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절판


절대정의(絶對正義). 


평범한 네 명의 여고생 친구들 사이에 나타난 '이상적인 아이' 노리코. '정의'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노리코는 보통의 또래들과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던 가즈키, 유미코, 리호, 레이카에게 '정의의 히어로'로 각인된다. 단정한 머리, 검소한 복장, 올바른 예의와 생활 등 무엇하나 흠이 없는 아이였던 노리코와 15년 후 다시 재회하기 전까지 그랬다.


아키요시 리카코(秋吉 理香子)의 <절대정의(絶對正義)>는 '이야미스(イヤミス)' 장르가 갖고 있는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야미스는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읽어 버리게 되는', 즉 어두운 내면과 심리가 가득차 있어 읽고 나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느낌을 주는 '기분 나쁜 미스터리'를 말한다.



책은 네 명의 친구 각자의 시선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노리코에 대한 기억, 반전, 악의, 그리고 현재까지. 항상 옳바른 결정과 행동을 했던 노리코는 그들에게 존경과 공포, 양면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존재다. 도저히 타인에게 밝히기 힘든 어려움을 나서 해결해주는가 하면, 피해를 입었을 때 제 일처럼 발벗고 나서 정의구현에 앞장선다. 그러나 노리코는 따뜻한 '우정'이 아닌 차가운 '정의'만이 중요할 뿐이다. 누구든 노리코의 정의 앞에 발가벗겨질 지 모를 불안감은 친구들을 지배한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뻐."

"나는 특별히 누구의 편도 아니야. 올바른 일을 하고 싶은 것뿐이야. 괜히 신경 쓰지 마."


기계처럼 말하는 노리코에게 친구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의 '정의'는 '공포' 그 자체다. 완벽한 정의, 백 퍼센트 옳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불행일 뿐이다. 너무나 노골적인 노리코의 정의는 본인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요구한다. 완벽한 정의를 위해서.



<절대정의>는 네 명의 친구들이 동창회 이후 노리코를 다시 만나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그녀를 둘러싼 비밀을 향해 달려가지만, 보통의 미스터리와는 다르게 전개된다. 이미 범인이 밝혀진 가운데 사건의 배경과 범인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데 집중된다. 그래서 친구들의 숨통을 조여왔던 노리코의 '정의'에 대해 더욱 시선이 간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단죄하고 나면 뇌의 쾌락을 담당하는 부위가 활성화하여 마약을 했을 때와 비슷한 쾌감을 얻는다고 한다. 엄마가 짓던 그 미소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엄마는 정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노리코의 딸이 남긴 독백



손톱만큼의 자비나 용서의 여지도 없이 마치 기계와도 같은 '완벽한 정의'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는지 <절대정의>는 생각케 한다. 그럼에도 쉽게 반론을 펼 수 없었던 까닭은 '본디 정의라는 것은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절대정의>를 겪고 나니 '정의의 칼을 받아라'고 외치는 만화영화 캐릭터의 단호함이 마냥 편하게만 들릴 수가 없다.


<절대정의>는 '나를 공포에 떨게 할 정의'가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흔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불리는 '선택적 정의'가 '완벽한 정의'로 둔갑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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