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의 <인간 실격(人間失格)>은 1948년 3월 발표, 지난 50여 년간 140회 이상 개판됐을 만큼 일본문학에 있어 대표작으로 꼽힌다. 사소설(私小說)이라는 일본 특유의 소설 형식을 개척한 작가로도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을 통해 자신을 위한 정신의 자화상을 그렸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사소설은 자신의 경험을 허구화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으로 써나가는 소설을 의미한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


청년 오바 요조의 수기는 강렬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인간 실격>은 요조가 남긴 세 편의 수기와 '나'로 표현되는 화자의 수기에 대한 감상으로 구성됐다. "나는 확신한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요조는 작가 스스로이며, 요조를 바라보는 '나'역시 또 다른 작가로 읽힌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지만 턱없이 부족한 가족의 사랑, 젊은 날의 방황과 여성 편력, 약물 중독과 수차례 자살기도, 강제입원, 그리고 절망적 결말까지 요조에게는 다자이 오사무의 삶이 투영됐다. 수기에 앞서 사진을 통해 본 요조의 인상을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상하게 남들을 역겹게 만드는 표정,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야릇한 표정의 아이', '괴담을 보는 듯 불쾌감이 느껴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묘한 미모의 청년', '어딘지 소름이 끼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괴이한 얼굴을 가진 사내'.


"나는 인간이 삶을 영위한다는 것에 관하여 전혀 모른다. 나 혼자만 다른 인간인듯 불안과 공포를 느낄 뿐이었다." 요조의 첫 번째 수기는 어린 시절 사람을 두려워하면서도 내면의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익살로 자신마저 속이려 드는 철저한 고독을 설명한다. 모든 언어와 행위는 자인하듯 '익살'로 숨겨진 '위선'이었다.


두 번째 수기에서 요조는 종학교 친구 다케카즈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들키게 된다. "일부러 그랬지?" 한마디에 요조는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가족과 고향에서 벗어난 고등학교 시절 요조는 도시의 친구로부터 술, 담배, 여자, 전당포, 좌익사상을 배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서 '아무것도 선택조차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면서 더욱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한 유부녀와 동반자살을 꾀하지만 이마저 실패한다.


"서로 속이면서도 이상하게도 상처입는 사람도 없이,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정말로 완벽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가득 차 있는 듯했다. 그 비결만 알았더라면 나는 인간을 이처럼 두려워하거나, 혹은 필사적인 익살 서비스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자살사건으로 더욱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된 요조는 점점 깊은 절망으로 빠져 든다. 여러 여성의 집을 전전하다 진정으로 '순수'를 느끼게 해준 한 젊은 여성과 결혼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의 어린 아내가 겁탈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다시 술과 마약에 의존하게 된다. 또 한 번의 자살시도도 미수에 그치고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면서 '그야말로 폐인' 그 자체인 자신을 발견한다.


<인간 실격>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하면서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거나 적응하지 못한 청년의 고백이다. 끝내 지독한 파멸의 길을 가는 청년 요조의 내면이 다자이 오사무에 의해 날카롭고도 섬세하게 파헤쳐졌다. "어쩌면 세상이란 건 개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요조는 "단지, 모든 것은 지나가 버렸다"는 한 가지 진리만을 느끼며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이다.(*)


*문화충전200%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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