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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아름다운 별이 빛나는 노천에서 밤을 보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고요 속에서 깨어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중략) 이 수많은 별 중에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잠이 든 것이라고 상상했다."
어릴 적 교과서였거나 그림책에서 읽었을 알퐁스 도데의 '별' 가운데 일부다.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이야기인 '별'은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향한 순수한 목자의 아름다운 사랑에 관한 기억을 노래했다. 한적하면서 평화로운,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전원적인 풍경 속에서 애잔하면서도 심오한 감성을 전하는 짧은 이야기가 어렴풋이 남아 있다.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알퐁스 도데의 짧은 작품 24편이 실려 있다. '방앗간에 입주하는 날'부터 시작해 앞서 언급한 '별', '세관원', '노인들',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내의 전설', '오렌지', '메뚜기 떼' 등 알퐁스 도데가 주로 프로방스에서 직접 겪은 일, 고장에 내려오는 구전, 그리고 창작한 이야기 등 풍부한 감성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작품이 이어진다.
지혜가 담긴 우화같기도 하고, 투명한 느낌의 수채화같기도 한 <풍차 방앗간의 편지>에 수록된 작품은 하나하나 당시의 풍경을 떠올리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짐작하면서 음미할 때 더욱 깊이가 더해진다. 천진난만한 시골 사람들의 완고함에 웃음이 나올 때도 있고,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상황과 사건이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깊은 고민에 빠질 때도 있을 것이다.

"저 공장으로 가지 마시오. 저 불한당들은 악마가 발명한 증기를 사용해서 빵을 만들지만, 나는 하느님의 호흡인 미스트랄과 트라몽탄-알프스와 피레네를 넘어 부는 산바람-으로 일합니다" 풍차 방앗간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는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과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증오는 약자의 분노가 아닌가!"('보케르의 승합마차' 가운데) 이웃의 조롱에 힘없이 자신을 변호하는 남자를 보면서 던지는 알퐁스 도데의 한탄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생기없는 표정을 가진 사내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이 읽는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교황의 노새', '황금 두뇌를 가진 사내의 전설' 등 권선징악을 다룬 작품은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교훈을 남긴다. 순서대로도 좋고, 마음가는 대로 한 편씩 읽어도 좋겠다. <풍차 방앗간의 편지>에 담긴 잘 다듬어진 '명품'같은 스물 네 편의 이야기는 이렇듯 소소하지만 영원해야할 진리, 함께 사는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이 함께 녹아 있다.(*)
*컬처블룸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