기억에 남아 있는 자동차는 브리샤, K303, 마크5, 그리고 그라나다와 로열 시리즈 등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이름은 단연 '포니'다. 달리는 말의 역동적인 모습이 새겨진 포니-로고체는 다소 귀여웠던 것 같다-는 자가용으로도, 특히 택시의 모습으로 떠오른다. 자가용을 소유한 집이 그리 많지 않아 열 개 동이 넘는 4층 짜리 아파트 단지에 별도의 주차장이 없었음에도 요즘과 같은 '주차난' 걱정은 없던 시절이야기다.




강명한의 <응답하라 포니원>은 제목부터 향수를 일으켰다.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1973년 우리 기술로 만든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일념으로 오늘의 현대자통차에 이르게 한 터전을 닦은 장본인이다. 당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이었던 저자가 포니 개발 역사를 풀어냈다.


저자는 이 책을 "포니 개발이나 현대자통차 역사의 전체가 아니라, 포니가 개밸되고 현대자통차가 지나온 역사의 일부분을 저자의 체험 범위 내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곁들여 담담하게 서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겸손한 당부가 아닐 수 없다. 책은 단순히 국산 자동차 개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도 살아있을 우리 대한민국인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인생을 사는 방법 중에는 쉽고 안전한 길을 택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편안하지만 지루한 길일 수도 있다. 반면 모험에 찬 길은 고달프고 어렵지만 지루할 겨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성공적으로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극도의 희열일 것이다."


<응답하나 포니원>은 해외의 비아냥과 멸시 속에서도 꿋꿋하고 당당하게 우리 길을 걸어온 표본을 보여 준다. 미츠비시에서 서툰 일본어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를 악물어 왔으며 영국 사람들은 '하윤다이'로 발음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윤다이'로 발음하든 말든 '죽자사자 달려들어 끝장을 보고 싶다는 투지'로 이뤄온 결실이다.




하루 25시간을 살고, 일주일은 8일같이 일한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음은 당연하다. 책은 1973년 5월 당시 현대자통차 정세영 사장과의 대면에서 시작된 '별난 도전'이 1979년 연간 30만 대 생산 계획을 설계하기 까지 과정이 생생히 그려 진다.


"당신 엔진 좀 알아?"(정세영 사장)

"저... 안되겠는데요. 공작기계 공부는 좀 했지만, 그와 같은 전용기계는 전혀 모릅니다."(강명한 저자)

"지금 대한민국에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어? 이제부터라도 배워가면서 하면 되지."(정세영 사장)


무언가 새로운 도전과 모험, 그리고 그 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담대한 리더와 창의적이고 성실한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다. 50년 전 이 일화는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무모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더 없는 배포역시 보여 준다. "하면 된다"는 신념이 그대로 전해 진다. 또한 당시에도 자동차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시각은 요즘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달리는 기능 외에 타는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 등 개성을 표현해야 하며, 안전하고 안락하면서도 부담갖지 않을 정도의 경제성 등 모두를 충족시켜 주어야하는 상품으로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다.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우리의 숨은 능력, 끝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우리의 무한한 능력만이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가진 유일하고도 최고로 값진 자원이 아닐까."


저자는 <응답하라 포니원>을 통해 '끝을 알 수 없는 한국인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거듭 강조한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자원, 우리 한국인만이 가진 초인적 능력을 더욱 키우고 개발해야 할 것"이라는 말은 옳다. '추억의 포니'가 아니라 '포니에 담겨 있는 우리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다시 느껴본다.(*)


*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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